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연구팀, 국내 STEMI 환자 대상 'HEALING-AMI' 결과 발표
티카그렐러 vs 클로피도그렐, PCI 후 좌심실 재형성지수·NT-proBNP 평가…티카그렐러 승기 잡아
정영훈 교수 "기존 심부전약과 함께 적절한 항혈소판제 선택해 심부전 위험 줄일 수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혈소판제 P2Y12 억제제인 티카그렐러(제품명 브릴린타)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심부전 예방을 위한 또 하나의 무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이 국내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환자의 좌심실 재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티카그렐러 투약 시 좌심실 재형성지수(LVRI)가 수치상 더 낮았고 심부전 평가의 주요 표지자인 NT-proBNP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결과에 따라 기존 심부전 치료제와 함께 티카그렐러를 투약하면 STEMI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단 사람을 대상으로 P2Y12 억제제와 좌심실 재형성 과정의 연관성을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다른 항혈소판제와의 비교 또는 장기간 추적관찰 등의 추가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HEALING-AMI로 명명된 이번 연구는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주도했고, 그 결과가 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 10월호에 실렸다(JACC Cardiovasc Interv 2020;13(19):2220~2234).

혈소판 과활성화→심부전 위험 상승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단기간 사망률은 스텐트 시술의 발전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최적의 장기간 치료전략 없이 시기적절한 재관류치료에 따른 단기간 사망률 감소는 오히려 좌심실 재형성으로 인한 울혈성 심부전 발생률 증가로 이어졌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혈소판이다. 혈소판은 심근경색 후 전신염증 및 심장염증 반응을 촉진해, 경색된 심근에 축적되면 국소염증, 좌심실 재형성, 파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급성 심근경색 후 항혈소판제를 투약하면 잠재적으로 심장보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발표된 REMODELING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관상동맥 개통이 이뤄진 STEMI 환자일지라도 혈소판이 과활성화되면 심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았다(Thromb Haemost 2017;117(5):911~922). 이에 STEMI 환자의 혈소판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심부전을 예방하는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근거로 진행된 HEALING-AMI 연구는 재관류치료를 받은 STEMI 환자를 대상으로 좌심실 재형성에 티카그렐러 또는 클로피도그렐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P2Y12 억제제와 좌심실 재형성 과정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티카그렐러군, NT-proBNP 유의하게 감소

연구자 주도, 무작위, 오픈라벨, 평가자 맹검으로 디자인된 이번 연구에는 국내 10개 대학병원에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를 받은 STEMI 환자 278명이 포함됐다. 티카그렐러군과 클로피도그렐군이 각 139명이었다.

유효성 확인을 위한 1차 복합 종료점은 6개월째 3차원 심초음파검사로 평가한 LVRI와 NT-proBNP로 정의했다. 

먼저 6개월째 LVRI는 티카그렐러군 0.6±18.6%, 클로피도그렐군 4.5±16.5%로 티카그렐러군이 수치상 더 낮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095). 하지만 6개월째 NT-proBNP는 티카그렐러군이 173.3±141.5pg/mL로 클로피도그렐군(289.5±585.4pg/mL)보다 의미 있게 낮았다(P=0.028). 

중요한 결과는 PCI 전 TIMI 혈류등급이 0등급으로 심근경색 발생 당시 혈관이 완전히 막혀있는 환자군에서 티카그렐러의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이들 환자 중 티카그렐러군의 LVRI는 0.4±18.9% 감소했으나 클로피도그렐군은 5.7±19.7% 증가한 것(P=0.026).

티카그렐러군 좌심실 크기 증가 위험 44% ↓

이어 다변량분석에서 좌심실 크기 증가 위험(LVRI 0% 초과)은 티카그렐러군이 클로피도그렐군보다 44% 의미 있게 낮았고(OR 0.56; P=0.03), NT-proBNP 수치는 티카그렐러군에서 치료 초기부터 감소했지만 클로피도그렐군은 초기에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좌심실 이완기말 용적은 티카그렐러군이 등록 당시 54.7±12.2mL/㎡에서 6개월 추적관찰 후 54.2±12.2mL/㎡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클로피도그렐군은 54.6±11.3mL/㎡에서 56.4±13.9 mL/㎡로 증가했다. 단, 두 군간 좌심실 이완기말 용적 차이는 2.3mL/㎡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073).

그러나 좌심실 수축기말 용적은 티카그렐러군이 27.0±8.5mL/㎡에서 24.7±8.4mL/㎡로 유의하게 감소한 반면(P<0.001), 클로피도그렐군은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26.2±8.9→25.6±11.0mL/㎡; P=0.366). 두 군간 차이는 1.8mL/㎡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P=0.040). 

티카그렐러, 심부전 예방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은?

티카그렐러가 클로피도그렐보다 STEMI 환자의 좌심실 재형성을 더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티카그렐러가 좌심실 재형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안된 메커니즘(JACC Cardiovasc Interv 2020;13(19):2220~2234).
▲티카그렐러가 좌심실 재형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안된 메커니즘(JACC Cardiovasc Interv 2020;13(19):2220~2234).

먼저 티카그렐러는 클로피도그렐 대비 충분한 혈소판 억제효과(on-target)를 보이면서 PCI 후 혈전증 발생 위험뿐 아니라 심부전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티카그렐러가 평형화 뉴클레오시드 수송체-1(ENT-1)을 저해해, 급성 및 만성 염증과정을 약화시키는 세포와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혈중 아데노신 수치를 증가시켜(off-target) 심부전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근경색 장기 예후 개선·의료비 절감에 도움주는 결과"

본 연구에 대해 정영훈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티카그렐러 등 강력한 항혈소판제는 고전적 치료제인 클로피도그렐보다 괴사된 심장세포의 회복과정(healing process)에 영향을 미쳐 좌심실 크기 증가 및 심부전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과를 통해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PCI 후 허혈성 임상사건 및 심부전 예방에 티카그렐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재입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고 심부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심부전 예방에 사용하는 ARB, 베타차단제, 스피로노락톤 외에도 적절한 항혈소판제를 선택함으로써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심부전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에게는 심부전 예방을 위한 또 다른 무기가 생긴 것이다. 이번 결과에 따라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장기 예후 개선과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강력한 항혈소판제인 프라수그렐(에피언트)과 비교하지 않은 점은 이번 연구의 한계점"이라며 "향후 프라수그렐과 비교한 연구와 함께, 추적관찰 6개월 후 티카그렐러군과 클로피도그렐군의 변화를 평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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