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정윤식 기자
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보통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를 검토한다.

주체, 내용, 형식, 절차. 이 중 가장 시비가 잘 붙는 건 통상적으로 내용이다.

간혹 절차를 두고 다툼이 일어나긴 하는데, 한 개도 빠짐없이 네 가지 모두 정당성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아무리 내용이 적법이라고 한들 절차가 적법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위법이 된다.

내용적 적법성과 대등하게 절차적 적법성도 갖춰야만 종합적으로 정당하다고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관련해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열었다.

원고는 제약사였고 피고는 정부(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였다. 

물론, 소송 자체가 '선별급여 적용 고시 취소'에 관한 것이긴 했지만 콜린 제제 선별급여 전환이 당초 임상적 유용성 논란에서 시작된 만큼 이날 변론도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1시간 30여 분의 변론시간 동안 임상적 유용성보다는 콜린 제제를 급여 품목에서 선별급여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

정부는 선별급여 품목을 기존 급여품목의 하위 개념으로 보고 '기준'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제약사들은 기존 급여·비급여로 구분하던 것을 선별급여로 전환했기 때문에 '대상'을 변경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팽팽히 맞섰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원고와 피고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만약 원고 측의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정부는 잘못된 절차를 통해 콜린 제제에 선별급여를 적용하게 된 셈이고 결국,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짜놓은 정책과 규정의 절차가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절차의 중요성을 유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지 못한다.

앞으로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서 절차의 생략 혹은 임의적 해석이 담긴다면 그 의도는 아무리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들 '갑질'로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조직도 아니고 정부다. 정책 결정과 추진에 있어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욱 촘촘하고 세밀한 절차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지만, 정부가 이 절차적 정당성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알고도 안일했다면 매우 한심한 일이다. 

정부는 슈퍼갑(super甲)이 아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