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신약개발 전담 자회사 설립 러시...R&D 및 투자유치 용이
모회사 시총 증가했지만, 투자 실패로 흡수합병 사례도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연구개발(R&D) 중심 자회사 설립을 선택하고 있다.

사내에서 개발하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넘겨 R&D에 집중하도록 스핀오프(Spin-off, 분사)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스핀오프한 자회사는 R&D에 집중할 수 있고, 모회사는 투자 유치를 통한 시가총액 증가 등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아 다시 모회사에 흡수합병되는 사례도 있어 성공 여부는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국내 제약업계 활발한 스핀오프

국내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 코오롱제약 박종덕 전 개발본부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웅제약은 R&D 전문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유망 파이프라인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런 국내 제약업계의 스핀오프 바람은 이전부터 있었다.

유한양행은 항암 신약개발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자 2016년 3월 미국 바이오기업 소렌토와 합작투자해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SK케미칼도 같은 해 12월 신약개발 부서를 스핀오프해 티움바이오를 설립했다. 티움바이오는 항암제와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4월 안국약품은 특수항체 중심 신약개발을 위해 빅스바이오를 설립했다. 빅스바이오는 신약개발을 비롯해 항암제·면역제제·세포치료제 등을 주사업으로 삼았다.

이에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김맹섭 부사장이 항암제와 이중항체 바이오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5월에는 일동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신약 개발만 전담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바이오벤처를 표방한다.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으로부터 PARP 저해제 후보물질 IDX-1197에 대한 개발 권리를 확보, 개발을 시작했다.

9월에는 동아에스티가 100% 출자 자회사로 큐오라클을 설립했다.

큐오라클은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대사내분비 질환 관련 신약 파이프라인 2건을 현물출자 받았고, 그 댓가로 신주 633만 4320주를 배정했다.

2건의 파이프라인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DA-1241과 비만 및 당뇨 치료제 DA-1726 등이다.

 

스핀오프에 덩달아 덕보는 모회사?
다시 되돌아간 큐오라클...성공 여부 장담 못해

국내 제약업계의 스핀오프 바람은 모회사에도 선한 영향력을 줬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를 스핀오프한 2016년 3월 한 달간 시가총액이 2조 9554억원에서 3조 1283억원으로 1729억원 늘었다.

SK케미칼도 티움바이오를 스핀오프한 12월 한 달 동안 1312억원(1조 4971억원→1조 6283억원) 증가했다. 다만, 매번 성공만 보장하는 건 아니다.

안국약품은 2019년 4월 빅스바이오 분사 이후 한달 동안 1891억원에서 1722억원으로 169억원 시총이 줄었고, 일동홀딩스도 같은 해 5월 아이디언스 분사 이후 44억원(1436억원→1392억원) 감소했다.

특히 2019년 9월 동아에스티로부터 분사한 큐오라클은 1년 만에 흡수합병됐다.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신약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R&D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 탓이다.

동아에스티는 1일 공시를 통해 코로나19(COVID-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당초 목표로 했던 자본 유치가 여의치 않아 경영과 R&D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스핀오프가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활한 투자 유치와 R&D 가속화를 위한 방안으로 스핀오프에 주목하고 있다"며 "투자 자금이 활발해지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외부 변수로 인해 투자자와의 접점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손실이 남겠지만, 목표를 갖고 설립한 회사인 만큼 성과를 낼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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