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약품, 잘못 인정... 노인대상 2차 물량 실수 없도록 하겠다
백신제조사, 일정시간 이내 상온 노출은 문제 없다
의협, 독감 백신 접종 중단 의료기관·환자 혼란 질병관리청 사과 요구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약품 유통업체인 신성약품이 18세 미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상온에 노출시켜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독감 백신 유통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관리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2일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인 신성약품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통과정 상의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22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13~18세 청소년 대상 500만 도즈 물량이다.
질병청은 신성약품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을 즉시 중단했으며,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 품질이 검증된 경우 순차적으로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청으로부터 시험검사 의뢰를 받은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한 시험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약업계 및 의약품 유통업계는 독감 백신이 수두 및 홍역 등과 같은 생백신이 아닌 사백신으로 열에 대한 민감도가 높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백신 제조사들은 백신 유통과정 및 의료기관 내 보관과 이동 및 투여 과정에서 상온노출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해서 제조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실제 세계보건기구에서 전세계 백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혹가속실험에서 사노피와 GSK의 독감백신은 상온인 25도에서 약 2주간 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 독감 백신에 대한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독감 백신이라는 점에서 결과는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업계의 설명과 다르게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이번 백신 유통과정에서 발견된 백신의 상온 노출은 백신의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독감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백신에 대한 유통상의 안전관리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백신 제조 업계 관계자는 "운반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것과 종이박스를 사용했다는 것은 문제의 논점에서 벗어났다"며 "상온에 노출되는 것은 이미 제조사에서도 감안을 하고 가혹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이스박 대신 종이박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문제의 논점은 백신이 얼만 오래 노출됐고, 품질이 변질됐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잘못된 문제제기로 백신 유통과정에 대한 잘못된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제보를 통해 배송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전달받았으며, 내부 검토 결과 NIP를 잠시 중단해야 할 정도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향후 백신에 문제가 없더라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이 중요한 만큼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백신 상온 노출 문제를 야기한 신성약품 관계자는 "잘못은 인정한다. 현재 신성약품은 보건당국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건당국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다고 하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배송되지 않은 10월부터 시작하는 노인 대상 무료접종 2차 물량 680만 도즈는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성공적으로 배송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또,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해왔던 백신운송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분 단위로 얼마나 더 오래 있었는지 직접 비교해 보지 않아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백신운송에 대한 절차를 최대한 지켰다"고 해명했다.
이번 신성약품은 백신 제조회사와 물류계약을 체결할 당시 상온 2도에서 8도를 맞추도록 계약했다.
질병청에서 지시한 전국 의료기관 배송을 위해 물류회사와 계약했으며, 지방으로 배송할 물류회사 배송 차량으로 백신을 나눠 싣기 위한 과정에서 백신을 주차장에 적재하면서 상온에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상온에 오랫동안 있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조소에서 냉장창고로 이동하기 위해 백신을 트럭에 적재할 때에도 상온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30분 내 냉장창고로 가야한다"고 상온 노출 시간 제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배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콜드체인만으로는 배송할 수 없다. 냉장창고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검수과정 등 상온 노출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감안해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감 백신 접종 시행을 앞두고 있던 의료기관들과 접종을 기다리고 있던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질병청 사과 요구하는 의협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질병청의 독감 예방접종 일시 중단 발표에 대해 일선 의료기관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질병청의 사과를 요구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질병청은 접종 시행 몇 시간을 남겨두고 사업 중단의 구체적인 사유와 일선 의료기관의 대응방안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구체적이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으로 불신이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협은 "환자 안내를 비롯해 환자들의 항의와 민원 처리, 의료기관에 이미 공급된 백신의 처리방안, 국가지원사업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접종여부 등 지침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예방접종 사업 중단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독감백신 상온 노출한 신성약품, 개찰 2순위였다"
-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일시 중단…유통과정 문제
- '전국민 독감 백신' 복지위 여야 격돌...정부 "과유불급"
- 독감 박씨그리프테트라 소아과만 NIP 가격으로 공급?
- 백신 개발→배포→접종까지..."투명성, 백신 신뢰가 핵심"
- 강기윤 "신성약품 유통 독감 백신, 전량 폐기해야"
- 강기윤 "보건당국, 상온노출 백신 0.015%만 검사"
- 상온 노출 백신 105명 접종…이상반응 보고 아직 없어
- 강기윤 의원 "질병청, 뒤늦게 유료접종 백신 구분하라고 공문"
-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 12일 경 재개
- 독감백신 '이상 없다'는 政…평가과정 어떤 단계 거쳤나
- 독감백신, 8개 업체 담합 의혹...박능후 "관찰·개입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