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결핵 낫지 않으면 '원발성 폐 융모암' 의심해야
폐렴·결핵 낫지 않으면 '원발성 폐 융모암' 의심해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0.09.2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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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항암화학요법 통해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 성공적 치료 논문 발표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왼쪽)와 김지혜 전공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자궁이나 고환에 생기는 악성종양인 '융모암(choriocarcinoma)'이 희귀하게 폐에서 진단된 후 치료에 성공, 국제암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해 주목된다.

중앙대병원 이은주 교수(산부인과)와 김지혜 전공의는 최근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을 항암화학요법으로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 보고 논문'Disseminated Primary Pulmonary Choriocarcinoma Successfully Treated by Chemotherapy: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을 국제암학술지 '캔서 인베스티게이션(Cancer Investiga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교수팀의 사례 논문에 소개된 44세 여성 A씨는 발열 및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으로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폐렴으로 진단돼 2주간 항생제 치료를 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중앙대병원을 찾았다.

이후 검사 결과 A씨는 '원발성 폐 융모암(Primary Pulmonary Choriocarcinoma, PPC)'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융모암은 자궁이나 고환에 생기는 악성종양인데, '원발성 폐 융모암'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매우 드물게 폐에만 존재해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가 65증례에 불과하다. 

즉, 진단에 필요한 전형적인 병의 모습이나 표준 치료가 현재까지 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융모암으로 진단받지 못해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객혈 등의 비특이적 증상으로 폐렴이나 결핵 등 다른 병으로 오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망 후 부검을 통해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원발성 폐 융모암의 65증례를 살펴보면 20%의 환자에서는 융모암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진단이 어려워진 사이에 빠르게 병이 진행, 치료도 못하고 부검을 통한 조직검사로 진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약 80%는 폐암으로 오진해 수술적 치료가 시행됐고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서 융모암으로 진단됐으나 53.8%만이 치료가 됐고 46.2%는 치료에 실패해 사망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중앙대병원에서 흉부CT검사 상 처음에는 전이성 폐암(metastatic lung cancer)이나 결핵(miliary tuberculosis)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혈액검사나 결핵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이에 이 교수팀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CT 영상을 확인하며 조직검사를 하는 'CT유도 폐 조직검사(CT-guided percutaneous lung biopsy)'를 시행한 결과, 폐 조직검사에서 생식기암으로 알려진 '융모암'이 확인됐다.

또한, 융모암 종양표지자검사인 B-HCG(Beta-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 정상 5미만)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수치가 60만으로 크게 상승돼 '원발성 폐 융모암'으로 최종 진단했다.

이 교수는 "최근 100년 동안 보고된 증례보고서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대부분 수술적 치료 내지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는데 46.2%에서 치료가 실패했고 이들 대부분 6개월 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료에 성공한 증례들을 보면 병변이 한쪽 폐에 국한됐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A씨의 경우 병변이 양측 폐 전반에 걸쳐서 퍼져있어 수술적 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교수팀은 복합 항암화학요법(etoposide, methotrexate, cyclophosphamide, vincristine, leucovorin) 치료를 시행해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이끌어 냈고, 이후에도 환자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퇴원해 3년이 지난 지금도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원발성 폐 융모암'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매우 드문 종양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고된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의 모든 사례를 정리하고 환자의 증례보고 및 문헌고찰을 시행했지만, 이번 환자와 유사한 폐 병변 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사례를 포한한 66례의 증례보고 중 항암치료만 시행된 환자는 13명이었는데, 이중 9명은 치료에 실패했고 완치가 된 경우는 이번 증례를 포함해 4건에 불과한데, 앞서 발표된 3건은 병변이 작고 한쪽 폐에 국한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증상이 모호하고 질병에 특이한 진단 소견이 정립되지 않았고 △워낙 희귀해 이 질병의 존재를 몰라 진단이 늦으며 △진단이 늦어진 사이에 빠르게 병이 진행돼 치료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원발성 폐 융모암의 치료 예후가 안 좋았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세포가 폐암 세포와도 구별이 어려워 오진을 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광범위한 폐 절제수술이 진행돼 적절한 항암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B-HCG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폐 병변에서 선별검사로 B-HCG 혈액검사를 포함한다면 진단이 늦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SCI급 국제암학술지 '캔서 인베스티게이션(Cancer Investig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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