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OVID-19 유행 시기에 새로운 단회 경구용 인플루엔자 치료제의 유용성'을 주제로 웨비나가 개최됐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인플루엔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해 정기석 교수(한림의대, 前질병관리본부장)가 강연한 후 심도 있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strong>정기석</strong> 한림대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한림대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인플루엔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플루엔자 감염환자가 COVID-19에 
 노출되는 경우 단순 인플루엔자가 낫지 않고  
 장기화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의 조기 투여는
 인플루엔자 관련  합병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orthomyxo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병원성을 띠는 주된 유형은 A형과 B형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개의 RNA를 포함하며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 HA),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 NA)로 이루어진 두 종류의 표지 항원 단백질을 발현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에는 18종의 HA 항원, 11종의 NA 항원의 조합에 의한 약 2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아형이 존재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대표 아형은 H3N2와 H1N1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 상피세포에 부착하여 침범하는 과정은 HA 항원에 의해 매개된다. 완성된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는 NA 항원이 작용한다.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항바이러스제인 oseltamivir, peramivir, zanamivir는 모두 NA 항원의 작용을 저해하는 기전을 가진다. 
 
인플루엔자의 유행 및 감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18년 유행한 스페인 인플루엔자를 시작으로 인간에게 전파되기 시작해 수십 년간 지속적인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왔다. 지난 100여년 간 수 차례의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일으켜 높은 이환율 및 사망률을 보여온 위험한 질환이다. 매번 새로운 아형의 발생 가능성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 유전자형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 현재까지도 완전한 치료법은 부재하다. 

인플루엔자는 직경 5마이크론을 초과하는 비말 또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에어로졸로 전파된다. 에어로졸의 이동 거리는 1 m 이내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기침 1회로 최대 5-6 m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감염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개 1-4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발현 시점부터 급격히 강력하게 발생하는데, 대개 환자는 특정 시점부터 열, 두통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또는 신속항원검사로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인플루엔자와 COVID-19가 동반하는 경우 선별이 어렵기 때문에 곧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면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진단에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침입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면역 반응 및 염증 매개체의 결과로 인한 발열, 기침, 구토, 설사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노출량이 많을수록 다양한 합병증을 비롯한 중증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 감염 직후 바이러스가 방출되기 시작하면 단 하루 만에 증상도 최고조에 이른다. 최대치 도달 후 증상 및 바이러스 배출이 모두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대개 8, 9일 후 소멸된다. 

한편 COVID-19는 인플루엔자보다 지속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인플루엔자와 달리 증상 및 바이러스 배출이 소멸되는 시점도 일정하지 않아 중도에 COVID-19에 노출되어 증상이 다시 시작된다면 단순 인플루엔자가 낫지 않고 장기화되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WHO를 비롯한 보건 당국에서는 다가올 인플루엔자와 COVID-19의 트윈데믹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플루엔자 합병증 발병위험이 높은 고위험 환자로는 만성 질환 환자, 5세 미만 소아, 고령, 임산부, 항암 요법 중인 환자, 장기 요양시설 입소자 등이 있다. 한국은 질환 관리가 상당히 잘 되는 국가 중 하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는 소아와 고령에서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제
매년 WHO에서 북반구 국가를 기준으로 유행이 예상되는 균주를 예측해 선정하면 백신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한편 국내의 65세 이상 백신 접종률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영국 다음으로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예방 백신의 효과가 100%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4-2005년도 예방 백신의 효과가 10%에 그쳤고, 효과가 높은 해에도 60%에 불과하다.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되어 있는 NA 항원 저해제의 효과를 살펴보면 치료 시 치료하지 않은 경우 대비 사망률이 19% 감소한다. 또한 조기 치료 시 치료하지 않은 경우 대비 사망률이 50% 감소하고, 늦게 치료한 경우 대비 52% 감소한다<그림 1>. 따라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최대한으로 볼 수 있는 증상발현 48시간 이내에 조기 투여하는 것이 인플루엔자 대응에 바람직한 방법이다.

"Baloxavir marboxil은 바이러스의 복제, 
 생산 자체부터 저해하는 20년 만에 개발된 새로운 기전의 항바이러스제로 
 가족 간 감염 등 주변 전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단 1회 1정 경구 투여만으로도
 인플루엔자를 보다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단 1회 투여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Baloxavir marboxil
Xofluza® (baloxavir marboxil)는 약 20년 만에 개발된 획기적인 항바이러스제 신약으로 단 1회 1정 복용만으로 추가 치료 없이 인플루엔자를 치료할 수 있다. Baloxavir는 핵 내에서 바이러스 RNA 복제와 관련된 RNA 의존 RNA중합효소(RdRP) 중 PA를 표적한다. 이에 따라 RNA 복제에 실패한 바이러스는 세포 내에서만 머물다가 자연사하게 된다. 기존의 항바이러스제가 NA 표면 항원의 작용을 저해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전이다. 이러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baloxavir는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형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일 2회 총 5일간 투여해야 하는 oseltamivir와 달리 단 1회 투여만으로 효과를 보이는 획기적인 약제이다.

