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 NEJM 편집장들 "정부와 백신에 대한 믿음 없으면 배포·접종도 불가능"
최대한 많은 사람 살리고 불평등 최소로 감소...예방접종 전략 중요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하기 위해 백신 개발, 국가·기관 배포, 시민 접종까지 정부의 투명성과 백신의 신뢰도가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속도 전쟁이 붙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 보건당국은 임상 3상을 진행하지 않고 백신 후보를 허가하는 사례뿐만 아니라 개발에 선두하고 있는 미국·유럽 제약사들의 임상에서 부작용 사례들이 보고됐다. 

임상에서 백신 효과·안전성을 입증하는 것도 큰 과제지만 백신이 개발·확보되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모두가 동시에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고 시민이 접종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이유로 팬데믹 상황에서 나라마다 먼저 접종해야 하는 인구를 분류해 백신을 순서대로 배포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투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다.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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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만큼 중요한 배포..."최대한 많은 사람 살리고 불평등 최소로"
코로나19 백신은 맹렬한 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배포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성과는 뒤떨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백신 예방접종 전략에 대해 논의를 해 1단계로 보건의료인·사회필수시설 종사자, 軍, 노인·기저질환자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해 우선 접종하고, 2단계로 성인·아동 등에 대해 접종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이 현재 개발되지 않아 관련 정보가 불완전한 만큼 우선 접종권장 대상자 등은 아직 논의 중 단계이며, 이후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지속 보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도 현재 코로나19 백신 배포 계획을 세우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외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모든 주(state)의 공중보건기관에 백신배포 초안전략을 알렸다. 문서들에 따르면 CDC는 코로나19 백신이 10월 말에 확보된다는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예방접종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CDC 전략은 최종본이 아니다. 이유는 전략이 가정하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 이번 예방접종 전략에 나열된 직종군과 위험군이 구체적이지 않아 전략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보다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보건당국 관계자와 시민에 공개해 이에 대해 토론을 하고 투명성과 신뢰를 키우는 취지다.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감염병 임상연구(Director of Clinical Research, Division of Infectious Diseases) 국장인 Lindsey Baden 교수는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배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실시하기 전에 사람들이 커뮤니티로서 이에 관해 토론을 하고 적절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틀(frame)을 잡는 것이 CDC의 역할이다"라고 지난 10일 NEJM에 게재된 오디오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Baden 교수가 지적한 듯이 CDC는 오래전부터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스페인 독감, 에볼라 등의 다양한 감염병 팬데믹 경험을 바탕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예방접종 전략을 세우기 위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접종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8년 팬데믹에 핵심인력 예방접종 배포 CDC 로드맵'은 미국 전체 인구를 다섯 계층(tier)으로 나눠 예방접종을 첫 계층부터 다섯 번째 계층까지 순서대로 접종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각 계층은 핵심 직업군과 고위험 인구를 나열한다.

데이터 출처: 미국 CDC. 메디칼업저버 자료 재구성, 그래픽 김해인 기자.
데이터 출처: 미국 CDC. 메디칼업저버 자료 재구성, 그래픽 김해인 기자.

CDC에 따르면 팬데믹 도중 감염병이 지역사회에서 급속하게 확산해 의료와 같은 필수적인 서비스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선 접종할 핵심 직업군을 분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염 시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도 식별해야 한다.

이에 미국 국립학술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NASEM)은 이번 팬데믹 상황에 맞춰 코로나19 백신 배포 방법을 제안하면서 인구를 세부적으로 정의했다. 미국 국립학술원은 미국 정부로부터 설립됐지만 정부기관은 아니다. 

지난 1일  미국 국립학술원은 114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배포 초안 프레임워크에 관한 문서를 게재했다. 이번 문서는 ▲다른 감염병에서 백신을 배포한 경험의 교훈들 ▲공평한 배포를 위한 프레임워크 ▲배포 프레임워크를 다양한 시나리오에 적용하는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한 의견을 제공하고 싶은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국립학술원에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 국립학술원은 H1N1 인플루엔자, 에볼라 팬데믹 중 백신 배포 과정에서 거둔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고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 미네소타주, 펜실베이니아주, UCSF 등이 렘데시비르 등을 배포하는 데 사용한 전략을 설명했다. 

팬데믹에서 백신 배포 역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상황에서 렘데시비르와 같은 치료제 배포전략은 전반적으로 환자에 혜택을 극대화하면서 불균등을 줄이고 윤리적인 원칙(principle)을 포함해 7가지 원칙을 따랐다.

미생물 및 감염병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Eric J. Rubin 교수는 "(배포전략을 종합해 검토하면) 생명을 최대 많이 구하면서 불공성을 최소화하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배포 전략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침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신종 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사망률과 이환율을 줄여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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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리는 코로나19 백신 배포 전략에도 적용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는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배포하기 위해 3가지 윤리가치(values)인 ①공동선(common good) 증진 ②사람들을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우 ③다원적 사회에서 합법성, 신뢰 및 소유감(ownership 촉진을 강조했다. 

아울러 존스홉킨스대학교는 윤리가치 토대로 코로나19 대응에 핵심 인력과 중증질환 위험이 있는 인구부터 시작한 후 기타 인력을 접종하는 것을 권고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백신 배포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상황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를 고려해 국가 간 협력 및 배포 메커니즘을 제시하면서 전반적인 예방접종 계획을 세웠다. WHO는 의료인력, 65세 이상 성인, 기저질환이 있는 성인을 먼저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배포 전략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미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신의 개발, 허가, 배포, 접종 단계마다 투명성과 신뢰를 강조했다. 

Baden 교수는 "효과적인 백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기 위해 예방접종이 필요하고 옳다고 판단하는 커뮤니티가 있는 듯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공중보건 관계자 등 다양한 차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Baden 교수는 "모든 과학적 노력(endeavor)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책을 개발 및 시행하는 데 진보와 좌절이 있겠지만 성공적인 중재법을 가장 필요한 인구에 먼저 배포하기 위해 이러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중재법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배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감과 코로나19를 통해 전염성 높은 호흡기 바이러스 경우 세계 커뮤니티에서 전염이 통제되지 않은 구역이 있다면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고 모든 커뮤니티가 백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신뢰가 생기면 전염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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