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작된 이래로 매번 장학생 '정원 미달'
의료계에서는 "일시적인 장학금 지원은 실효성 없어"
"기피과 전공의 해외연수와 비슷하다" 목소리도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부가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23년만에 부활시킨 공중보건장학제도가 낮은 신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반기 공중보건장학생을 추가로 선발하고 내년부터는 간호대생까지 장학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의료계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 근무할 하반기 공중보건장학생 신청을 오는 29일까지 받는 중이다.

추가 선발할 장학생은 10명이며, 이들에게는 한 학기 장학금 1020만원(등록금 600만원+생활비 42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장학생은 졸업 후 장학금을 지원받은 기간(최소 2년~최대 5년)만큼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의무 근무를 해야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생 뿐 아니라 간호대학생까지 공중보건장학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의료원 등에서 공공의료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간호학과 학생 10명에게 공중보건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에 위치한 의료원도 간호사 인력 부족이 심화돼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간호대학생 1인당 연간 장학금은 1640만원(등록금+생활비)으로, 의무 복무 지역은 장학금을 지원한 해당 시도(서울은 제외)이다.

간협은 "지역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호대학생 40명에게 장학금을 주도록 정부에 그동안 요청해 왔다"며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 좀 더 많은 간호대학생이 혜택을 받도록 추가 예산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년만에 부활했지만...정원미달에 사업 부진

이렇듯 정부가 공중보건장학제도 활성화에 나섰지만 의대생들의 호응이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23년만에 부활시킨 제도다.

제도가 첫 시행된 지난해 정부는 20명의 장학생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모집 인원은 8명에 그쳤다.

올해는 목표 정원을 14명으로 낮췄음에도 상반기 4명을 선발하는 것에 그쳐 추가 모집 중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9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공중보건장학금으로 편성된 2억 400만원 중 실집행액은 7140만원에 그쳤다. 실집행률도 35%에 불과했다.

지역 의료격차 해소가 시행 목적이지만 8명으로 선발된 장학생 중 4명이 경기였으며, 강원·충북·경북·경남은 각각 1명이 선발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집합 설명회 개최, 안내서 및 포스터 배포, 온라인 홍보로 홍보했으나 시범사업 첫 해이므로 학생들의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며 "의무복무기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당초 목표 모집인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사업의 집행 부진이 단순히 학생들의 인지도 부족에 기인한다면 추후 집행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의무복무기간에 대한 부담감이 주된 원인이라면 집행부진은 추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복지부 서면질의를 통해 장학금만 지급하는 방식으로는 의대생·의전원생의 장학생 신청을 유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놨다.

복지부는 이에 공감하며 공공의료와 관련한 체계적인 경력 개발 체계도 함께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안정적인 공공의료 인력양성을 위해선 장학금 이외에도 공공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개발 체계가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공공의대 설립 등과 연계해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과 공공의료분야 내 경력개발 경로를 제시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다...장학금은 일시적 유인책"

의료계에서도 명확한 비전과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부회장은 "비싼 의대 학비를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공공보건 체계 자체가 부실하다"며 "정책에도 막연하게 공공의료업무에 종사한다고만 돼 있다. 어떤 일을 앞으로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비전이 부재하기 때문에 지원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 부회장은 "일시적인 장학금으로 유인하기보다는 현재 의료계에서 왜 지방 근무를 기피하고 선택하지 않는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이미 실효성이 없는데 간호대생까지 확대하는 것이 과연 유효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특히 서 부회장은 정부가 전공의 기피과 문제 해결 일환으로 도입했던 해외연수 지원 사업과 공중보건장학제도가 닮았다고 지적했다.

서 부회장은 "정부가 기피과 전공의 일부에게 단기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지만 예산도 남고 실효성이 없었다"며 "그런 일시적이고 단시간적인 투자 정책은 유인책으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간호대생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 간호계는 임금수준 등 요인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계 관계자는 "제도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왜 지방 간호대를 졸업한 학생들도 서울로 오려고 하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의 임금수준, 인력배치를 먼저 맞춰야 한다"며 "그런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의무 복무기간이 끝난후 수도권으로 인력이 쏠리는 현상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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