Baloxavir의 효과와 관련하여 CAPSTONE-1 연구에서는 건강한 청소년, 성인 피험자를 대상으로 위약, oseltamivir, baloxavir를 투여한 후 비교했다. 추적 결과 baloxavir는 위약 대비 인플루엔자 증상을 1일 이상 빠르게 완화시켰다. 개발 당시 위약 대비 반나절 빠른 완화 효과를 보였던 oseltamivir와 비교해 보면 baloxavir의 1일 이상 빠른 완화 효과는 상당히 유의하다. 바이러스 검출 중단까지의 시간도 위약 대비 3일 감소시켜 가족 간 감염 등 주변 전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약인 oseltamivir와 비교했을 때에도 2일 더 줄였다<그림 2>. 이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통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억제한 결과로 생각된다. Oseltamivir의 경우 완성된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 반면 baloxavir는 바이러스의 복제, 생산 자체부터 저해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CAPSTONE-2 연구에서는 인플루엔자 합병증 고위험군 환자까지 포함하여 시행했고, 결과는 CAPSTONE-1 연구와 유사했다.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baloxavir는 인플루엔자 증상을 위약 대비 1일 이상 빠르게 완화시켰으며 바이러스 검출 중단까지의 시간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baloxavir는 oseltamivir와 달리 체내 바이러스 수치도 유의하게 낮췄다. 그 밖의 합병증 발생률, 이상사례 등을 고려할 때도 baloxavir는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

요컨대 baloxavir는 빠른 증상 완화, 바이러스 검출 중단까지의 시간 감소, 위약과 유사한 우수한 내약성 등의 장점을 가지는 혁신적인 항바이러스제이다. RNA 중합효소의 작용을 저해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며 경구 단회 복용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해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바이러스 전파를 효과적으로 줄이므로 감염 전파 확률이 높은 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에서 신속하게 바이러스 부담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유용한 약제가 될 것이다.

  Q&A  
Q. Baloxavir의 바이러스 배출 억제 효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 배출되어 전파되고 전신 바이러스혈증(viremia)까지 이어지는 것을 baloxavir가 위약 대비 2일이나 감소시켰기 때문에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real-world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임상 데이터들을 근거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기존약보다 우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연구에서 baloxavir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A. 고위험 환자에서도 건강한 피험자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바이러스 배출 및 증상을 위약 대비 1일 이상 빠르게 완화시켰고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Q. 바이러스 배출 기간을 단축한다면 권고 격리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까?
A. 인플루엔자의 경우 해열 후 24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등교 등 일상생활에 제한이 있습니다. Baloxavir가 바이러스 배출기간을 단축하게 되면 기존 권고 격리기간에서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48시간 이내 baloxavir 복용은 감염 기준인지 증상 발현 기준인지요? 만약 48시간 이후 복용한다면 효과가 없습니까?
A. 증상 발현 기준입니다. 인플루엔자는 COVID-19와 달리 증상이 없다면 진단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검사 자체가 증상이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약을 쓸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판단컨대 48시간 이후에 써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후에도 잔여 바이러스가 있다면 항바이러스제를 쓰는 것이 당연히 치료에 도움될 것입니다.

Q. 실제 임상에서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를 baloxavir로 선제 치료한 후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 COVID-19 선별 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A. Baloxavir는 인플루엔자 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검사 없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인플루엔자 단독 치료보다는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중 COVID-19 환자가 얼마나 혼재되어 있을 것인가입니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에 baloxavir를 선제적으로 쓰는 것이 가능하고 baloxavir 사용이 COVID-19 진단 감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반 감염 환자에서는 조기 치료를 통해 증상을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그러나 만약 인플루엔자가 아닌 COVID-19 단독 감염 환자라면 바로 약제를 사용할 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Q. Baloxavir 처방 시 인플루엔자 진단 키트 검사가 필수적입니까? 의사 진단만으로 처방이 가능합니까?
A. 비급여이기 때문에 키트 검사가 필수는 아닙니다. 인플루엔자 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증상으로 의심되면 인플루엔자에 준해 baloxavir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급여로 청구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이 가능하면 얼마든지 처방할 수 있습니다.

Q. Baloxavir 사용 금기 사항이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A. 연령 금기가 있어 청소년기 이하의 소아 환자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연령 외의 금기 사항은 없습니다. 어떤 환자든 간에 인플루엔자가 확진된다면 기저 상태에 관계없이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우선시 합니다. 심각한 이상사례는 따로 보고된 것이 없고, 안전성에 관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oseltamivir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판후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자료 축적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oseltamivir와 특별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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