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 적정성 인정…조건부 급여 인정 품목
전문가들, 급여화 여부 떠나 시장 파급력·영향력 타미플루 이상 예상

조플루자 이미지.
조플루자 이미지.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인플루엔자 치료제의 루키로 각광받는 조플루자(성분 발록사비르마르복실)가 '조건부 급여 적정성 인정'이라는 성적표를 통해 급여화 언덕 위로 고개를 내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여화 여부를 떠나 복용 편의성 등에서 강점을 지닌 조플루자가 타미플루(성분 오셀타미비르)와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 이상으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 원활한 처방권 진입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로슈의 조플루자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국내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조플루자는 타미플루를 잇는 광범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 타미플루 내성균, 인플루엔자 A형·B형 등을 모두 치료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20여년만에 개발된 새로운 작용 기전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 산성 엔도뉴클레아제(polymerase acidic endonuclease)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복제 초기 단계부터 증식을 미연에 방지한다.

특히, 한 때 독감 유행 시 공급대란까지 우려해야 했으나 부작용 이슈와 2017년 특허 만료 후 수많은 제네릭의 출시를 겪은 타미플루의 한계를 털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조플루자는 5일 이상 경구 복용하는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들과는 달리, 단 1회 경구 복용만으로 인플루엔자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앞서 조플루자의 임상연구 CAPSTONE-1을 보면 조플루자를 투여한 환자들은 위약군 대비 증상개선 속도가 빠르고 체외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기간도 빠르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증상 완화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위약군에 비해 26.5시간 빨랐으며 바이러스 수치 감소효과는 24시간(약 1일)만에 바이러스 검출 환자 비율을 절반까지 줄인 것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중증환자 복합치료와 관련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나, 의료인 입장에서 급여가 아니더라도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 사용자 중에서 증상 호전이 잘 안되는 환자에게 사용해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전문가들 '오매불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2020년 제10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조플루자정 40mg의 요양급여 적정성을 심의했다.

심의결과는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 인정'으로 나왔다.

사실상 가격의 문제일 뿐 급여의 적정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간의 문제이지 시장 파급력에서는 기존 치료제들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조플루자의 효과·효능은 이미 밝혀져 있어 개원가에서도 처방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급여권 진입과 약제 내성을 떠나 올해는 코로나19(COVID-19)와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칠 가능성이 높으니 예외 사용으로 오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타미플루는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과 함께 복용법이 조플루자에 비해 불편하다"며 "급여권에 진입하든 안하든 치료제 시장에서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교수 또한 코로나19 탓에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급여와 관계없이 처방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조플루자 점유율이 40%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케팅 방법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급여가 안 된 상태에서도 여러 장점 때문에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처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플루자는 일부 종합병원의 약사위원회를 통과해 처방권 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한국로슈가 종근당과 계약을 체결해 유통과 영업·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타미플루 이후에 주사제이긴 하나 페라미플루의 성공사례로 봤을 때 조플루자의 시장 잠식력은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페라미플루가 나왔을 때도 타미플루에 불편함을 느끼던 환자들을 중심으로 활성화 된 바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출시된 페라미플루는 인플루엔자 A·B형 모두 적응증을 갖고 있으며 특히, 15~30분간 1회 정맥 투여만으로 치료가 가능해 5일간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보다 편의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페라미플루 처방 환자는 6만 7518명으로 전년 1만 5491명 대비 4배가 넘게 늘었다. 

그는 이어 "페라미플루의 성공사례로 봤을 때 조플루자는 페라미플루를 비롯해 타미플루 이상으로 편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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