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모티즈법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에 미국 FDA 역할 설명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지난 1주일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90% 이상의 효능과 94.5% 효능을 보였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미국 전문가는 앞으로 미국 보건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모티즈법대(Mortiz College of Law) 파트리샤 제트러(Patricia Zettler) 교수는 17일 이대생명의료법연구소-한국법제연구원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코로나19 백신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 절차에 관해 설명하면서 경고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모티즈법대(Mortiz College of Law) 파트리샤 제트러(Patricia Zettler) 교수는 17일 이대생명의료법연구소-한국법제연구원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코로나19 백신 허가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출처: 웨비나 갈무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모티즈법대(Mortiz College of Law) 파트리샤 제트러(Patricia Zettler) 교수는 17일 이대생명의료법연구소-한국법제연구원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코로나19 백신 허가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출처: 웨비나 갈무리.

이전 미국 FDA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에 관한 법학계 최고전문가를 취했던 제트러 교수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FDA가 이전에 의약품이 아닌 백신에 EUA를 내준 사례는 미국 내 탄저병(anthrax)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탄저 백신을 미군 관계자에 승인한 불과 1건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백신을 대국민에 접종하는 데 EUA를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신 FDA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백신을 허가할 때 장기간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절차를 걸쳤다. 

하지만 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와 동등하게 중요한 점은 공증보건비상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요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미국 FDA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제트러 교수는 "지난주부터 화이자는 90% 이상, 모더나는 94.5% 이상의 백신 효능을 관찰했다는 보도자료로 발표하면서 FDA에 EUA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데이터는 보도자료에 나열된 것 밖에 없어 희망을 갖지만, 조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회사의 보도자료가 실제 연구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들이 발표한 긍정적인 결과에 따라 우리는 FDA가 곧 EUA 신청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EUA는 일반적 허가와 다른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A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근거 수준은 일반 허가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FDA 허가를 받기 위해 제약사는 동물 상대로 진행한 전임상 단계부터 임상 1상, 2상, 3상 등까지 진행하고 광범위한 안전·효과성 데이터를 장기간 도출해야 허가를 받는다. 

이런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는 이유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위험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제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 내 모든 의약품·백신이 이런 절차를 걸쳐 허가를 받지만, 몇 사례를 통해 예외도 생겼다.

1970년부터 2000년 중순까지 HIV/AIDS 등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이 정식 허가 절차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도 개발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FDA에 소송하는 등 "시도해볼 권리"를 내세웠다. 

미국 법원은 이에 승인되지 않은 약물에 접할 수 있는 헌법적인 권리가 없다면서 소송권을 거부했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도해볼 권리(Right to Try Act)를 보장하는 연방법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닐 때 일반적으로 FDA는 일반 허가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확산허가(expanded approval) 절차를 도입했고, 환자는 이 연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FDA는 확산허가에 이어 2004년부터 공중보건비상 상황에서 의약품과 백신을 더 낮은 근거 수준으로 더 빠르게 승인할 수 있는 EUA 절차를 도입했다.

EUA는 특히 일반 허가와 달리 몇조건에 더해 제약사가 자사의 제품이 특정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믿을만한 이유(reasonable to believe)"가 있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다. FDA는 EUA를 만약 내린다면 결정을 언제든지 수정 또는 철수할 수 있다. 

EUA 설명. 사진 출처: 웨비나 갈무리.
EUA 설명. 사진 출처: 웨비나 갈무리.

제트러 교수에 따르면 미국 FDA는 현재 안전성과 효과를 근거를 통해 입증할 필요와, 공중보건비상 상황에서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와 더불어 백악관의 정치적 영향과 백신에 대한 사회적 불안 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트러 교수는 "과거에 개인적으로 FDA는 코로나19 백신에 EUA를 내주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는 역사상 백신에 EUA를 허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만약 이뤄지면 이례적인 사건이 될 정도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FDA는 시간과 상황의 특별성에 따라 EUA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화이자, 모더나가 예상 이상의 데이터를 발표한 것에 따라 더욱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앞으로 FDA가 EUA를 피할 수 없으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설명하면서 과거를 돌아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FDA가 의약품을 EUA로 허가한 상황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혈장치료제밖에 없었다. 제트러 교수는 두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설명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경우 FDA는 현재 철회된 연구논문 1개와 제한적인 데이터를 제공한 다른 연구논문을 포함해 굉장히 제한적인 데이터를 기반해 EUA를 승인했으며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적합하지 않은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는 강한 비판이 있었다. 결국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근거가 쌓이자 FDA는 EUA를 취소했다. 

지난 8월 혈장치료제에 대해 EUA를 내린 FDA는 한번 다시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특히 FDA 국장 스티븐 한(Stephen M. Hahn)이 코로나19에 혈장치료제의 데이터를 과도하거나 잘못 설명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전 FDA가 내린 결정들과 EUA의 근거 수준을 백신에 적용하는데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제트러 교수는 FDA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탄탄한 근거, 원활한 소통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트러 교수는 "FDA는 EUA 결정을 곧 내려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백신을 대국민에 접종하기 위해 질이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투명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접종이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FDA는 제약사로부터 EUA 신청서를 받으면 공공자문위원회에 접촉해 데이터에 대한 자문을 받고 데이터를 공개함으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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