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GMP 실태조사 PIC/S 보고서 미제출 품목도 전면 서류평가 심사 적용
"조금 더 어려운 과정인 것은 분명" VS "제출 서류 늘어나는 것 아니기에 큰 부담 없어"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개선 필요성 대두…정부는 기반 확대 의지 보였으나 업계는 '글쎄'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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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의 종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원활하지 못한 의약품 수입·공급 및 허가를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우려가 상존하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 제조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생략하고 전면 서류평가 결과를 토대로 심사하겠다고 했지만, 업체와 식약처 모두에게 더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부터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게 식약처의 의지만 갖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탄식까지 다양한 것.

식약처 의약품품질과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련한 '수입의약품 사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평가 3차 개편방안'을 제약업계에 전달했다.

이는 한시적인 개편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지난 2월 25일부터 시행한 1차 방안과 7월 23일을 기점으로 실시된 2차 방안에 이어 세 번째로 적용된 방안이다.
 

1·2차 방안으로 부족…3차에서 전체 품목에 대해 서류평가

그간 식약처는 의약품등 품목별 사전 GMP평가 운영에 있어서 제출자료 11종의 서류평가와 현장 실태조사를 원칙으로 했다(2016년 12월~).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1차 방안으로 제제(무균/비무균)와 제조소 특성 및 국가 제한 없이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보고서 제출 시 현장 실태조사를 생략하고 서류평가를 실시하도록 방침을 내렸다(2020년 2월 25일~). 

이어 2차 방안에서는 1차 방안에 따라 실태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민원 중 PIC/S 외 규제당국 실사보고서 및 실사결과 미흡사항에 대한 조치결과 등이 적절한 경우 실태조사를 생략하도록 했다(2020년 7월 23일~).

마지막으로 이번 3차 방안 내용에 따르면 식약처는 PIC/S 보고서 등을 미제출한 품목을 포함해 전체 품목에 대해 서류평가 결과로 적합·부적합을 판정할 방침이다(2020년 10월~).

즉, 1·2차 방안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속, 원료의약품의 보고서 미제출 품목마저 누적되고 민원처리가 장기화 돼 식약처로서는 평가 방식을 점차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외에 'GMP 평가 운영지침'에 따른 실태조사 대상품목은 '약사법 제69조의5'에 따른 '해외제조소 사후 실태조사 대상 업체'에 우선 선정한다.

단, DMF(등록대상원료의약품) 제조증명서 민원의 경우에는 GMP 자료 제출이 의무가 아니나, 실태조사를 대체하기 위해 11종 자료를 요구하는 방안을 유지한다.  
 

"업체와 식약처 모두에게 어려운 일" VS "전면서류 큰 부담 없다"

이와 관련 일부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업계의 현실을 많이 배려한 것 같다'는 긍정적인 평을 내리긴 했으나, 현지실사를 제외하고 서류검토만 할 경우 업체와 식약처 양측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요소도 있다며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을 함께 보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서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식약처와 회사 모두에게 조금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공무원이 해외 제조소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생기는 의문점들을 현지에서 바로바로 묻고 그 즉시 확인해야 하는데, 서류로만 검토를 하게 되면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을 듣는 과정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서류로만 평가하면 식약처 직원과 업체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현지 실사보다 원활하지 못한 면이 있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개인적인 경험상 회사 입장에서도 현지실사보다 서류검토만 하는 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현지실사를 통해 평가하든, 서류평가만으로 평가하든, 기본적인 제출 및 검토 서류는 동일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출장을 가서 확인하던 것을 서류평가로 하는 것이고 100개의 신청이 200개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며 "현장에서 평가하는 부분이 있어서 장단이 있을 뿐 식약처 직원의 업무가 많아져 과부하가 걸릴 일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개선 필요성 대두
식약처, "관리체계 방안 강구하겠다" 피력

이와 별개로 원료의약품을 충분히 자급하지 못하는 국내 현실을 코로나19가 더욱 눈에 띄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최근 발간한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도는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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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31.8%, 2015년 24.5%, 2016년 27.6%, 2017년 35.5%, 2018년 26.4%였다.

아울러 원료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체(intermediates)와 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 활성의약품원료)는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2018년 기준으로 33%를 중국에서, 9.5%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 원료의 약 74%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공급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료의약품 공급처의 다양화나 필수 원료의약품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감염병 등의 사태가 재차 발생 시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완제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느니 원활한 공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상사태 시 국가 간 교역이 중단되면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 펜데믹이 증명했다며 보건당국에 대비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식약처는 원료의약품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 기반 확대 및 사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자급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식약처는 서면답변을 통해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협의해 원료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대책과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관리체계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필요한 경우 정책연구 등을 실시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기술력이 없어서 자급화 못 하는 게 아냐
해외 대비 규모의 경제 밀려 단가 맞지 않아

문제는 원료의약품 국산 자급화를 위한 식약처의 이 같은 의지에 국내 제약업계가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산화를 통해 자급자족하고 수출까지 이뤄내면 금상첨화이나, 아직까지 해외 원료 수출이 원활한 국내 기업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수요만 표적해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기에는 기업 리스크가 크다는 게 시큰둥한 핵심 이유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선진국에 준한다고 하지만 의약품으로 따지면 전 세계 의약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며 "인도나 중국은 규모로 밀어 붙여서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국내 기업은 그렇지 않아 원료 가격차이가 많이 나 쉽사리 자리 잡기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출 지원금을 주는 것이 통상압력 때문에 안 된다면 전문인력 고용지원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해외시장을 바라볼 만큼의 충분한 인력을 갖추려면 비용이 필요한데 제약회사나 원료회사나 당장의 문제 때문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제네릭 과다경쟁 등에 내몰려 매년 도태 여부를 걱정하는 국내 제약사는 정부의 바이오강국 육성 의지가 공염불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 구조상 많은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워 GMP문서관리 등의 소프트웨어 측면이 부족한 것도 자급화가 힘든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기술력이 없어서 자급화를 못하는 게 아니다. 당장 규제만 늘고 약가는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료의약품 자급까지 바라보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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