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내건 의원 소수에 불과, 전국 동네의원 6.7% 휴진 택해
정부, 전공의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응급실·중환자실 휴진 동참 영향
의협 "한 명의 전공의라도 행정처분 시 무기한 총파업 돌입"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26일,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진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26일,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의료계가 예정대로 오늘(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의 파업을 강행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전날 밤샘 회의를 통해 마련한 합의안을 전공의들이 반대하면서 '파업' vs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최악의 대치 상태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개원가는 일주일 전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 때보다 휴진율이 낮았지만, 전공의와 전임의의 파업에 따른 의료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3일간의 파업 시작한 개원가 참여는 저조

의협은 2차 총파업 전날까지 개원가에 집단휴진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전국의사총파업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병원 사정상' 또는 '여름휴가'를 위해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내건 채 문을 열지 않거나, 오전만 진료한 후 곧바로 문을 닫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집단휴진 참여율은 32.6%이었다.

하지만 2차 전국의사총파업에는 그보다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25일까지 전국 3만 2787곳 의원급 의료기관 중 26일 휴진하겠다고 밝힌 곳은 2097곳(6.7%)에 불과했다. 또 27일에는 5.8%인 1905곳, 28일에는 4.6%인 1508곳이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서울시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 약 20곳을 직접 찾아 휴진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를 하고 있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 8756곳 중 5.8%인 506곳(25일 오후 6시 기준)이 휴진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의 의료기관(사진 왼쪽)과 김성배 총무이사의 의료기관(사진 오른쪽)은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정부의 정책에 반대, 휴진에 들어간다는 안내문과 함께 문을 닫았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이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정부의 정책에 반대, 휴진에 들어간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상황이 이렇자, 개원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총파업 동력을 만들려는 의지 없이 문자 메시지나 날리는 게 전부였다. 포스터도 파업 전날 점심 때 배달됐다"며 "파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파업에 나선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먼저 나섰기 때문"이라며 "의협을 믿고 따르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의료기관 아닌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위급성 고려한듯

개원가 의료기관의 참여가 저조하지만 정부는 애가 타는 모양새다. 

집단휴진에 돌입한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의료공백에 따른 우려를 하는 상황.

26일 복지부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근무하는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악화되는 등 의료 공백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 수련병원 근무 인력에 대한 행정조치를 내린 것이다. 정부가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때도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당시에는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된 대상이었다.

정부가 강도 높은 행정명령을 의사에게 직접 발동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병원 사정에 따라 파업에 유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필수인력이 파업에 동참한 게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료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휴진율 10%를 넘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의협 "한명이라도 행정처분 받는다면 무기한 파업"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6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명의 전공의라도 행정조치를 받으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사진 :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간담회 갈무리)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6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명의 전공의라도 행정조치를 받으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사진 :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간담회 갈무리)

이런 상황 속에서 의협은 한 명의 전공의라도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이날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최대집 회장은 "투쟁과 함께 대화를 병행하며 정부와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며 "수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의 협의를 통해 합의문 마련에 동의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거부해 의협이 합의문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가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고, 그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키로 했다.

협의 기간 중에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복지부와 의료계는 의협이 지적하는 4가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최 회장은 "환자 곁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투쟁을 한다는 게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것은 합의안이 아니라 제안문일 뿐이었고, 이는 수용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아 최종적으로 합의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한 사람의 전공의라도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13만 의사의 회장으로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무기한 총파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내릴 정부의 행정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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