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빛고을전남대병원장, 류마티스내과 교수)
대한류마티스학회·대한감염학회 '한국인 AIIRD 환자에서의 백신접종 진료지침' 개발
이신석 기획이사 "류마티스질환자, 감염질환에 취약하므로 적절한 예방접종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류마티스질환은 면역체계의 조절장애로 인해 다양한 전신기관을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질환 자체의 고통에 더해 감염질환에 취약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이 필요하지만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의 예방접종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접종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예방접종은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류마티스학회는 국내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의 시의적절한 예방접종을 위해 대한감염학회와 함께 '한국인 자가면역 류마티스질환 환자에서의 백신접종 진료지침'을 처음으로 공동 개발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21~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대회(KCR 2020)에서 진료지침의 주요 내용을 발표한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빛고을전남대병원장,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만나 진료지침의 개발 배경과 중요 메시지를 들어봤다. 

- 진료지침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2017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됐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라고 하더라도 의료에 대해 모두 보장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백신의 경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인이 부담하는 부분이 크다. 실제로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후 어떤 인구에게 예방접종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위험인자가 있는 인구, 취약계층, 면역질환이 있는 인구 등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어떤 백신을 어떤 인구에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대한감염학회와 협업해 감염질환에 대한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취약성과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류마티스질환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다른 질환에 비해 심각성과 사망률이 높다.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감염질환에 취약한 만큼 적절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 예방접종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인식은 어떤가?

의료진은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이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 예방접종을 권고하더라도 환자들이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의 예방접종률이 상당히 낮다.

- 환자들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류마티스질환은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험요소들이 진정돼야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두 번째는 최근 류마티스질환 치료전략에서 'Treat to Target'이 강조되면서, 치료목표를 정한 후 적극적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치료목표를 명확히 설정해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면역억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구체적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약해 면역억제가 지나치게 나타나면 감염에 취약해진다. 그렇다고 면역억제가 잘 되지 않으면 질병활성도 조절이 안 된다. 최근에는 면역억제를 강하게 하다 보니 감염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세 번째로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등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 동반질환이 굉장히 많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감염질환에 훨씬 취약한 상태가 되면서 예방접종에 적극적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 신약이 많이 개발돼 질환 자체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과거보다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의료진은 환자를 20~30년 동안 진료한다는 판단하에 장기적으로 예방접종을 권장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질병활성도 조절이 중요한 문제지만, 길게 보았을 때 감염질환도 큰 문제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기획이사.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진료지침에서 주목해야 할 권고안은?

의료진은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백신 예방접종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백신을 접종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료지침에서 가장 처음 언급한 권고안 중 하나가 환자의 예방접종력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학회는 앞으로 예방접종 체크리스트 등을 개발해 환자와 가족들이 예방접종력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상담받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폐렴사슬알균 백신은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을 먼저 접종하고 23가 다당류 백신(PPSV23)을 접종하도록 했다. 접종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PPSV23 후 PCV13을 접종하면 면역원성이 떨어지고 항체가 잘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PCV13 후 PPSV23을 접종하면 부스터 효과(booster effect)로 면역 항체가 더 잘 생성된다. 

지침에서는 폐렴사슬알균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PCV13을 먼저 1회 접종하고 최소 8주가 지난 후 PPSV23을 1회 접종하며 이후 5년이 지났을 때 PPSV23을 추가로 1회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 환자 외 가족과 돌봄 제공자도 일반적인 예방접종을 받도록 권고했다. 이유는?

코로나19(COVID-19) 사례로 알 수 있지만 밀접 접촉자로 인해 감염질환의 전파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가족과 돌봄 제공자도 똑같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정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성인 예방접종 스케줄을 따르면 된다.

- 진료지침의 한계점과 개선방향은?

진행된 연구가 많지 않아 권고안의 근거 수준이 낮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이는 류마티스질환 뿐만 아니라 모든 예방접종 진료지침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 계획은 진료지침을 5년 단위로 대한감염학회와 함께 개정할 방침이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되더라도 이번 지침과 마찬가지로 근거 수준이 낮을 것이다.

- 류마티스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예방접종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의료진의 의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이에 필요성을 느끼고 공감해야 하고, 정부도 마찬가지로 이를 도와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은 굉장히 중요하다. 

의료진은 상대적으로 질환과 예방접종 등에 대한 정보의 양이 많지만 환자들은 부족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공감하고 상의해 의사결정하는 프로세스, 즉 'Shared Decision Making'이 중요하다.

단순히 미래에 발병할지 모르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권유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은 환자와 소통하고 상의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지침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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