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EACTS, '2020년 심방세동 진단 및 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4S-AF, 뇌졸중 위험·증상 중증도·심방세동 부담의 심각도·기질 심각도 등으로 심방세동 분류
심방세동 진단·분류·치료 등 관리전략 'CC to ABC'로 도식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럽 심장학계가 새로운 심방세동 분류 기준을 제시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유럽심장학회·심장흉부외과학회(ESC·EACTS)는 심방세동 지속시간과 발현양상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에서 더 나아가 심방세동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새로운 모델인 '4S-AF'를 제시했다.

또 새로운 분류 기준을 반영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관리전략을 'CC to ABC 경로(Confirmation and Characterization to Atrial fibrillation Better Care pathway)'로 정리하며, 간소화한 통합적인 심방세동 관리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ESC·EACTS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심방세동 진단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ESC 연례학술대회(ESC 2020)에서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전체 가이드라인은 발표와 동시에 European Heart Journal 8월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2016년 후 약 4년 만에 개정됐다.

심방세동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4S-AF'

가이드라인에서 심방세동은 전통적인 12유도 심전도(12-lead ECG) 또는 단일 리드 심전도 스트립(single-lead ECG strip)에서 30초 이상 심방세동에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 진단하도록 권고했다(권고등급 I, 근거수준 B).

주목할 대목은 심방세동 확인 후 분류 기준에 변화를 준 것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 지속기간과 발현양상에 따라 △처음 진단 △발작성 △지속성 △장기간 지속성 △영구성 등 다섯 가지 심방세동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다양한 심방세동의 특징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었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의 구조화된 특징(structured characterization)에 따라 심방세동을 분류하는 4S-AF를 제안했다. 

4S-AF는 △뇌졸중 위험(Stroke risk) △증상 중증도(Symptom severity) △심방세동 부담의 심각도(Severity of atrial fibrillation burden) △기질의 심각도(Substrate severity)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환자 건강 상태에 따라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4S-AF에서 제시한 평가도구는 뇌졸중 위험 평가에 CHA2DS2-VASc 점수, 증상 중증도 평가에 유럽부정맥학회 증상 점수(EHRA symptom score)와 삶의 질에 대한 설문지다.

심방세동 부담의 심각도는 심방세동의 시간적 유형과 자발적 중단 등으로 평가하도록 했으며, 기질의 심각도는 동반질환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심방 심근병증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공동의장을 맡은 세르비아 Clinical Centre of Serbia의 Tatjana Potpara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S' 영역을 각각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4S-AF는 기질 또는 증상, 부정맥 부담 등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도구들을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 진단→분류→치료 경로, 'CC to ABC' 도식화

심방세동을 확인하고 특징에 따라 분류(Confirmation and Characterization, CC)했다면 환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 'ABC 경로'를 제시했다.

ABC 경로는 △A: 항응고요법/뇌졸중 예방(Anticoagulation/Avoid stroke) △B: 증상 조절 개선(Better symptom control) △C: 동반질환/심혈관질환 위험요인 관리(Comorbidities/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를 의미한다. 

A는 항응고요법으로 뇌졸중을 예방하며, B는 심박수나 율동조절로 증상을 더 좋게 조절한다는 것을 뜻한다. 

C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기적절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과 동반질환의 관리가 전체 심방세동 부담과 증상, 삶의 질, 환자 예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 진단, 분류, 치료 등에 대한 전체 경로를 'CC to ABC'라 정의하며 이를 도식화했다. 그리고 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에게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전략을 결정하도록 했다. 

선별검사 진행 시 심방세동 진단 중요성·치료 의미 알려야

새롭게 마련된 권고안들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높은 권고등급인 I으로 새롭게 제시된 권고안은 심방세동 선별검사를 받는 개인에게 심방세동 진단의 중요성과 치료 의미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I, B).

기존 가이드라인과 큰 변동사항은 없지만 심방세동 선별검사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함께 정리했다. 

선별검사를 위해 현재 민감도와 특이도를 확인한 새로운 도구들이 임상에 도입되고 있지만, 65세 이상이라면 맥박을 측정(pulse taking)하거나 심전도 심조율 기록지로 심방세동을 파악하도록 권고했다(I, B)

7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뇌졸중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방세동을 진단할 경우 체계적인 심전도 선별검사도 고려하도록 했다(IIa, B).

심방세동 환자의 혈전색전증 예방 권고안에서는 출혈 위험 평가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모든 환자의 출혈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수정 가능한 출혈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출혈 고위험군(HAS-BLED 점수 3점 이상)을 일찍 그리고 자주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HAS-BLED 점수를 포함한 공식적인 위험 점수 기반 평가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IIa, B).

특히 뇌졸중과 출혈 위험은 노화와 동반질환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변화하므로 정기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뇌졸중 위험이 낮은 심방세동 초기 환자는 첫 번째 뇌졸중 위험 평가 후 4~6개월 이내에 다음 평가를 진행하도록 제시했다(IIa, B).

카테터절제술 권고등급 상향 조정

2016년과 비교해 권고등급이 상향 조정된 권고안들도 있다. 

비타민 K 길항제(VKA)를 복용하고 있으며 치료구간내 시간(time in the therapeutic range, TTR)이 70% 미만으로 낮다면,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로 치료제를 변경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에는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좋아야 하며 치료가 지속되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IIb→I, B). 

NOAC으로 변경하지 않는다면 TTR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상담을 받고 INR을 자주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IIb→IIa, B)

심방세동 카테터절제술(catheter ablation)은 CAPTAF와 CABANA 연구를 통해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치료 혜택이 확인되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등급이 IIa에서 I로 강해졌다. 

카테터절제술은 율동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심방세동 재발의 주요 위험요인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발작성 또는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가 한 가지 항부정맥제로 심방세동 재발 증상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면 진행하도록 권고했다(I, A 또는 B).

이와 함께 증상과 관계없이 빈맥 유발성 심근증(tachycardia-induced cardiomyopathy) 가능성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전략으로 카테터절제술을 제시했다(I, B). 

항부정맥제인 아미오다론 투약을 권하지 않는 권고안의 등급도 IIa에서 I로 상향 조정됐다.

아미오다론의 심장독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박출률 감소 심부전 동반 환자를 포함한 모든 심방세동 환자에게 장기간 율동조절을 위한 1차 치료제로 아미오다론을 권고하지 않았다(I, A).

심방세동 환자의 동반질환과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생활습관 교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비만한 환자, 특히 카테터절제술을 진행하기 위해 평가 받는 심방세동 환자는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IIa→I, B). 비만한 심방세동 환자가 체중을 조절한 후 카테터절제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예후 개선 혜택이 크다는 이유다. 

아울러 고혈압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세동 재발을 줄이고 뇌졸중 및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IIa→I,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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