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약물 적용 및 무한한 확장성 강점
한미약품·종근당 등 대형사와 바이오벤처 주목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플랫폼'이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약 플랫폼은 기존 신약개발 중심으로 이뤄지던 연구개발(R&D)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한한 변신 가능한 신약 플랫폼

신약 플랫폼은 1개 기술을 다양한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수백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약 플랫폼은 이처럼 다양한 후보물질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비독점적으로 다수의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수출을 일궈낼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연구개발의 핵심 기반기술인 플랫폼이 있다면 다양한 타깃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며 "이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제약업계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업계가 개발한 신약 플랫폼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신약 플랫폼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단순한 기술 개발은 물론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플랫폼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경쟁 플랫폼보다 우수하다는 점도 입증해야 전 세계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신약 플랫폼을 통해 신약이 개발된다면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 제약사도 '신약 플랫폼' 시대

일부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신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팬텀바디, 오라스커버리 등 총 3개의 고유 신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의약품 반감기를 늘려 약물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MSD와 1조원 규모의 대형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신약 후보물질 LAPS 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도 랩스커버리의 결과물이다.

팬텀바디는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다. 면역글로불린G(lgG)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어 면역원성 및 안전성에서 우수하며 생산 효율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오라스커버리는 화학 항암제를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개선하는 플랫폼 기술로, 오락솔 개발에 쓰인 기술이다.

종근당은 인체 내 효소로 암 세포의 사멸과 면역세포의 분화 억제 등에 관여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종근당은 이 플랫폼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 등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했다.

이 중 개발 속도가 빠른 CKD-506은 현재 임상 1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고,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완료한 상태다.

종근당은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 신약으로 개발, 향후 미충족 수요가 높은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치료제와 백신은 물론, 향후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플랫폼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바이오벤처 관심 집중..."유리한 사업모델"

신약 플랫폼 기술은 특히 바이오 벤처들이 강세를 보인다. 

우선 에이비엘바이오는 서로 다른 2개의 항체를 자유자재로 붙여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인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항체 하나는 면역세포를 강화하고, 나머지 하나는 암 세포를 공격할 수 있어 기존 단일항체 치료제에 비해 약효가 뛰어나다.

또 대부분의 항체 치료제에 접목할 수 있어 확장성도 크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알테오제는 이 신약 플랫폼을 토대로 4조원대 초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의 '콘쥬올' 플랫폼은 약물 복합체(ADC) 기술로, 항체와 톡신을 결합시켜 몸 안에 투입, 암 세포를 만나면 톡신만 떨어져 나와 암 세포를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 기술이다.

암 세포만 타깃하는 모든 항암제에 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사업 확장성도 무한하다.

제약업계는 신약 플랫폼은 바이오 벤처에 유리한 사업모델이라고 말한다.

바이오 벤처는 대다수가 이런 플랫폼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시카우 극대화를 위해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플랫폼 기술은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후발주자들은 전통적인 신약개발보다 플랫폼 개발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신약 플랫폼은 초기 임상을 통해 플랫폼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