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20, 5년 만에 개정된 NSTE-ACS 가이드라인 신규·변경사항 공개
학회 전문가들, 0/1H 알고리즘, P2Y12 사전치료, 3중 vs 2중 항혈전요법, QI 등 권고사항 강조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유럽심장학회(ESC)는 비-ST분절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NSTE-ACS) 가이드라인을 5년 만에 개정하면서 변경된 권고사항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약 100장에 달하는 이번 2020년 ESC NSTE-ACS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29일 ESC 학술지인 '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프랑스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대학병원 Jean-Philippe Collet 교수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 Holger Thiele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공동의장으로 개정을 이끌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ESC 2020 연례학술대회에서 Thiele 교수를 포함해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 Marco Roffi 교수와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Stephan Windecker 교수 등 유럽 심장내과 전문가 3명은 새로운 NSTE-ACS 가이드라인의 핵심 5가지를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 Holger Thiele 교수,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 Marco Roffi 교수,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Stephan Windecker 교수가 ESC 2020에서 2020 NSTE-ACS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는 모습.
지난달 30일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 Holger Thiele 교수,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Stephan Windecker 교수,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 Marco Roffi 교수가 ESC 2020에서 2020 NSTE-ACS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Roffi 교수는 "우리는 수년에 걸쳐 급성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치료를 개선했지만 (2015년부터) 많고 새로운 데이터·임상연구들이 공개돼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할 때였다"고 이번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Windecker 교수는 "NSTE-ACS는 심혈관질환 중에 긴급하고 중요한 질환 중 하나"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에 향후 5년 동안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및 변경된 권고사항을 설명하는 네 가지 섹션인 ▲새로운 핵심 권고사항 ▲주요 권고사항 변경사항 ▲SCAD, MINOCA 등에 대한 새로운 섹션 ▲새롭게 개정된 개념 등을 포함한다. 

본지는 ESC 2020에서 Roffi 교수와 Windecker 교수가 ①진단검사 ②재관류술에 위험군 범주 ③P2Y12 억제제 사전치료(pre-treatment) ④항혈전 치료에 3중(triple) vs 2중(dual)요법 ⑤임상현장에 'QI(quality indicators)' 등 5가지 권고사항을 지목함에 따라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NSTE-ACS 진단에 0/1H 알고리즘 권고

이번 가이드라인은 NSTE-ACS가 의심될 때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고감도 트로포닌(high sensitivity troponin, hs-cTn)을 기반한 0/1시간(0/1H) 알고리즘을 권고했다(Class I). 

또 각 병원 사정에 따라 0/2H 알고리즘을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권고사항이 추가됐다(Class I).

0/1H 알고리즘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2015년 권고된 0/3H 알고리즘은 Class I→Class IIa로 하향조정됐다. 

진단 목적으로 hs-cTn 외에 크레아틴키네이스(CK), CK-MB, 심장형 지방산 결합 단백질(h-FABP), 코펩틴(copeptin) 등 추가적인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것은 비권고됐다.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Christian Mueller 교수가 0/1H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NSTE-ACS가 의심될 때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주로 ▲흉통 등 임상평가(clinical assessment) ▲심전도(ECG) ▲첫 평가 시 트로포닌 수치 ▲1~2시간 이내 트로포닌 수치 변화 등 네 가지 임상변수 확인한다. 각 변수는 높은 또는 낮은 심근경색의 가능성을 나타내며 의료진은 네 가지 변수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양한 임상 근거를 기반해 hs-cTn을 사용한 0/1H 알고리즘을 권고한다. ESC는 hs-cTn 수치를 2011부터 최초로 가장 높은 Class I 강도로 권고했다. 

0/1H 알고리즘을 임상에서 적용할 때 전문가들은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시점과 임상진단을 내리는 시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표한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Christian Mueller 교수는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원심분리(centrifugation)→중앙실험실로 전송→검사 시행→의사에게 보고하는 데까지 평균 소요(turnaround) 시간은 1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0H 채혈에 기반한 임상 결정은 1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채혈부터 임상진단까지 총 2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즉 의료진은 0/1H 알고리즘을 사용해 2시간 이내 환자에게 심근경색 진단을 내리거나(rule-in) 배제(rule-out)할 수 있다. ESC에 따르면 0/1H 알고리즘은 환자 흐름(patient flow) 측면에서 "엄청난 개선"을 제공한다. 

