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중단 명문화, 수가 개선·건정심 구성 등 실익 챙겨
'반발'하는 젊은의사들 설득은 숙제..."포용적 자세로 설득하겠다"
의료계 내부 반발↑...최대집 회장 탄핵 움직임도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는 4일 협상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증원 등을 포함한 이른바 '4대 악법'에 대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반발하며 서명식 장소에서 격하게 항의했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는 4일 협상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증원 등을 포함한 이른바 '4대 악법'에 대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한 젊은의사들은 반발하며 서명식 장소에서 격하게 항의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길었던 의료계 총파업 사태가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여당과 협상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원점 재논의'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어느정도 실익을 챙겼다. 

하지만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등 젊은의사들과의 봉합하지 못한 갈등은 여전해 향후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논의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익' 챙긴 대정부 투쟁

의료계는 그동안 철회를 요구해왔던 이른바 4대 악법 가운데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을 명문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역수가 개선 등 지역의료지원책과 필수의료육성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 등을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이 파업하게 만든 시초였던 만큼 이를 중단하는 내용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성과 중 하나다.

대정부 투쟁을 이끌어 낸 주요 의제는 아니지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과 건정심 구조개선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키울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업무명령개시를 이행하지 않아 고발 조치된 전공의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도 돌파구가 생겼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고발된 6명의 전공의와 고발 예정인 전공의에 대한 진행을 취소하고,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부탁했다"며 "정부여당과의 합의사항보다 이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도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의사 국시와 전공의 고발을 둘러싼 문제도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며 "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6명의 전공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는 한편, 의사 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을 오는 6일까지로 연장했다.

 

젊은 의사들 반발은 '숙제'...갈등 재발 여전

대전협을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항의하는 모습.
대전협을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항의하는 모습.

의료계가 실익을 거뒀음에도 숙제는 여전하다. 

정부여당과의 합의안을 두고 젊은의사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향후 이어질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협과 정부여당의 최종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단일 합의안을 마련하면 범의료계 4대약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추인과정을 거치고, 최종 합의안을 의료계가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최종 합의안 마련 후 진행될 협상은 최대집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키로 했지만,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 2일 저녁 의협 요청에 따라 최 회장을 포함, 실무진과 협상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3일 열린 범투위에서 초안 의견 수렴 후 수정사항을 반영해 최종 협상안이 나올 경우 대전협을 포함한 전체 위원에게 회람키로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특히 젊은 의사들은 복지부와 의협의 서명식이 열리는 장소에서 항의하며, 단체행동 중단 여부는 대전협이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의협 최대집 회장은 "우호적인 조건을 마련해 설득하는 것이니, 복귀하라"며 "각 수련병원과 시도의사회 조직을 이용해 복귀할 수 있도록 포용적 자세로 설득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회장 탄핵에 대전협 박지현 회장 비판 목소리...의료계는 분열 中

상황이 이렇자, 의료계는 분열하고 있다.

의협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최대집 집행부를 탄핵시켜야 한다며 서명서 작성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대전협 박지현 회장의 독자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의협 40대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독단적인 결정을 한 의협 회장과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투쟁을 이끌어 온 젊은의사들에 대한 배신 행위이자, 전체 회원들을 우롱한 기만행위라는 지적이다.

병의협은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하고 의협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대집 회장과 임원 전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신청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젊은의사들이 동의하지 않는 의협, 여당, 정부안에 반대한다"며 "최대집 집행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젊은의사들을 지지하겠다"고 전했다.

대전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정부 투쟁을 진행하며 의협과 마찰이 발생하는 건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젊은의사들의 목소리를 빌미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의협을 이용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대전협의 독자적인 행동은 진중하지 못한 대응"이라며 "SNS를 통해 선배 의사들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행위는 득보단 실이 더 많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협의 약한 리더십으로 인해 대전협에 끌려다녔다는 지적도 있다.

한 개원의는 "이번 대정부 투쟁은 얻은 것도 있지만, 결론적으론 회원들과 함께하지 못한 투쟁이었다"며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을 비롯한 대정부 투쟁을 진행하며 회원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범투위를 조직해 일부의 의견 만으로 시작과 끝맺음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의협의 총파업 참여율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 개원의는 "미천한 협상 능력을 개선하지 못한 채 무작정 총파업을 진행하다보니 대전협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니냐"며 "그렇게 감춰왔던 투쟁 로드맵이 이런 것이라는 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개원의도 "의협의 산하조직인 대전협과의 이견이 발생했고, 이 내용이 외부로 퍼져 분열이 발생하게 한 것 자체가 리더십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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