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 대상
의료기관 업무 가중과 추가비용 발생으로 경영환경 더욱 악화 반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저수가, 간호등급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를 넘어 최악의 상황에 몰린 중소병원들이 회계기준 대상으로까지 포함되면서 격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을 기존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1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복지부는 하위법령인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입법예고한 것.

하지만,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을 100병상 이상 병원급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중소병원계는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규제이며, 의료기관 업무 가중과 추가 비용 발생으로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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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그동안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만 회계기준 규칙 적용 대상이었지만, 내년 3월부터 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이 해당된다.

2004년부터 적용됐던 회계기준 적용 대상인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353개 기관이었지만, 병원급 의료기관 3100여 곳이 포함되는 것이다.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 제4조에 따라 재무상태와 운영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기본금변동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의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상 주석 기재사항도 발생한다.

여기에는 △유형자산 과목별 감가상각방법·내용연수 △주차장·매점·일반식당·장례식장 직영수익 △의료사고 처리 수수료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용내역 △의료수익 삭감액내역 등이 포함된다.

즉, 100병상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상급종합병원 혹은 대형병원들이 매년 공개하는 예결산자료와 같은 수준의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국회 여당을 중심으로 회계자료 신뢰성 제고를 위한 의료기관 감리 의무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중소병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당의 의료기관 감리 의무제 도입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는 "회계자료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의료기관 감리 의무제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회계기준 작성 대상 기관을 병원급까지 확대할 경우 회계 작성 의료기관들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계기준 운영 업무를 위탁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전문인력을 증원해 제출된 회계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준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를 통해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실시할 것"이라며 "작성 오류가 많은 항목, 또는 회계작성에 취약한 중소병원 등을 대상으로 세부 작성방법에 대해 컨설팅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소병원들 간신히 흑자 내는 실정인데"

중소병원들은 회계기준 적용 확대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중소병원까지 회계기준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수입과 지출의 공개뿐만 아니라 수가협상 때 원가를 산정하는 척도로 오용돼 정부의 수가 통제를 위한 데이터 확보 차원이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수입에 몸집을 맞춰 간신히 흑자를 내는 실정"이라며 "그런 이유는 병원 운영 과정 중에 불가피한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해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조 회장은 "이런 경우 지표가 원가 파악이나 수가 산정에 활용돼 자칫 '저수가가 아니다'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중소병원 병원장은 "정부의 통제에 있는 저수가, 최저임금 인상, 간호등급제 등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병원들은 회계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회계 전문인력의 고용부담과 전산시스템의 전면개편 및 외부회계기관 위탁 등은 오로지 중소병원의 몫으로 열악한 중소병원의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소병원은 이미 매년 수가협상이라는 정부가 제시한 관리를 받고 있다"며 "현재의 병영경영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청구와 국세청 세금신고로 파악가능한 상황임에도 사기업인 중소병원에 회계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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