Mueller 교수는 "고감도 심장 트로포닌은 정상·병리적 상태는 물론, 그 둘 사이에 있는 범위를 보다 정확하게 차별하기 때문에 기존의 트로포닌보다 우수하다"면서 "hs-cTn이 더 우수하고 접근성이 높지만, 불행히도 임상현장의 진료분석(point of care assays)은 선호되지 않은 기존 트로포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Roffi 교수는 "0/1H 알고리즘은 Class I 수준으로 권고됐고 이제는 0/2H 알고리즘이 Class I 권고수준으로 추가됐다"면서 "0/2H 알고리즘은 더 실용적일 수 있지만 각 병원의 프로토콜이 검증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각 기관에서 0/2H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싶다면 0H 채혈 후 1H에 두번째 채혈을 실행하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재개통술에 위험군 4개→3개...환자 식별 간소화, 예후 개선

진단에 이어 혈관재개통술(revascularization) 등 초기 침습적 접근법(early invasive approach)이 필요한 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환자 범주가 간소화됐다. 

2015년 가이드라인은 환자를 네 군으로 나눴지만 올해 가이드라인은 환자를 ▲심혈관조영실(cath lab)을 2시간 이내 방문해야 하는 '초고위험(very high risk)' ▲침습적 관리가 24시간 이내 필요한 '고위험(high risk)' ▲침습적 관리가 선택적인 '저위험(low risk)' 등 세 군으로 분류했다. 즉 hs-cTn 유효성에 따라 고위험군 이상에 해당되지 않은 '중등도 위험군'이 저위험군으로 재분류된 것이다.

이번 위험도 계층(risk stratification)을 설명한 브레스트대학 Martine Gilard 교수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료진은 환자를 특정 기준으로 초고위험, 고위험, 저위험 수준으로 지정해 각 환자군에 적합한 NSTE-ACS 치료전략과 치료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Windecker 교수는 "환자를 올바르게 식별하고, 출혈위험과 허혈위험을 종합 고려해 초고위험군의 단기 및 장기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프랑스 브레스트대학 Martine Gilard 교수가 위험도 계층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급성·만성 NSTE-ACS 환자에 항혈전·약물치료 주요 권고사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진이 NSTE-ACS를 진단하면 환자의 '내재적 요인(특징, 임상적 상태, 기저질환 등)'과 '외인성 요인(복용하는 약물 등)'을 기반해 허혈위험과 출혈위험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 이어 의료진은 환자에 적합한 항혈전 치료제를 선택하고 용량과 투여기간을 결정한다. 

항혈전 약물치료에 대한 새로운 권고사항은 ▲P2Y12 억제제 선택 ▲P2Y12 억제제 사전치료 ▲연장된 항혈전 치료 ▲3중(triple) vs 2중(dual) 항혈전 치료 등 네 섹션에서 찾을 수 있다.

해부학적 구조 모르면 P2Y12 사전치료 '비권고'

P2Y12 억제제 선택 문제에 관해 '관상동맥 중재시술(PCI)'을 계획한 환자에 티카그렐러보다 프라수그렐이 Class IIa 권고수준으로 선호됐다. 이는  ISAR REACT 5 연구결과를 반영한 권고사항이며 제약사와 직접 관련돼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Roffi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만큼 사전치료(pre-treatment)에 관한 변경사항을 주목했다.

