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10년간 간이식 환자 추적관찰
수혈 시 백혈구 제거보다 헌혈시 바로 제거해야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 한상빈 교수.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 한상빈 교수.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간이식 환자에게 백혈구제거 혈액을 수혈할 경우 간암 재발 위험과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한상빈 교수 연구팀은 2008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연구요건을 충족하는 166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이식 후 간암 재발률은 일반 혈액 수혈 시 1년 후 15.6%, 2년 후 21.6%, 5년 후 33.7%였으나,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년 후 9.6%, 2년 후 15.6%, 5년 후 18.1%로 2배 가까이 줄었다.

사망률도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전반적으로 더 낮았다. 특히 5년 후 사망률은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6.7% 일반혈액 수혈 시 28.9%였다.

연구팀은 타인의 백혈구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는 일반 혈액제제가 간암 재발 위험을 높이는 것은 백혈구로부터 분비되는 면역조절물질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혈액이 헌혈 후 수혈되기 전까지 냉장보관되는 동안 면역조절물질이 백혈구로부터 빠져나가 혈액제제 내부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수혈 시 혈액과 함께 환자에게 주입된 면역조절물질들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낮추고 혈관내 순환중인 암세포들이 이식된 간을 포함한 폐, 뼈 등 인체 다양한 부위에 붙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백혈구제거 혈액의 경우 혈액원에서 혈액제제가 만들어질 때 이미 백혈구가 대부분 제거돼 냉장보관 동안 혈액제제 내부에 면역조절물질이 쌓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혈액제제는 의료기관에서 수혈 직전 백혈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백혈구만 제거될 뿐 이미 분비된 면역조절물질은 혈액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순히 백혈구 제거 여부가 아닌 백혈구 제거 시점의 중요성을 밝혀낸 부분에서 이번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식 당일 및 이식 후 며칠 사이에 환자 몸 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들은 빠르게 전이를 진행해 이 시기 환자관리는 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일반 혈액 대신 백혈구제거 혈액을 사용함으로써 간암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간이식 환자에게 백혈구제거 혈액 사용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수술중 출혈된 환자 본인의 피를 회수해 다시 수혈하는 ‘자가수혈기법’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되야 한다"며 "자가수혈 없이는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백혈구제거 혈액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더불어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외과, 진단검사의학과, 혈액은행 및 마취통증의학과가 긴밀한 협조로 모든 성인 간이식 환자에게 자가수혈기법을 적용,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 적혈구 제제’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편, 혈액원의 시설·인력·비용 등 문제로 현재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는 전체 적혈구 제제의 15%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백혈구제거 혈액제제 사용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발생하며 면역저하가 극심한 혈액암환자, 항암치료환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간이식 환자에서 백혈구제거 혈액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어 우선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간이식 환자도 우선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연구는 국가 기반 백혈구제거 혈액제제의 전면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전체 적혈구제제의 15% 에 머무르고 있는 ‘보관 전 백혈구제거’ 비율을 2022년까지 전면 확대하기로 확정한 바 있어 향후 백혈구제거 혈액에 대한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Transplantation'(IF 4.743/2018년 기준)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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