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전장엑솜염기서열 분석 시행…환자 공통 유전자 돌연변이 규명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승규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준원 교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안구 내 림프종(유리체망막 림프종) 진단율을 높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희귀암인 안구 내 림프종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안종양 클리닉 공동 연구팀은 안구 내 림프종 환자의 유리체 검체로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세브란스병원 이승규 교수(안과)와 이승태 교수(진단검사의학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준원 교수(안과)가 참여했고 연구 결과를 담은 '유리체망막 림프종의 전장엑솜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돌연변이 확인(Whole exome sequencing identifies mutational signatures of vitreoretinal lymphoma)' 논문은 'Haematologica(IF 7.116)'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의 핵심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존재 여부를 검사해 안구 내 림프종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부분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안구 내 림프종 환자의 전 유전체 수준의 분석 결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보고됐다. 

안구 내 림프종은 중추신경계 림프종으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포도막염으로 오진돼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안구 내의 검체량이 적어 조직검사를 해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안구 내 림프종을 진단하기 위한 조직검사 외 여러 보조적 검사들이 발전해 왔으나 완벽한 진단법은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세브란스병원 안과를 내원한 환자 9명을 대상으로 유리체 절제술을 이용해 획득한 검체를 활용, 전장엑솜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모든 연구 대상 환자(100%)에게서 MYD88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됐으며 PIM1, IGLL5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8명(89%)에게서 확인됐다. 

또한 6명(67%)의 환자에서 CDKN2A 유전자의 결손이 확인됐고, ERCC6 유전자의 생식세포 돌연변이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조직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안구 내 림프종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시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구 내 림프종의 새로운 진단기준을 확립하고 진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승규 교수는 "향후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을 이용한 방법이 안구 내 림프종 표준 진단법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진단이 늦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을 통해 빠른 치료와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암 연구 및 진료에 있어서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정밀 의학(진단, 치료 방침 결정 및 예후 예측) 분야는 점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번 연구결과가 지닌 의미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진단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 유전체 수준의 돌연변이 분석 결과는 환자 맞춤형 항암제의 선택 및 반응, 저항성 예측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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