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정윤식 기자
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사건이 터졌다"

건보공단 본사가 일부 직원이 저지른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3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한 의료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첫 마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일부 직원이 2017년 130억원대의 전산 개발 사업을 발주하면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에 상응하는 현금 및 골프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보공단은 압수수색과 별개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어떤 대처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보공단은 국민의 질병, 부상, 예방, 진단, 치료, 재활, 사망 및 건강 증진 등에 대해 보험 급여를 실시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아울러 4대 사회 보험 징수 업무를 수행해 국민의 납부 보험료 수준에 상관없이 균등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의료비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인 '건강보험'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건보공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만큼 신뢰와 청렴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그런 기관이 일부 직원의 잘못이긴 하나 뇌물수수 혐의에 의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필수요소에 금이 간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른 사태 수습은 차치하고, 더 큰 문제는 미꾸라지 한 마리(물론 한 마리가 아니다)로 인해 앞으로 건보공단이 추진할 여러 정책에 의료계와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자.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도입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특사경 제도.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는 데 효과적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받았던 건보공단이?', '골프접대를 받았던 건보공단이?', '신뢰가 떨어진 건보공단이?'라는 등의 생각에 국민과 의료계가 고운 눈길을 보낼 리 만무하다.

이 같은 의심의 눈초리는 다른 건보공단의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게 핵심 문제다.

특히, 건보공단이 2017년에 발생한 일부 직원의 일탈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도 추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고 있었다면 그것대로 더 큰 논란이 될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건보공단의 직원 감시체계와 청렴문화에 이미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 이외의 다른 청렴한 물고기들이 억울할 수 있으나, 원래 잘한 일 보다는 못한 일이 더 부각되는 법이다.

이제 남은 것은 건보공단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백한 사실관계의 공개다.

우리 사회는 사과에 인색한 경향이 있으나 지금은 건보공단이 국민에게 허리를 굽히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다면 건보공단의 뿌리와 줄기는 흔들리다 못해 뽑혀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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