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장 점막 재표면술, 제2형 당뇨병 혈당 조절·인슐린 치료 중단 가능성 제기
네덜란드 Suzanne Meiring 교수 "대사증후군 치료에 게임체인저 될 것"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 "장기간 유효성·안전성 입증 필요…게임체인저 가능성에는 부정적"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을 내시경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열린 국외 학술대회에서는 내시경시술인 십이지장 점막 재표면술(duodenal mucosal resurfacing, DMR)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인슐린도 중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공개됐다.

DMR인 Revita® 시스템. DMR은 콘솔과 새로운 일회용 풍선 카테터(single-use balloon catheter)로 구성됐다. 콘솔은 시술 모니터링에 사용하며, 의료진은 카테터를 이용해 십이지장에 접근해 DMR을 진행한다. 개발사인 미국 프랙틸 래보라토리스(Fractyl Laboratories)사 홈페이지 갈무리.
▲DMR인 Revita® 시스템. DMR은 콘솔과 새로운 일회용 풍선 카테터(single-use balloon catheter)로 구성됐다. 콘솔은 시술 모니터링에 사용하며, 의료진은 카테터를 이용해 십이지장에 접근해 DMR을 진행한다. 개발사인 미국 프랙틸 래보라토리스(Fractyl Laboratories)사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외국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비침습적인 시술로 치료할 수 있어 DMR이 당뇨병 치료의 '게임체인저'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대다수 연구가 단기간으로 진행돼 장기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며 항당뇨병제와 비만대사수술 등을 대체할 정도로 유용성이 큰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DMR, 침습 최소화한 내시경시술…십이지장에 열수 주입해 치료

Revita® 시스템으로 불리는 DMR은 침습을 최소화한 내시경시술이다. 십이지장 점막 표피를 열수로 절제(hydrothermal ablation)한다. 이를 통해 병적인 세포들로 구성된 표면조직을 사멸시키고 새롭게 정상적인 세포로 구성된 점막재생을 유도한다. 이 시술은 미국 프랙틸 래보라토리스(Fractyl Laboratories)사가 개발했다.

DMR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십이지장의 문제 때문에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기본이 된다. 십이지장에서 분비되는 항인크레틴(anti-incretin)에 의해 포도당대사의 문제가 나타나므로 이 부위를 우회하면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팀이 비만하지 않은 당뇨병 모델 쥐를 이용해 십이지장과 상부공장을 우회하는 십이지장공장우회술(duodenum jejunum bypass, DJB)을 진행한 결과, 포도당대사 개선이 확인됐다(Ann Surg 2006;244(5):741~749).

이후 내시경을 이용해 영양소가 투과되지 않는 튜브형태의 구조물을 넣어 십이지장과 상부공장에서 음식물 소화·흡수를 막는 '내강소매(endoluminal sleeve)'가 개발됐고, 혈당이 좋아지며 체중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튜브 고정 문제와 유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후 십이지장을 열수로 절제하는 DMR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내분비내과)는 "십이지장은 주름이 많아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이 굉장히 넓다. 이를 열수로 평평하게 만들면 영양소가 거의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개념의 시술이 DMR"이라며 "DMR은 십이지장의 세포가 사멸할 정도의 약간 뜨거운 물을 주입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시술로, 혈당이 개선되고 체중도 조절된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당화혈색소 조절부터 인슐린 중단까지 가능?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DMR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 2016년에 처음 발표됐다. 

한 가지 이상의 항당뇨병제를 복용 중이고 당화혈색소가 7.5% 이상인 당뇨병 환자 39명에게 DMR을 진행한 결과, 6개월째 평균 당화혈색소가 1.2% 감소했다.

DMR 진행 시간은 약 60분이고 환자는 시술 후 당일 퇴원할 수 있어 비만대사수술과 비교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Diabetes Care 2016;39(12):2254~2261). 

이와 함께 체중 감량과 관계없이 항당뇨병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체질량지수(BMI) 24~40kg/㎡인 당뇨병 환자 36명이 포함된 다기관 오픈라벨 연구에서 DMR 치료 24주 후 당화혈색소가 0.9%, 공복혈당이 1.7mmol/L 감소했고, 인슐린저항성 지표인 HOMA-IR이 개선됐다. 체중은 2.5kg 줄어 큰 감소는 없었다. 이 같은 효과는 12개월까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Gut 2020;69(2):295~303). 

올해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0)에서는 DMR이 당뇨병 환자의 공복혈당뿐 아니라 인슐린저항성과 췌장 베타세포 기능을 유의하게 개선시킨다는 REVITA-2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11~1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럽소화기학회 연례학술대회(UEG 2020)는 DMR로 인슐린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결과도 공개됐다.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와 인슐린을 투약 중인 당뇨병 환자의 75%가 DMR 후 6개월 이내에 인슐린을 중단한 것이다. 당화혈색소는 시술 후 6개월째에 7.5% 이하로 낮아졌고 12개월째에는 6.7%까지 조절됐다.

긍정적인 결과에 따라 외국에서는 DMR이 당뇨병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병원 Suzanne Meiring 교수는 "GLP-1 제제를 투약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DMR을 받은 당뇨병 환자는 혈당과 대사건강이 개선될 뿐 아니라 인슐린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다"며 "대사증후군 치료에 DMR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협착 보고돼…안전성 확인되지 않은 시술 할 이유 없어"

그러나 DMR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재로서 게임체인저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의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장기간 유효성과 안전성이다. 

대부분 DMR 임상시험은 6~12개월간 진행돼 시술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는지 알 수 없다. DMR은 비만대사수술과 달리 해부학적 구조 변화 없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만대사수술은 장기간 당뇨병 관해(remission)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됐다. 또 DMR 후 점막이 회복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시술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안전성 측면에서도 시술에 따른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 

조 교수는 "DMR 후 십이지장 협착이 발생한 환자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DMR은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임상에서 진행할 수 있는 쉬운 시술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안전성 이슈가 있기 때문에 승인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DMR을 약물요법과 비만대사수술의 중간 단계 치료로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약물요법이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최근 릴리에서 GLP-1과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인 티제파티드(tirzepatide)가 개발됐다. 임상에 도입된 GLP-1 제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고 보고된다"며 "체중을 10~20kg 감량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가 등장한다면 부작용을 알지 못하는 시술을 할 이유가 없다. DMR이 당뇨병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DMR의 유효성을 대규모 당뇨병 환자군에서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샴시술 대조군 연구인 REVITA-T2Di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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