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안과의사들이 검사기록 조작해 보험금 편취당했다 주장
법원 "원고측, 구체적인 사실관계 주장 전혀 없다" 판결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안과 의사들이 검사기록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며 배상금을 요구한 민간 실손보험사의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2일 청주지방법원은 안과를 상대로 약 2억원과 이에 대한 연 12% 비율의 지연손해금을 요구한 민간실손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종합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피보험자들이 질병 또는 상해로 입원, 통원 치료를 받은 경우 그들이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실손의료비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고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비보험 상품은 통원과 입원 치료비를 구분했고, 통원치료비의 보험금 지급 한도는 20~30만원으로 정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보험사는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다초점인공수정체 렌즈의 경우 '안경·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 렌즈에 대한 비용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는 안과를 운영하는 A의사다.

원고는 A의사가 환자들이 통원하며 백내장 수술을 위한 검사를 받았음에도 입원 검사를 받은것처럼 결과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에게 레이저검사만 시행했음에도 초음파 검사도 시행한 것처럼 조작했고, 다초첨인공수정체 렌즈 비용을 보험금 지급 대상인 검사비로 청구해 환자들이 보험금을 편취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A의사가 운영하는 안과에서 지난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백내장 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3억 6584만 4302원이며, 원고측은 그 중 70% 이상의 금액이 피고의 기망행위로 지급됐다고 봤다.

이에 원고는 A의사가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봤고, 지급된 보험금의 일부인 2억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환자들에 대한 검사결과지를 조작하거나 다초점인공수정체 렌즈비용을 검사비로 청구했다고 주장할 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주장·입증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원고의 청구는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피고 측인 변호사는 원고 측이 손해배상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주장에 대한 증거 없이 무분별한 증거 신청을 남발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보험사 측 주장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면서 무분별한 증거 신청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했다"며 "재판부에서도 민간 실손 보험사 측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고 측은 ▲안과 의사들이 민간 실손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거나, 환자들의 보험금 청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환자로부터 치료재료대와 검사비 등 백내장 수술 관련 비용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 ▲눈의 계측검사를 모두 진료기록 기재와 같이 시행했다는 점 ▲민간 실손 보험사는 환자들에게 반환을 청구해야 할 것을 보험계약과 무관한 안과 의사들에게 청구하고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해 소송전략을 수립했다.

조 변호사는 "보험사가 사실관계 확인이나 법리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법원도 보험사 측의 청구가 사실적·법리적으로 부당함을 확인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 사건 판결은 소액 사건이나 단독 사건이 아닌 합의부 사건에서의 재판부의 판단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 진행 예정인 민간 실손 보험 관련 유사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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