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
2020년 학회 창립 20주년 맞아 퀀텀 점프 토대 마련 위해 노력
"정신건강의학과에도 치매학회 개방해 함께 연구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 19(COVID-19)가 길어지면서 신경과 의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고려대 안암병원 박건우 교수(신경과)도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요양병원 등 병원에 있는 치매 환자가 가족 면회가 막히면서 건강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박 이사장은 "우리 병원에 이송돼 오는 치매 환자들 상태가 이전보다 나빠져 오고 있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가족이나 외부인 접촉이 완전하게 통제되면서 생긴 부작용 같다. 아무래도 보호자만큼 환자를 세심하게 보는 사람이 줄면서 생긴 일 같다"고 우려했다.

"학회가 퀀텀 점프할 수 있도록 토대 닦겠다"

코로나 19가 번지가 시작한 4월 학회 운영을 시작한 그는 그저 막막했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물론 미팅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안갯속에서도 빛은 있기 마련. 그는 이 기회에 학회의 내실을 다지고, 정비하는 기회로 학회 운영 방향을 잡았다.

"학회 수장으로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획은 물론 만남조차 편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학회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오는 2022년 학회 창립 20주년이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학회가 비약적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이다"

학회 내실을 다지는 첫 번째 시도로 그는 학회 운영을 이사회에 권한을 위임하고, 이들이 중심이 되도록 개편했다. 또 대한치매학회지(Dementia and Neurocognitive Disorders, DND)가 SCIE에 등재되도록 좋은 논문을 유치하고, 리뷰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pub med에서 DND 검색은 가능한 상태라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임기 안에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학회 구성원에 대한 변화도 시도한다. 신경과 의사 중심의 회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기초의학 등 다른 직역의 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한껏 개방하겠다는 것. 

그는 "현재 치매학회의 주요 구성원은 신경과 의사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치매학회에 참여하는 걸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문제는 실제 임상에서 정신건강의학과가 약 30% 치매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과 의사는 물론 기초의학을 하는 분들도 치매학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함께 치매를 연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19가 준 웃지 못할 위안이라면 온라인 강의에서 접속자 숫자가 평소보다 늘었고, 신경과 이외의 타 진료과 의사도 온라인 강의를 많이 듣고 있는 점이라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작은 규모의 온라인 보수교육이나 세미나를 자주 열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개원할 수 있는 진료과로 변신 위해 노력

모든 학회가 그렇듯 치매학회도 젊은 연구자를 확보해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젊은 연구자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수련과 연구, 다학제 위원회 등을 통해 교육과 수련 지침을 마련하고, 국내는 물론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동기부여를 위해 연구비 포상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유인 요소가 없는데 의사의 사명감을 호소하면 안 된다"는 뼈 있는 얘기도 꺼냈다.

신경과는 물론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등 개원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데, 정부가 의사의 사명감을 강조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환자 보호자와 상담을 오랫동안 한다. 하지만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개원하기 어렵다"며 "치매를 전공한 신경과 의사도 개업할 수 있도록 치매 환자 보호자 상담료 신설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배 의사들이 개업해 성공하는 사례도 만들고 있다. 최근까지 아주대병원에서 신경과 교수로 근무하다 개원한 한 회원과 같이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이 회원과 치매를 타이틀로 내 건 개원이 가능할지, 이 모델이 맞는지 등을 학회와 논의하면서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초기 단계에 개입해야 치료에 효과적"

그는 정부가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치매에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고마울 정도라고 했다. 또 정부가 초기에 개입해 치매가 더 발전하지 않도록 더 많은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치매 관련 약물들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은 것은,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주장. 따라서 치매가 발현되기 이전에 개입해 치매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행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노인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는 "많은 의사가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필요는 없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치매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고 진료하고, 좀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치매를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에게 보낼 수 있는 눈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