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nsion Seoul 2020] 오국환 교수, 국내 'KNOW-CKD' 포함 17개국 코호트 데이터 비교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 혈압조절 양호…복용하는 항고혈압제 개수 적어
오국환 교수 "국내 환자 심혈관 예후 좋고 사망 위험 낮아…혈압조절과 연관됐는지 연구 필요"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는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0)'에서'International variation of blood pressure control in chronic kidney disease' 주제로 6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는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0)'에서'International variation of blood pressure control in chronic kidney disease' 주제로 6일 발표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 등 17개국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관리 현황을 비교한 연구에서 우리나라가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가별로 진행 중인 만성콩팥병 코호트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국내 환자 비율이 다른 국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만성콩팥병 환자가 복용하는 항고혈압제 개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내 만성콩팥병 코호트인 'KNOW-CKD' 연구를 주도하는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신장내과)는 이 같은 결과를 6~7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0)'에서 6일 공개했다. 이날 오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국가별 혈압조절 차이'를 주제로 발표했다.

혈압은 만성콩팥병 환자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혈압조절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목표다. 

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만성콩팥병 환자 중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고혈압 비율이 약 35%로 보고되지만 터키는 70% 이상으로 알려졌다. 즉 국가 간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률 차이가 큰 것이다. 

이번 분석은 만성콩팥병 중증도, 환자군 특징, 위험요인 등을 모두 보정해 국가 간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정도를 비교하고자 진행됐다.

국내 'KNOW-CKD' 코호트, 2238명 성인 추적관찰

국내 데이터는 'KNOW-CKD' 코호트를 활용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KNOW-CKD는 만성콩팥병 성인 환자 중 투석 받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2011~2015년 만성콩팥병 환자를 등록해 현재까지 5~9년간 추적관찰하고 있다. 총 3914명이 등록됐으나 현재 추적 중인 성인은 2238명이다. 

이에 더해 △미국(CRIC) △캐나다(CanPREDDICT) △일본(CKD-JAC) △중국(C-STRIDE) 등 17개국 코호트가 분석에 포함됐다. 

그는 "국내 만성콩팥병 코호트와 다른 나라의 코호트를 비교하고자 국제적인 만성콩팥병 컨소시엄인 'iNET-CKD' 가입했다"며 "이를 통해 국가별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정도와 항고혈압제 처방 차이를 비교했다"고 밝혔다. 

분석에는 약 3만명의 만성콩팥병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0세였고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L/min/1.73㎡ 이하인 만성콩팥병 3기 이상 환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기준은 △140/90mmHg 이상 △130/80mmHg 이상 등 두 가지로 정의했다.

국내 환자 혈압조절 되지 않는 위험 37%↓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평균 수축기혈압은 129.2mmHg, 이완기혈압은 76.6mmHg로 조사됐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비율은 130/80mmHg 이상 기준 60.5%, 140/90mmHg 이상 기준 27.3%로, 유럽, 남아메리카, 저소득 아시아 국가 등과 비교해 국내 환자들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개국 만성콩팥병 코호트를 토대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위험을 비교한 결과, 국내 환자들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국 만성콩팥병 코호트를 토대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위험을 비교한 결과, 국내 환자들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이어 나이, 성별, 당뇨병, eGFR 등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위험을 평가한 결과, 37% 유의하게 낮았다. 

이에 더해 환자들이 동반한 심혈관질환과 알부민뇨, 교육수준, 흡연 여부 등을 보정해 평가한 결과에서도 국내 환자들의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국가가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위험이 낮았고, 유럽, 북아메리카, 저소득 아시아 국가 등은 그 위험이 높았다. 

처방받는 항고혈압제는 '1개'…RAAS 억제제 90% 이상

국내 환자들이 처방받는 항고혈압제 개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북아메리카 등과 비교해 1개 항고혈압제를 처방받는 비율이 높았던 것.

이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어 처방받은 항고혈압제 개수가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환자들이 처방받는 항고혈압제 계열을 보면, 우리나라는 90% 이상이 RAAS 억제제를 복용했고 다른 국가와 비교해 RAAS 억제제 처방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이뇨제를 처방받는 만성콩팥병 환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베타차단제는 중간 정도 수준으로 처방받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항고혈압제로 RAAS 억제제를 많이 처방하고 있었다. 이뇨제 처방률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비교적 낮았다"며 "이는 아시아 국가의 항고혈압제 처방패턴이 유럽, 미국 등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CKD 환자 사망률 다른 국가보다 낮아

이어 만성콩팥병 환자의 장기간 예후를 비교하고자 국내 코호트를 포함해 △호주(CKD-QLD) △독일(RIISC) △미국(CRIC) △캐나다(CAN-PREDDICT) △우루과이(NRHP) △일본(CKD-JAC) 등 총 7개국의 신기능 악화,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먼저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기능 악화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천천히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망률이 상당히 낮았다는 결과는 주목할 대목이다. 다른 국가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1000인년당 10명에서 48명으로 보고됐으나, 우리나라는 7명에 그쳤다.

이번 연구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지만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어 다른 국가보다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심혈관계사건 중 뇌혈관계질환, 울혈성 심부전 등 위험도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가별 비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고소득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은 유럽, 남아메리카, 저소득 아시아 국가보다 혈압조절 정도가 양호했다. 국가별로 혈압조절 정도와 항고혈압제 복용 패턴은 차이가 컸다"며 "혈압조절 정도 차이 때문에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 예후가 좋고 사망 위험이 낮은지 분석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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