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팀 주윤지 기자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공부를 잘하면 좋은 사람일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일 SNS를 통해 공공의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환자가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어떤 의사를 선택할지를 묻는다. 

선택사항은 두 가지다. 1.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2.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다. 

현재 의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성적이 좌우한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20세기 미국·캐나다에서 의료개혁을 일으킨 Abraham Flexner는 1910년에 의과대학의 선정 및 졸업 기준을 높이고 과학에 의존해야 한다는 '플랙스너 리포트(Flexner Report)'를 발간했다. 

플랙스너 리포트에 따르면 그 당시에 미국에 의과대학이 너무 많았고, 너무 많은 의사를 뽑고 있었다. 또 리포트 기준에 해당되는 의과대학은 소수였으며 기준 미도달인 의과대학은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부적절한 의대 절반이 폐쇄됐다. 또 전반적으로 의사의 교육·진료·연구 활동도 개선됐다. 

그러나 1925년 Flexner는 스스로 의대가 독점적(exclusive)이면서 비싼 기관으로 변했고 이런 변화로 인해 의대는 과학적인 측면에 과도하게 치우치고 의학의 인도주의적(humanitarian) 측면에서 멀어졌다고 우려했다.

'성과를 얻기 위해 매진하는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의대도 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만 고려하기보다 전체론적(holistic)·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적인 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성실하고 똑똑한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겠지만,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학저널인 The Lancet 편집장들에 따르면 의대생들은 동료를 평가할 때 긍정적인 사람을 꼽는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의사는 동료를 평가할 때 능력(competence)과 동료애(camaraderie)를 중요시한다. 환자는 의사의 소통능력과 돌봄(care) 능력을 평가한다. 

의협 설문조사에서 '좋은 의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의사는 과학적 지식을 갖춰야 할 직업이자, 이를 인도주의적으로 환자에게 베풀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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