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 페린젝트, 고용량 철분제로는 제도권 첫 탑승 유력…혈액 부족 대체재 부각 가능성
전문가들, "수혈적정성 평가와 맞물려 타이밍 적절…의료기관에 피할 수 없는 흐름 될 것" 예상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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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페린젝트가 급여화의 첫 문턱을 통과하면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고용량 철분제인 페린젝트는 그간 무수혈 수술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는 약제로 지목되곤 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2020년 제10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한 결정신청 약제 6건의 요양급여 적정성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JW중외제약이 지난 2012년에 출시한 철분주사제 '페린젝트주(카르복시말토오스수산화제이절착염)'이다.

페린젝트는 경구용 철분제제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복용이 불가능한 철 결핍환자에 필요한 고용량 철분 주사제로, 앞서 경제성 등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두 차례 약평위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급여권 진입이 좌절된 바 있다.

페린젝트는 100mg, 500mg 함량으로 하루 최대 1000mg의 철분을 체내에 신속히 보충할 수 있는 주사제다. 

정맥으로만 투여해야 하고 피하 또는 근육주사 할 수 없으며 정맥직접주사와 정맥점적주사 모두 가능하다.

단, 정맥점적주사 시에는 0.9% 멸균생리식염액에 희석해 사용해야 하고 아직 소아에 대한 투여는 연구되지 않아 14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권장되지 않고 있다.

기존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의료기관은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고 1회 투여 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일부 극복한 것도 페린젝트의 특징이다.

암을 비롯해 인공관절, 제왕절개,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수술에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수혈을 최소화하는 무수혈 수술 접근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수혈 수술은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로 인해 헌혈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혈액 보유량이 적정량인 5일분을 크게 밑돌면서 그 필요성이 재차 대두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혈액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헌혈 참여 독려 외에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점이 철분 주사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급여화 될 경우, 적정수혈 정착 급물살 이끌 수 있어
'PBM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의료기관 핑계 없어질 것

물론 페린젝트가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거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만 최종 급여가 확정되고, 혈액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급여권에 진입하려는 것은 아니나, PBM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듯 보인다.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주(500mg)

아울러 심평원이 10월부터 병원급 이상에서 수혈 적정성 평가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해 어느 때보다 적정 수혈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심평원은 수혈 환자 안전성 확보와 혈액의 적정 사용을 위해 수혈 적정성 평가를 도입했다.

1차 평가는 2020년 10월에서 2021년 3월까지 병원급 이상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총 8개(평가 4개, 모니터링 4개)의 지표에 대해 평가한다.

평가 지표는 △수혈 체크리스트 보유 유무 △비예기항체선별검사(Irregular antibody) 실시율 △수혈 전 혈액검사에 따른 수혈률 △수술환자 수혈률 총 4개로 구성됐다.

이어 모니터링 지표 4개는 △수혈관리 수행률 △수술 전 빈혈 교정률 △한 단위(1Unit) 수혈률 △수혈량 지표(Transfusion Index)로 나뉜다.

혈액 제제 중에서는 적혈구 제제를 평가하고 수혈 전 혈액검사에 따른 수혈률과 수술환자 수혈률, 수술 전 빈혈 교정률 등 일부 지표는 수혈률이 가장 높은 슬관절전치환술을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심평원의 수혈 적정성 평가 실시 시기와 맞물려 고용량 철분주사제의 급여 적정성 인정 시점은 적절했다고 평한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박종훈 회장(고대안암병원장)은 "적정수혈을 독려하고 제도적으로도 수혈 적정성 평가를 시행한다고 발표해놓고 고용량철분제 같은 필수적인 약제를 비급여로 묶어 놓았던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적정성 평가 이전에 급여화를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지만 늦었더라도 급여권 진입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잘된 일"이라며 "앞으로 무수혈 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PBM의 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은 이미 혈액 수급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수혈로 인한 부작용과 각종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혈 감소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일선 의료기관들은 적정 수혈을 통한 PBM을 정착시키고 싶어도 필수 약제가 비급여라는 이유로 수혈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댔다는 게 박 회장의 지적이다.

즉, 페린젝트의 최종 급여가 결정될 경우 임상현장에서 무분별한 수혈이 줄어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임상현장에서 무분별한 수혈을 하면서 '급여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곗거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과거에는 의료기관들이 'PBM을 하고 싶어도 관련 약제가 비급여라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급여화가 된다면 적정수혈이 빠르게 파급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좋든 싫든 간에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PBM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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