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R 2020] 대한류마티스학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 권고안' 발표
4개 일반원칙·9개 권고안으로 구성…스테로이드·DMARD 등 개별 약제에 대한 권고안 마련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은 면역체계의 이상이 발생해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등을 동반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환자군이라는 점에서 환자 관리를 위한 진료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백한주 의료정책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 권고안'을 21~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대회(KCR 2020)에서 23일에 발표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백한주 의료정책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 권고안'을 21~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대회(KCR 2020)에서 23일에 발표했다. <KCR 2020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진료지침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임상에서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전략에 대한 4개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s)과 9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백한주 의료정책이사(가천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 권고안(Recommendations for the management of patients With systemic rheumatic diseas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을 21~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대회(KCR 2020)에서 23일에 공개했다.

류마티스질환, 중증 코로나19의 위험요인

일반원칙은 총 4개로 구성됐다. 가장 강조한 것은 류마티스질환은 중증 코로나19의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류마티스질환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면 즉각적인 검사를 시행하도록 주문했다.

또 의료진은 환자와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류마티스질환 환자를 치료할 때 질환 상태, 동반질환, 코로나19 감염 여부 등을 고려하도록 강조했다. 

아울러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적 조치에 대한 정보를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코로나19 환자, 스테로이드·HCQ·설파살라진·IL-6 억제제 제외하고 중단

일반원칙에 이어 9개의 권고안은 류마티스질환 약물에 대한 개별적인 권고안으로 구성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약물에 앞서 먼저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독립된 개별 공간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금연해야 하며,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도록 적극 권고했다.

진료지침에서 제시한 9개 권고안.
▲진료지침에서 제시한 9개 권고안. <KCR 2020 온라인 강의 화면 캡처>

이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안정적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현재 투약 중인 스테로이드, 항류마티스제(DMARD), 다른 면역억제제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개별 약제의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는 적응증에 해당한다면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으나 중증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는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스테로이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활동성 류마티스질환 환자라면 필요한 최소 용량을 투약하면서 조절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일지라도 현재 투약 중인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중단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전통적인 항류마티스제(csDMARD)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활동성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환자라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파살라진을 제외한 csDMARD를 잠시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bDMARD)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활동성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 투약 가능하나, 감염 환자라면 IL-6 억제제를 제외하고 bDMARD를 잠시 중단하도록 제시했다.

소분자 화합물로 알려진 표적 합성 항류마티스제(tsDMARD)는 코로나19 대유행하는 동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치료가 있다면 tsDMARD 투약을 연기하도록 권유했다. tsDMARD로 치료 중인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다른 약제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잠시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골다공증 환자는 데노수맙으로 치료 중이라면 계속 투약하도록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질병 상태와 약물 독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 방법과 기간은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백 정책이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향후 약물치료를 결정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조기 진단과 배제가 중요하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안정적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현재 치료를 유지하고, 활동성 환자는 tsDMARD를 제외한 경우 적응증에 해당한다면 약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스테로이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파살라진, IL-6 억제제를 제외한 면역억제제 투약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며 "이번 지침은 새로운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기 전까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를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CR 제외한 '설파살라진'…국내 권고 이유는?

국내 진료지침이 발표되기에 앞서 미국류마티스학회(ACR)과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등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류마티스질환 환자 관리를 위한 진료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차이가 있다면 ACR은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설파살라진 투약을 중단하도록 권고했지만, 우리나라는 제외하지 않은 점이다.

그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일부 약물에 대한 지침이 국가 간 차이가 있다"며 "ACR은 설파살라진이 약간의 면역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정하에 코로나19 감염 시 중단하도록 했지만,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도 설파살라진 권고에 대해 고민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설파살라진을 투약해도 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는 경우 코로나19 임상 증상이 가려져(masking) 코로나19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의료진은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어야 하며, 류마티스질환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받도록 권유해야 한다는 게 백 정책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스테로이드 사용 시 코로나19 증상이 가려져 진단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스테로이드를 투약 중인 환자는 발열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면 검사받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며,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증상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에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낮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재까지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며 "코로나19 감염 시 투약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용량은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치료용량보다 2~3배 더 높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해야 한다면 감염내과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올리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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