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한국패혈증연대 통해 패혈증 데이터플랫폼 구축 후 2125건 사례 분석
지역사회 패혈증과 병원 패혈증으로 나눠 묶음 치료 수행률의 사망 위험 관계 확인
6시간 이내 묶음 치료 할 경우 COS는 0.77배, HOS는 0.62배 사망 위험도 낮아져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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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6시간 이내에 완료되는 패혈증 묶음 치료가 사망 위험을 감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6시간 이내 묶음 치료를 완료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은 0.77배, 병원 발생 패혈증은 0.62배가량 사망 위험도가 더 낮았던 것이다.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센터 의료감염관리과와 서울아산병원 임채만·오동규 교수(호흡기내과),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과)는 패혈증 환자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패혈증 관리 정책의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라는 제목으로 추진한 정책연구용역으로, 이번 발표에는 1차년도 결과가 담겼다.

연구는 주제에 따라 2개의 세부과제로 나눠 진행됐다.

제1세부과제에서는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community-onset sepsis, COS)과 병원 발생 패혈증(hospital-onset sepsis, HOS)을 구분해 각각의 환자 자료를 일관된 기준으로 수집한 후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제2세부과제에서는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패혈증의 진단과 치료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신뢰도 높은 국내 패혈증 환자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시도별 16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이 참여하는 한국패혈증연대(Korea Sepsis Alliance, KSA)를 조직해 웹 기반의 데이터플랫폼을 구축했다.

수집된 자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향적 패혈증 코호트 자료이자, 국내 최초로 의료기관 내 신속대응체계와 연계해 HOS 사례를 수집한 코호트 자료로서 의의가 있다. 
 

2019년 9월~2020년 2월까지 2125건 사례 분석
COS 1720건, HOS 405건…평균 연령 70.1세

연구팀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등록된 총 2125건의 패혈증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COS는 1720건(80.9%), HOS는 405건(19.1%)으로 응급실 방문 환자 10만명당 각각 371.8건, 18건의 패혈증 사례가 발생했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발생 건수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패혈증 발생 건수의 의료기관 종별 비교.

우선, 응급실 방문 환자 10만명당 패혈증 발생건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각각 325.9건, 497.2건이며 입원 10만명당 패혈증 발생건수는 각각 16.8건, 28.6건으로 나타났다.

역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패혈증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1세이고 이 중 56.4%가 남자였으며, HOS 환자들이 COS 환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젊었으며(71.3±14.0[COS] vs. 64.7±14.7[HOS], p<0.001), SOFA 점수(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주요 장기의 부전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유의하게 높았다(5.7±2.9[COS] vs. 6.4±3.0[HOS], p<0.001).

가장 흔한 원발 감염병소는 호흡기계(48.1%), 복강(24.8%), 비뇨기계(16.1%) 순이었고 HOS에서 복강 감염, 카데터 관련 감염, 전신 감염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COS)과 병원 발생 패혈증(HOS)의 사망률 비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COS)과 병원 발생 패혈증(HOS)의 사망률 비교.

전체 패혈증 환자의 422건(19.9%)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검출됐으며, 패혈증 환자 100명 중 COS와 HOS 각각 25.6명, 39명이 입원기간 동안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HOS에서는 COS와 비교해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과 장내구균(Enterococcus) 등 그람 양성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고, 패혈증 묶음 치료(sepsis bundle) 1시간 이내 수행률도 HOS에서 더 높았다.
 

6시간 이내 묶음 치료 수행률이 사망 위험 줄여

연구팀은 COS와 HOS에서 나이, 성별, 중증도(SOFA 점수), 기저질환, 패혈성 쇼크 여부, 감염 병소, 항생제 내성균 여부 등의 교란변수를 보정한 후 묶음 치료 수행률 및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묶음 치료의 수행률이 패혈증 사망을 줄인다는 결과를 확인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6시간 이내의 묶음 치료 수행률이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패혈증 묶음 치료란 유산농도 측정, 혈액배양검사 시행, 항생제·수액 투여, 승압제 사용 등을 모두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COS는 6시간 이내에 묶음 치료를 완료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0.77배 낮았다.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COS)과 병원 발생 패혈증(HOS)의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묶음 치료 수행률.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COS)과 병원 발생 패혈증(HOS)의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묶음 치료 수행률.

HOS는 3시간·6시간 이내에 묶음 치료를 완료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각각 0.55배·0.62배 더 낮게 나타났다.

묶음 치료 수행률은 의료기관별 편차가 매우 컸는데 상급종합병원, 15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수도권 등에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COS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비교적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이 높았으며, HOS는 신속대응팀 등급이 1등급인 경우와 신속대응팀이 24시간 활동하는 경우에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패혈증 관리에는 조기 인지 및 적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3~6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이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감소하므로 패혈증의 감시 및 진단을 위해 전자의무기록에 기반한 패혈증 발생 감시 자동화 시스템 구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이어 "HOS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신속대응팀의 구축 및 확대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2차년도 연구 계획은?…한국형 패혈증 감시 지표 등 마련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패혈증 치료 현황에 맞는 진료 표준화의 핵심 요소로 △패혈증 발생 감시 자동화 시스템 △병원별 묶음 치료의 6시간 이내 수행률 감시 시스템 △의료기관 내 신속대응시스템의 구축 및 상시 운영의 활성화 등을 꼽았다.

우선, '패혈증 진료 표준화 제안'을 통해 6시간 묶음 치료 수행률의 빈도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묶음 치료 수행을 독려하며 그에 따르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의견이다.

또한 연구팀은 효과적인 패혈증 관리를 위해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며 '패혈증 민간·공공 협력사업(Private-public mix, PPM)' 기반이 조성된다면 패혈증 사망 및 관련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패혈증의 날 행사 등을 통해 의료진 교육 및 대국민 홍보 활동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패혈증 관련 사회경제적 부담의 경감을 위해서 의료기관의 패혈증 환자 조기 진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국내 실정에 적용 가능하고 표준화된 패혈증 환자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묶음 치료 수행률 향상과 치료 성적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차년도 연구에서는 국내 의료기관의 검증과 민감도 및 특이도 평가 등으로 역학 자료의 질을 향상시켜 자동화된 패혈증 감시체계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수액치료와 패혈증 묶음 치료의 목표 수행시간 등 적절한 치료기준, 한국형 패혈증 감시 지표 등을 개발해 국내 의료기관에 적합한 패혈증 관리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연구팀은 "향후 패혈증 심층조사 연구의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국내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보건의료정책의 근거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화를 통해 패혈증의 장기 예후와 사회생활로의 복귀 비율이 향상돼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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