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 대한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KSC2020에서 발표
SGLT-2 억제제 등 HFrEF에 성공...HFpEF 연구는 "끝없는 실패"
"희망 보이는 제네릭 관한 연구 필요"...치료에 반응하는 환자 식별도 중요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은 전체 심부전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식생활의 서구화·고령화로 인해 HFpEF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는 지난 16일에서 18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 대한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KSC 2020)에서 HFpEF 치료제 현황에 대해 16일 발표해 본지는 HFpEF에 대한 중요한 5가지 현황을 정리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1. HFpEF 특징은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으로 말초 기관에 필요한 만큼의 산소를 전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다리부종, 피로 등과 폐의 수포음, 경정맥압 상승 등의 신체 징후로 발현되며 한 가지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질환에 의해 발생한다고 정의됐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60-70%의 HFpEF 환자는 심혈관계 사건에 의해 사망했고(CV death) HFpEF 환자의 30-40%는 암, 감염 등 비심혈관계 사건에 의해 사망했다(non-CV death). 이에 비해 HFrEF 환자의 80-85%는 심혈관계 사건에 의해 사망했고 15-20%는 비심혈관계 사건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HFpEF 환자가 주로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경쟁하는 위험요소가 여러가지가 있어 비심혈관 사망률이 더 높다"면서 "반면 HFrEF 환자는 더 젊기 때문에 경쟁하는 사망 위험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 HFpEF는 진단하기 어렵다

심부전은 좌심실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박출률 경계 심부전(HFmrEF), 박출률 보전 심부전(HFpEF)으로 나뉜다. 박출률(ejection fraction)이 40% 이하면 HFrEF, 박출률 40-50%이면 HFmrEF, 박출률 50% 이상은 HFpEF으로 의심된다. 

하지만 HFmrEF와 HFpEF은 특정한 진단검사나 바이오마커가 없다. 또한 환자가 비만, 당뇨병 등과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동반질환은 심부전 증상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특별히 어렵다. 

따라서 의료진은 HFpEF를 진단하기 위해 박출률과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상승된 BNP(B-type natriuretic peptide) 수치, 이완기 기능장애(dialostic dysfunction) 등 이상을 검토한다. 의료진은 이와 같이 심장에 이상을 검토하려고 하지만 BNP 수치 등의 이상으로 HFpEF를 진단하는 건 근거가 현재 부족하다.

3. 미국·유럽 개발한 HFpEF 진단 알고리즘 "우리나라에 맞지 않아"

미국·유럽 의료진은 심부전을 진단하기 위해 점수를 채점할 수 있는 'H2FPEF'와 'HFA-PEFF' 진단 알고리즘을 각각 만들었지만 이런 알고리즘을 우리나라 환자에 적용하면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HF2PEF 알고리즘은 환자의 환자의 특징과 증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환자의 체지량지수, 복용하는 고혈압제 수 등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환자가 5점 이상이면 80% 이상의 확률로 HFpEF 의심, 6점 이상이면 90% 확률로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박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진단 알고리즘은 제한점이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연구팀이 제안한 H2FPEF 알고리즘에는 BNP 수치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반면 H2FPEF 알고리즘에서 체중을 굉장히 중요시 했는데 우리나라는 마른 심부전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런 알고리즘을 우리나라에서 적용했을 때 거의 맞지 않았다"면서 "이런 점수는 미국 환자에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는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대한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KSC 2020)에서 HFpEF 치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는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대한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KSC 2020)에서 HFpEF 치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4. HFrEF 연구는 성공 거뒀지만 HFpEF는 "끝없는 실패"

HFrEF에는 여러 치료제가 연구되고 있으며 예후를 개선하는 듯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지만 HFpEF에 진행된 연구는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을뿐만 아니라 통계적 오류 발생하는 등 연구의 질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인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 연구명 DAPA-HF),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EMPEROR-Reduced) 등을 포함한 SGLT-2 억제제들이 HFrEF 환자의 예후를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SGLT-2 억제제가 심장약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 

SGLT-2 억제제 외에 에날라프릴을 평가한 SOLVD 연구, 이바브라다인의 SHIFT 연구,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PARADIGM 연구, 비소프롤롤의 CIBISS II 연구, 스피로노락톤의 RALES 연구, 베리시구아트의 VICTORIA 연구가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면서 HFrEF 치료에 무기가 됐다. 

HFrEF에서 다양한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 임상결과가 나오자 1987년부터 2001년까지 환자의 예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HFpEF는 같은 기간 예후가 개선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HFpEF에서 치료제 식별·개발하기 위해 실패한 여러 임상연구들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들을 종합 검토하면 대부분의 임상은 HFpEF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지 못해 현재 베타차단제, 이뇨제, 항고혈압제에 대한 근거가 제시됐다. 

먼저 미국 연구팀이 2006년 Circulation에 발표한 DIG 임상연구에 따르면 좌심실박출율(LVEF)이 45% 이상인 환자에서 디곡신은 사망을 포함한 1차 목표점 감소에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항고혈압제 칸데사르탄은 가능성을 보였다. 2003년 다국적 연구팀은 칸데사르탄이 LVEF가 40% 이상인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는 않았지만 병원 입원 위험을 줄인다는 CHARM-Preserved 연구결과를 The Lancet에 발표해 칸데사르탄을 HFpEF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2006년 영국 연구팀은 European Heart Journal에 PEP-CHF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70세 이상, LVEF 40% 이상인 심부전 환자에 항고혈압제 페린도프릴은 심부전 사망률을 줄이지 못했지만 심부전 관련 입원률은 37% 줄일 수 있어 페린도프릴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칸데사르탄, 페린도필에 대한 근거가 제시됐지만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HFpEF에서 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베타차단제다. 일본 연구팀이 진행한 J-DHF 연구에 따르면 베타차단제 카르베딜롤은 HFpEF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지 않았지만 저용량이 아닌 표준용량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베타차단제를 검토하는 후속 메타분석들은 현재 베타차단제 연구들이 통계적 검정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5. "강인(robust) 연구 필요하다"...환자 분류는 연구에도 영향

박 교수는 현재 HFpEF에 관한 통계적 검정력이 탄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연구에 포함되는 환자의 분류법이 연구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 평가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뇨제 스피로노락톤은 TOPCAT 연구에서 HFpEF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됐지만 지역분석에서 통계적 오류가 의심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몇몇 연구팀은 TOPCAT에 이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박 교수는 스피로노락톤이 제네릭 약품으로 산업이 연구를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SPIRRIT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SPIRRIT는 무작위 대조군 레지스트리 연구(RRCT)로 스웨덴·미국 HFpEF 환자에 스피로노락톤+표준치료 병행요법이 단독 표준치료보다 심혈관 사망과 입원율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검토한다. 

SPIRRIT 연구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박 교수는 치료제에 반응하는 환자(responder)를 한계가 있는 박출률보다 STE(speckle tracking echocardiography)상 GLS(global longitudinal strain) 수치로 식별하고 HFpEF 환자 분류법의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HFpEF인지 구분하는 데 혼란이 있는 상태다. 베이스라인에서 LVEF가 25% 이상이지만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를 6개월 받은 이후 LVEF가 55%로 개선됐을 때 환자를 HFpEF로 진단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종합적으로 박 교수는 "결론은 여태까지 효과적인 HFpEF 약제가 없어 HFpEF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이뇨제밖에 없다"면서 "만약 HFpEF 환자가 혈압 문제가 있으면 ARB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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