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77개소 중 55개소 임용 대기제도 시행
임용시점을 '병원 재량'이라고 명시한 병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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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국공립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4개소의 간호사 모집정원 대비 실제 임용 발령률이 평균 67%에 불과하고, 채용이 확정됐음에도 현장에 발령될 때까지 9~12개월 대기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77개소 중 71%인 55개소가 임용 대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24개소의 경우에는 10명 중 6명만 현장에 발령됐다.

한 국립대학교병원의 실제 임용률은 겨우 17%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채용이 확정됐음에도 병원에 실제 입사하여 근무를 시작할 때까지 무기한 대기발령 상태로 있는 간호사를 의료현장에서 이른바 '대기간호사'라고 부른다. 

간호사 이·퇴직률과 임용 중도 포기율이 높아 결원이 자주 발생하자, 대형종합병원은 인력을 긴급히 충원하기 위해 대기간호사 수를 2~3배까지 증원하는 대규모 채용을 연중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간호사 지망자들이 대형종합병원에 채용됐지만, 실제 현장에 임용될 때까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대기하는 실정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간호사 중 56%가 채용 후 발령까지 9~12개월, 20%는 6~9개월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실이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국공립대학병원 24곳의 채용공고를 확인한 결과, 많은 병원이 채용 후 임용까지 대기기간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명시했다.

심지어 한 국립대병원은 최대 3년까지 임용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공고했고, 최대 대기기간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병원 재량'이라며 불명확하게 공지한 병원도 있었다.

24개소 중 절반 이상인 14개소가 오랜 기간 임용 대기기간을 두면서도 신규 간호사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수습직으로 채용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대기간호사제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통해 '신규 간호사 대기순번제 근절 가이드라인'을 제정·권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가이드라인은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복합격과 임용포기 인원을 최소화해 유휴인력 발생을 줄이고자 올해 서울의 5개 대형병원이 간호사 채용 시 동시면접을 실시했지만, 이는 오히려 신규 간호 지망생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치며 대기간호사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22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영애 중소병원간호회장은 "면허를 취득하고 당장 병원에서 근무해야 하는 신규간호사가 대형병원에 취업됐음에도 1년, 2년을 대기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사회적으로 전문 인력을 보호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개월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대형병원의 발령일을 기다리는 간호사들은 불안한 마음에 중소병원에서 근무한다"며 "대형병원에서 대기간호사로 부족한 인력을 긴급 충원하면, 중소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들이 '응급사직'을 하게돼 중소병원에도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대기간호사제를 비롯해 간호계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며 "간호협회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대기간호사제는 태움뿐만 아니라 신규 간호사의 청년실업과 지역별·병원 종별 간호사 수급불균형을 조장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도 위협하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대기간호사제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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