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의원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토론회' 온라인 개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사법입원 제도 등 의견 줄이어

22일 개최된 '안전한 진료환경과 정신건강 치료 지원체계를 위한 토론회'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고 임세원 교수 사건 등 중증정신질환과 관련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합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함께 22일 '안전한 진료환경과 정신건강 치료 지원체계를 위한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새미래병원 정찬영 원장은 정신건강의학 현장에서 직접 병상을 운영한 경험을 전했다.

정 원장은 "개원한 후 흉기를 들고 휘두르거나 휘발유 통을 들고 협박하는 등 수많은 위험을 겪었다"며 "개원 초기에는 칼을 든 누군가가 나타나는 꿈을 자주 꿨고, 정신과 의사들은 밖에서 나는 소리에 특히 예민한 청각 과민증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은 우리나라의 정신의료기관이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이유도 덧붙였다.

정 원장은 "정신 응급체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고위험 환자를 믿고 보낼만한 곳도, 보내는 과정도 여의치 않다"며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사회적지지 실패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턱없이 낮은 정신보건예산으로 지역사회 정신보건 및 재활체계가 감당해야 할 환자를 감당해야 한다"며 "적응이 어려운 환자는 퇴원 조치에 원한을 품기도 한다. 현장에서 비상벨은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금속탐지기, 사물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전한 진료환경과 정신건강치료 지원체계를 위한 국가 책임이 강조됐다.

발제에 나선 새미래병원 정찬영 원장

정 원장은 "환자들이 과정을 알아내고 보복하려 하기 때문에 보건소의 공무원, 경찰도 자신이 나서서 환자를 입원시키기 두려워한다"며 "비자의입원은 사법입원제도로 대체해 입원단계와 사후 관리까지 가족이 아닌 국가기구가 관장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고위험 정신 응급 환자를 본다고 해서 차별화된 수가가 없다"며 "전체적으로 낮은 수가이기 때문에 의사 한명이 보는 환자가 너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안전 요원도 부족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희대병원 백종우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입퇴원제도 ▲지역사회중심 ▲당사자 중심 ▲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성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비자의입원 결정을 가족과 의료진에서 사회로 바꿔야 한다"며 "질병 조기발견을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공적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는 독립된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에서 비자의입원과 외래치료지원을 대면 또는 화상회의로 본인의 의견을 청문한 후 결정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인프라를 구축해 현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최후의 보루임에도 돌봄을 위한 기준과 권한도 없기 때문에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백 교수는 ▲급성기 병상 확보 ▲초기집중치료 강화 ▲응급정신의료 강화 ▲외래/지역사회치료지원제도 ▲병원기반 사례관리 등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문정윤 전문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문정윤 전임의는 "사실 진료실에서 아무리 비상벨을 눌러도 효과가 없다고 본다"며 "사법입원이나 외래치료명령을 해서 치료 자체가 유지되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잘 된다면 외래에서의 사건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현병 환자 가족이기도 한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연구원은 "유독 정신질환자의 경우 국가의 '공적 환자 이송 시스템'이 부재해 가족들이 사설이송단을 통해 큰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발의 경고 징후가 보일 경우 정신 응급 상황으로 판단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할 것"

이날 정부는 현행법 사각지대 개선과 함께 탄력순찰제도 등 지원 방안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홍정익 과장은 "정부의 안전 대책이 소규모 병원이나 의원급에는 직접적인 지원이 없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 지원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늦게 나타난다"며 "최근 발생한 부산 사건의 경우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번 대책에서 제외됐던 정신과 의원에 대해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탄력순찰제도를 의료기관에 안내하고, 필요한 의료기관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홍 과장은 "입원 필요성이 낮아 환자에게 퇴원을 요청했으나 거부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지역의 정신건강심의위원회에서 퇴원심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환자가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난동을 피우는 등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가 벌어질 경우에는 사건이 발생한 후 처벌하는 것이 아닌,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예방조치를 하는 방안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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