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중대한 사안이 되면서 관련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비(非)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환자 등록, 모니터링 등의 어려움에 부딪히며 중단되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의대 연구팀이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전체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4024개가 중단됐다. 이 중 42%인 1670개 임상시험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중단 이유로 제시했다. 

2017년 12월~2018년 8월 중단된 전체 임상시험이 2090개라는 점과 비교하면 코로나19가 임상시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중단된 임상시험은 비용, 연구 프로토콜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시 시작될지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의학회지 9월호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국내 임상 프로젝트 매니저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3%는 코로나19가 임상시험의 주요 단계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게다가 국내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에 해당하는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39개 대학병원의 임상시험센터 모니터링실 중 90%가 폐쇄했고 10%는 긴급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때에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제약사 25곳 중 13곳(52%)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환자 모집 또는 새로운 임상시험 시작을 중단했다.

올해 초 본지와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코로나19로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자제하면서 그동안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의학계의 지적은 여전하다.

임상시험의 중단의 영향은 연구기관, 연구자 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임상시험이 중단되면 기대했던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한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라면, 非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도 이 시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발했다. 그 방안으로 기술의 발전에 주목하며 원격 모니터링 등 임상시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임상시험은 환자뿐 아니라 인류 건강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이 때문에 非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非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공존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