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본과 4학년 80% "동맹휴학 및 국가고시 계속 거부 반대"
대전협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도 진료복귀 결정…"단체행동 없다"
복지부,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는 상태에서 구제는 불가능한 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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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의대생들이 이번 전국의사 총파업에서 초지일관 내민 가장 강력한 카드이자 일부 의사 선배들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응원과 지지를 보낸 '국시거부'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서울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80% 이상이 동맹휴학 및 국가고시 계속 거부를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마저 업무복귀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의사선배들이 단체행동을 중지한 상황에서 국시거부를 통해 홀로 마지막 자리를 지키던 의대생들의 마음이 누그러져 추가적인 구제책 논의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지난 8일부터 실시 중인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전체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14%인 446명만 시험접수를 완료했다.

접수율이 저조한 이유는 마지막 접수 기한(6일 자정)까지 전국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국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의사협회 등을 비롯한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국시에 응시하지 못하는 의대생들을 구제하라고 요구했고 최악의 경우 의·정 합의문을 파기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이 같은 행동에 동의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의대생들이다.

한양의대 본과 4학년 국시 거부자 일동은 "단 한 번도 국시 구제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1년을 버릴 각오로 잘못된 의료정책에 저항하고자 한다"며 "수많은 압박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으나 선배들은 우리의 뜻을 거두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성균관의대 본과 4학년 국시 거부자들도 "일각에서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회유했지만 벼랑 끝자락에서 물러날 수 없기에 1년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지는 다른 의과대학 학생들의 성명서에서도 대동소이하게 나타났는데, 의대생들 스스로가 구제책을 요구한 적이 없을뿐더러 요구할 생각도 없음을 강력히 밝힌 것이다.
 

서울의대 학생들, "국시 거부 단체행동 반대"
대전협 新 비대위, "더 이상 단체행동 없다"

지난 8일 굳건한 전국 의대생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만한 일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우선, 서울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의 81%가량이 동맹휴학 및 국시 실기시험 계속 거부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의대 학생회는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약 70%의 재학생이 '현시점에서 단체행동을 지속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국시를 봐야 하는 본과 4학년 중 설문조사에 참여한 81%가 동맹휴학 및 국시거부 등의 단체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이 전체 전공의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파업중지 결정을 내리고,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 아래 새롭게 출범한 새로운 비대위도 기대와 달리 하루 만에 발을 뺐다.

대전협 신(新)비대위는 지난 8일 저녁부터 9일(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대의원 회의를 통해 전공의 전원의 업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한 파업을 계속하자는 의견보다 정상근무 및 피켓 시위 정도에서 머무는 1단계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의대생들끼리도 서서히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단체행동에 힘을 함께 실어줄 것으로 보였던 대전협 신비대위마저 9일 오전 7시부터 업무복귀를 선언하면서 국시거부가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정부입장 강경하나 의대생 마음 돌리는 것이 최우선

정부는 의사국시 실시시험 추가접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못을 박고 있다.

단, 지난 8일에는 의대생들이 스스로 국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구제하기가 어렵다며 이들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일말의 구제 가능성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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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현재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협이 정부에 구제책을 요구하기보다는 의대생들이 스스로 학업에 복귀하고 시험을 치르겠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입장을 바꾸게 하는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순리"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만약 의대생들이 마음을 돌릴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국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어쩌면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기성세대와 정부에 분노해 모든 것을 던져버리려 했던 것이 의대생들이었을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학생들은 국시를 응시하겠다고 밝히고, 교수들과 의료계는 구제책을 정부에 건의할 방법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대생들이 다치면 교수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될 수도 있다"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당분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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