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인의협 "총파업 명분 정당하지 않다" 한목소리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단체는 '전공의 업무 간호사에 전가' 지적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공동성명서 발표 ... "정부와 의협 책임은 국민 생명 지키는 것"

26일 한 대학병원 로비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여져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료계가 지난 26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환자 및 시민단체로부터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의료계가 내세운 파업의 명분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COVID-19) 위기 상황 속 의료인의 집단 휴진은 비윤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먼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7일 전공의 집단휴진과 14일 1차 의사파업 이후 환자의 피해와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분노함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환자 단체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우려돼 방역당국이 3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할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이라도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취급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며 "의료법이 의료인에게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주는 대신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는 고도의 책임의식 또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자 단체는 의협이 의대정원확대를 포함한 '4대악 의료정책'을 총파업 이유로 발표했지만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대악 의료정책이 중증 수술을 연기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환자 치료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막아야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번 의협 총파업을 의사들의 독점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중증 환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총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구책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의협의 총파업 철회와 의사들의 치료현장 복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정부를 향해서도 이번 총파업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 또한 소통 부족으로 의협의 총파업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는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앞으로 의료계뿐 만 아니라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가 의료인의 집단행동으로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법률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 파업' 명분 정당성 없다는 지적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의협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의협은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의사들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헌신으로 많은 시민들의 감사와 존경을 받았지만 의협 집행부의 잘못된 투쟁으로 차가운 분노의 대상이 됐다"며 "하루빨리 의협은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매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인의협은 의사파업의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의협은 "3058명에서 3458명으로 10% 남짓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이 시기에 진료거부를 선택하는 것은 시민들 눈에 납득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의협은 의료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고 공공의대 신설조차도 거부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등 돌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65.7%, 의대 졸업자 수는 5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6일 인천성모병원 응급센터 앞에 전공의 파업에 따른 진료 축소 및 제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이들 또한 수도권 확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도 많아 중대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인의협은 "이미 일부 병원은 응급실 중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선언했고, 위중한 환자가 예정된 수술을 받지 못했으며, 코로나19 검사를 축소하는 병원도 생겼다"며 "계속되는 의사파업은 말 그대로 환자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의 권리와 권한은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조건으로 사회와 시민이 준 권한"이라며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환자의 생명마저 위협하며 벌이는 집단  행동을 시민들이 계속 용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의협은 전공의를 향해선 더 이상 파업의 선봉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전공의들의 요구는 시민들이 지지할 것"면서도 "우리는 대다수가 분노하는 의사협회 투쟁에 전공의들이 더 이상 선봉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파업"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지난 25일 '명분 없는 의사 집단행동은 중단돼야하고, 공공감염병원 확대 간호사 충원 및 교육훈련이 시행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파업의 이유에 정당성과 명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파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의 단체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고, 간호사들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휴가도 반납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가중된 노동을 하면서 환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의협 집행부의 명분 없는 잘못된 투쟁은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노동자 7만 2000명이 가입된 보건의료노조도 의료계의 총파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6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의사인력 확충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불법의료를 근절할 적극적인 대책이기도 하며,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국가적 의료체계 수립의 문제"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문제인 만큼,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의사와 정부간 협상결과로 폐기하거나 철회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로 이미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노조는 "전공의 진료거부로 이들의 업무 대부분을 간호사들이 직접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응급실 인턴이나 수련의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돼 직접 시행 중이며, 검사 설명부터 동의서까지 간호사가 대리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아가 환자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안전까지도 뒷전으로 밀려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코로나 19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집단 진료거부 방식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28일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의협을 모두 비판했다.  

업무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 온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감염병 대확산 위기 속에서 의사협회의 진료거부를 비롯한 집단행동이 이야기하는 의료공공성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꼬집었다.

이어 "몇 해 전, 우리는 정권의 비호 아래 백남기 농민에게 병사라는 잘못된 사망진단이 내려지고 이에 침묵하던 선배 의사들을 다그치던 의대생들의 용기를 기억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감염병의 위기와 의료공백의 상황에 맞서 공공의료 체계확립, 보편적 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해 목소리"라고 발표했다.

정부 역시도 책임을 피해가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들 단체는 "메르스 유행을 겪으며 감염병의 위기에 대비한 체계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피해는 코로나19에서 되풀이 되었다. 정부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깨닫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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