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재호 의원 의료법 개정안 통해 CCTV 설치 의무화
요양병원계·의료계, 환자 및 의료진 인권침해 우려
병실 아닌 병원내 CCTV 설치는 필요성 인정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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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요양병원계가 그동안 많은 자정노력과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주요 원인 및 향정신성 의약품 과다 처방 등 뭇매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낙상 사고 및 욕창 악화 등 환자 안전 및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요양병원 병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까지 발의되면서 요양병원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최근 요양병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부적절한 진료가 있거나 방치된 경우라도 치매 등으로 인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 보호자 역시 이를 인지하기 어려워 부적절 진료를 예방하고 환자 및 보호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은 입원환자의 보호자에 대해 의약품 투여내역 등 진료에 대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요양병원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해당 영상자료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부적절한 진료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에 앞서 지난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전국 노인요양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 및 환자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제도 확대 및 CCTV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 대상 당사자인 요양병원계와 의료계는 환자 및 의료진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난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고위험군 노인 환자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박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인권침해와 다른 종별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계는 병실이 아닌 병원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 병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관계를 저하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며 "극히 일부의 일탈과 환자 및 보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환자의 인권 및 선량한 다수의 의료진 인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설치 및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며 "병실 내 CCTV는 공익보다 개인의 권리침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기관 종별 보고현황
보건의료기관 종별 보고현황

요양병원은 단순히 치매환자 및 의식이 없는 고령환자의 입원 뿐만 아니라 젊은 환자,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환자 등이 함께 입원해 있다.

요양병원 병실에서 기저귀 교체, 환복, 회음부 처치, 목욕 보조 등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민감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어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의료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병원 로비, 복도 등에는 CCTV 설치가 가능하고, 병원 입장에서도 자발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면서도 "병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A 요양병원 관계자는 "CCTV를 설치해 요양병원 내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CCTV를 요양병원에만 설치해서는 안되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CCTV를 설치해야 형평성이 맞을 것 같다"며 "요양병원이 다른 종별의 의료기관보다 사고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더 크지도 않다"고 항변했다.

2019년 환자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14개 보건의료기관 중 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다음으로 사고 보고 건 수가 많았다.

이는 요양병원이 환자안전을 위한 활동이 활성화돼 있고, 보고시스템도 상대적으로 잘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사고종류별 보고 현황에 따르면, 낙상이 가장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과 비교해 요양병원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도 아니라는 것이다.

요양병원계는 의료사고에 대한 전반적인 통계를 추가로 고찰할 필요가 있으며, 요양병원의 의료사고의 빈도가 다른 종별보다는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기관 종별 분쟁 접수 현황
보건의료기관 종별 분쟁 접수 현황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019년 보건의료기관 종별 분쟁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540건, 종합병원 773건, 병원 570건, 요양병원 60건, 의원 552건 등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요양병원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도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은 "의료인과 환자 및 보호자 간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며 "시설 투자에 대한 요양병원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상태에서 환자 및 보호자 불안감 해소의 책임을 전적으로 모든 요양병원에 전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CCTV 설치 의무화는 인권 및 초상권, 개인정보 등의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CCTV 설치는 인권 제반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단순히 환자 불안감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요양병원 시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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