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정부와 수가 협상에 개원의협이 참석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개원의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꺼리고,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들도 대폭 감소했다.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억제되면서 다른 직종들처럼 병원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오래전부터 경영이 어려웠던 진료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이들 진료과의 개원의사회 회장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이번에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서울산부인과 원장)을 만났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원들의 상황은 어떤가?

산부인과 의원들은 오래 전부터 어려웠는데,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쳐 더욱 어렵다. 코로나19 로 인해 모든 진료과가 어렵다고 하는데, 산부인과는 과거에도 어렵고, 미래도 밝지 않다.  

- 산부인과의 어려움은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분만을 하는 의사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출산율 문제도 있지만 산부인과 문제의 핵심은 의료사고가 났을 때 국가가 모른척 한다는 점이다.

2017년, 2019년에 분만을 하던 산부인과 의사가 법정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 때문에 의사들이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분만도 포기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전공의 지원도 줄고, 수련 중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고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 어떤 의사가 분만을 할 수 있겠나. 분만을 하는 병원이 감소하는 게 산부인과 의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될 것이다.  

- 분만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된 문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이나 대만 등은 어쩔 수 없는 분만사고는 정부가 거의 책임진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 정착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2017년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원들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법률안' 초안을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에 보내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 의사회가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가 전액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행 사항은 어떤가?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재원의 30%를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중 분만 실적이 있는 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다.

의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일부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산부인과 생존 여부가 여기에 달렸는데, 기획재정부는 국가 부담이 커지고, 의사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이외에 산부인과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꼽자면.

분만 수가를 대폭 올려야 한다. 제왕절개와 맹장수술 수가가 비슷하다는 게 말이 되나. 위험도가 높다면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하는 건 마땅함에도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또 분만 취약지에서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임기가 내년 6월까지다. 취임 당시 힘 있는 개원의협을 선언한 바 있는데,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개원의들에게 도움이 되는 협의회가 되려고 노력했다. 또 기존 의사소통 구조와 다르게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개원의협 각 위원장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최대한 위임하고, 그들이 전결하도록 했다. 현재 개원의협은 규정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자부한다.

- 최근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선거만을 위한 선거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의협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 판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 강서구의사회장, 의협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단체를 이끌어본 노하우가 있고,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으로 팀을 맡아본 경험도 있다. 투쟁해본 경험도 있고, 성공한 투쟁 경험도 있다. 

의협의 역할을 다르게 자리매김하고 싶다. 의협은 의사들을 상징하는 단체가 돼야 한다. 환자들이 존경하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이미지를 만들고, 정부와 국민, 정책 등 큰 틀에서 거시적으로 움직여한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수가협상도 개원의협이 맡아야 한다고. 개원의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각 과 개원의협이 수가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 의협이 가장 상위 개념의 단체가 되고, 그 아래 개원의협, 대한병원협회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투쟁 방법도 바꿔야 한다 한다. 투쟁을 위한 투쟁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정치를 할 사람은 의협 회장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