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강대강' 속 시민단체·한의계·간호계·정치권도 참전…가짜뉴스도 고개
의료계 일각, "파업 왜 시작했는지 잊지 말아야…갈수록 논점 흐려질라" 우려
대전협, 박지현 회장에 협상 전권 부여…범의료계 합의·중재안 사실상 백지화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범의료계 중재안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의 설득도 끝내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로써 의료계와 정부의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집단 휴진이 장기화 될수록 정치적 이슈가 개입할 여지가 높아지고, 처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파생돼 파업의 당위성이 퇴색하거나 이해 당사자 간의 협상이 의도치 않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은 "앞으로 일주일동안 투표 없이 정부와의 합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됐다"며 "의대 정원 확대 및 지역 의무복무 관련 법안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대한 원점 재논의를 위해 정책의 철회를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대전협에 즉각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는 손영래 대변인은 "정부가 여러 차례 양보하고 국회와 범의료계가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휴진을 지속 강행하기로 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강대강'으로 맞붙어 온 정부와 대전협의 갈등이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무기한 파업 3일차(23일) 대전협과 국무총리의 긴급회동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대한의사협회와 국무총리의 연이은 만남에도 소위 '극적인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이슈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당시 의료계와 정부의 협상이 불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단체, 간호계, 한의계, 여·야 정치권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여론전에 참전하면서 서로의 입장이 더 복잡해졌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에만 해도 이 정도로 격한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의사 공공재 발언, 공공의대 선발 방식 해명자료 실수 등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겹치면서 의료계를 자극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많은 이해관계자들 특히, 정치권까지 현 상황에 대한 대안과 조언이라면서 한 마디씩 거들어 너무 과하게 많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의·정 갈등이 여론전으로 옮겨 붙게 되면 갈등의 핵심이 되는 정책현안은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다른 이슈가 주목을 받는다거나 정치 논리 혹은 정치적인 싸움으로 번져, 갈수록 논점이 흐려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실제로 복지부의 경우 지난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제작·유포해 사회 혼란을 가중하는 행위에 대해 고발 등의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대전협도 브리핑 직후 입장문을 발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진실한 태도와 대화를 요청한다며 언론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왜곡된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즉, 정부와 의료계 모두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유포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서로 지적 및 경고하는 꼴이다.
이 의료계 관계자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이번 이슈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의료계와 정부를 가리지 않고 흔들어 댈 것"이라며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면 절대 안 되고 그러려면 애초에 의료계가 왜 집단행동을 시작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정책을 두고 논쟁을 해야지 이념을 두고 논쟁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이 반발하고 걱정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 파업의 본질이 흐려질까 우려된다"며 "더 늦기 전에 의료계는 협상 통로를 단일화해 중지를 한곳에 모아야 하고, 정부는 압박수단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협 비대위가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대표 긴급비상대책회의 직전에 의학교육·수련병원 협의체와의 간담회에서 도출하고 국립대병원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이 공동 서명한 합의·중재안은 사실상 백지화가 됐다.
해당 합의·중재안에는 전공의 집단휴진 우선 중단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나, 정부가 젊은 의사를 향한 강경한 입장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한다면 복귀한 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하는 내용을 따른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은 "안건 투표 결과, 젊은 의사 단체행동을 유지하게 돼 합의문의 내용은 무효가 됐음을 천명한다"며 "교수들의 중재안을 거절한 것이 상당히 우려스러우나 정말 옳은 가치와 공정, 지방 공공의료에 그릇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것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수련병원 현장조사에 있어 1차 수도권 20개소(8월 26~27일), 2차 수도권 10개소·비수도권 10개소(8월 28~31일)에 이어 3차 비수도권 10개소(8월 31일~9월 1일)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행해 강경대응에 고삐를 죈다.
아울러 환자단체연합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집단휴진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을 위해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를 구성해 법률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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