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 치료 지속률 높이려면 환자 중심적 접근 필요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두 질환이 동반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중된다. 그러나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동시에 각각 10% 낮추면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을 45%까지 줄일 수 있다. 이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는 두 질환을 함께 관리하도록 강조한다.

문제는 두 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늘어 치료 지속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에서는 복약 편의성을 개선해 치료 지속률을 개선하고자 한 알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성분을 담은 복합제를 개발했고, 현재 임상에서 처방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복약 편의성을 높인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가 치료 지속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치료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상에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치료 지속률 향상을 위해 필요한 관리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외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진단율 등 현황은?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진단율, 치료율, 관리율 등에 대한 현황 데이터는 아직 발표된 바 없다. 국외 사례를 보면, 2006년 미국에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조절률을 9%로 보고했다. 복합제가 없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절률 차이가 날지 미지수다.

미국과 우리나라 현황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고혈압 조절률이 약간 높지만 동반질환 조절률은 떨어진다. 이는 이상지질혈증 조절률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45% 정도이며 이상지질혈증 조절률은 약 40%다. 이를 비교했을 때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관리 현황이 미국보다 나을 것으로 추론 가능하다. 
 
-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조절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임상시험에서 약물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절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약물 효과보다는 치료 지속률일 가능성이 크다. 치료 지속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분류는 다양하지만,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는 △보건의료체계 △질병 특성 △치료적 특성 △사회경제적 요인 △환자 요인 등 다섯 영역으로 분류했다. 

이 중 질병 특성을 보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연구 기간이 1년 이내인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연구에 잘 참여할지라도 수년간 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 치료기간이 길지만 증상이 없는 두 질환의 특성이 치료 지속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환자 요인의 경우, 환자는 본인 상황에 맞는 적합한 치료법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의료진과 질병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의료진에게 치료를 맡기는 진료형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관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결국 치료 지속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병 특성, 치료적 특성, 환자 요인 등에 부합하는, 전통적인 치료형태를 벗어난 치료 지속률 개선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 지속률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은?

치료 지속률 문제가 미비한 약물 효과 때문인지 혹은 질병 특성, 치료적 특성, 환자 요인 등 때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약물 효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두 가지 제한점이 있다.

먼저 환자의 자기결정능력, 자발적 참여, 의료진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환자 중심적 의료 프레임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모두 약물로 치료 목표를 달성해도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은 환자들은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잘 시행된 이들과 비교해 절반의 효과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환자라면 생활습관 교정도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큰 문제다. 
 
- 복약 편의성을 개선하면 치료 지속률을 높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복약 편의성 개선이 치료 지속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해되지만 '치료가 편리해진다는 것이 환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물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효과를 보여도 환자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와 치료적 동기 부여와는 관련 없을 수 있다. 즉 편리한 치료가 절실한 환자와 이에 관심 없는 환자의 치료 효과는 같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임상가가 약물 제형 특성과 관련한 환자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듣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은?

복합제를 선호하지 않는 환자에게 이 같은 약제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다. 복용하는 약제 수가 줄어 오히려 치료 효과가 약해지지 않을지 불안해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폴리필(polypill)을 포함한 복합제는 환자 면담 시 환자에게 결정권한 이양(patient empowerment)을 시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는 환자에게 온전히 사용 결정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이다. 전통적인 임상가 입장에서 피상적으로 들리는 결정권한 이양을 실행에 옮길 기회가 된다. 

예로, 임상가는 상담 초기에 증상이 없음에도 여러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환자 인식을 청취한 후 복합제의 효과와 치료 지속률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는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어 현재 처방과 복합제 처방 중 환자가 선호하는 치료를 결정하도록 하고 그 의견에 따름으로써 최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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