프랑스 뮌헨대학교(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 Dirk Sibbing 교수는 2020 ESC 세션에서 P2Y12 억제제 사전치료가 조기 침습적 치료전략에 대한 계획이 없고 높은 출혈위험이 없는 NSTE-ACS 환자에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됐다(Class IIb, C)고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관상의 해부학적 구조를 알 수 없고 조기 침습적 관리가 계획된 NSTE-ACS 환자에는 P2Y12 억제제 사전치료가 강하게 비권고됐다(Class III, A). 이유는 ACCOAST, SCAAR registry, ISAR-REACT 5 등을 포함한 연구들에서 사전치료에 대한 혜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Sibbing.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프랑스 뮌헨대학교 Dirk Sibbing 교수가 P2Y12 사전치료 권고사항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출처: ESC 2020 갈무리

 

AF 동반 NSTE-ACS 환자 특징에 따라 항혈전요법 전략 제시

PCI를 받은 심방세동(AF)을 동반한 NSTE-ACS 환자에 항혈전요법(항응고제+항소판제) 알고리즘이 제시됐다. 이번 알고리즘은 환자의 특징에 따라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CHA₂DS₂-VASc 점수가 남성에서 1점 이상, 여성에서 2점이상이면 항혈전요법의 '기본 전략(default strategy)'이 권고됐다. 

기본 전략은 환자가 입원 1주일간 '3중요법(triple therapy)'인 경구용 항응고제(OAC 또는 NOAC) 1종+이중항혈소판요법(DAPT, 클로피도그렐 권고)을 사용한다. 이후 '2중요법'인 NOAC+SAPT을 12개월까지 사용한다. 첫 치료부터 1년이 지난 후 NOAC 단독치료으로 전환한다. 

기본 전략에 이어 출혈위험이 높은 환자인 경우, 두 번째 전략을 사용한다. 이번 전략에서는 3중요법(NOAC+DAPT)을 1주일 시행한 후, 2중요법(NOAC+SAPT)을 6개월간 진행하고 이후 NOAC 단독치료로 이어가는 흐름이다. 

허혈위험이 높은 환자인 경우, 세 번째 전략을 사용한다. 허혈위험이 높으면 3중요법(NOAC+DAPT)을 1개월 시행→2중요법(NOAC+SAPT)을 11개월 동안 시행→1년 시점부터 NOAC 단독치료 시행의 흐름을 권고한다.

데이터 출처: ESC 2020. 메디칼업저버 자료 재구성.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김해인 기자.
데이터 출처: ESC 2020. 메디칼업저버 자료 재구성.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김해인 기자.

다만 스텐트 혈전증 위험이 중등도 이상인 경우, 클로피도그렐을 포함한 3중요법 대신 티카그렐러 또는 프라수그렐을 포함한 2중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됐다. 

Windecker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스텐트 혈전증에 대한 우려가 있는 허혈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시해 균형이 잘 잡혀있다"면서 "특히 이런 환자군에 3중요법을 1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출혈위험이 높은 환자를 NOAC 단독요법으로 전환하기 전에 2중요법을 6개월 동안 짧게 권고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Windecker 교수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임상현장에서 기계판막(mechanical valves) 환자를 제외하고 VKA에서 NOAC으로 전환하는 현상뿐만 아니라 2중요법을 통해 원활하게 퇴원하는 환자를 전망했다. 

권고사항 임상현장에 적용하고 싶다면? "QI가 핵심"

Windecker 교수는 마지막으로 '질 지표(Quality Indiciators, QI)' 도입을 주목했다. 

QI는 임상현장에서 이뤄지는 NSTE-ACS 진단·치료가 가이드라인과 일치하는 수준을 정량화하고, 치료·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식별하는 메커니즘이다. 

ESC에 따르면 QI는 근거를 기반하며 실행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결과를 구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QI를 핵심 내용으로 지정한 Windecker 교수는 "의료진이 권고사항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임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면서 "QI는 의료진이 NSTE-ACS 관리에 얼마나 성공적인지 측정하고 정량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ESC는 NSTE-ACS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을 임상현장에 적용하고 싶은 의료진에게 특정 환자 또는 상황에 권고되는 대처법을 설명하는 문서 2개를 발간했다. 질의응답(Q&A) 형태로 구성된 이번 문서들은 각각 진단·위험도 분류항혈소판요법·재관류술 전략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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