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협과 간담회에서 일방적 정책 추진 강행하지 않기로 합의문 마련
대전협, 26일 새벽 밤샘 회의 끝에 합의문 거부…의협도 동의안 철회로 선회
의대생 국가시험, 취소 의사 재확인 거친 후 응시 취소 최종 처리할 예정

지난 7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젊은 의사 1차 단체행동에 모인 전공의와 의대생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결국 정부가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합의문 마련 약속까진 도달했으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최종적으로 내린 선택이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를 통해 근무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수도권 수련병원의 수술·분만·투석실, 비수도권의 응급·중환자실, 비수도권의 수술·분만·투석실 순으로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방침이다.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시에는 형사별(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이상 면허취소)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복지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휴업으로 인해 병원의 검진과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조차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COVID-19)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전국적 유행의 위기상황에서 확진자 중 고령자가 많아 중증·위중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단휴진으로 진료 인력이 부족해 대학병원이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하지 못하고 있는 게 업무개시명령 발동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므로 업무개시명령은 중증·응급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환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발생시키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어 "의대생 국가시험에 대해서도 본인 여부와 취소 의사 재확인을 거쳐 응시 취소를 최종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집단휴진에도 대응…공정거래법 위반신고 예정

또한 복지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의료기관이 집단휴진 기간동안 지자체에서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포함해 엄격히 대응할 것을 해당 지자체에 요청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위중한 상황에서 집단휴진은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어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가능하며, 대상 기관은 휴진 당일 휴진율을 분석해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체증작업 등을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미이행하거나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15일 처분 및 업무개시 재차 명령, 거부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를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복지부는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협에 대해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및 의료법에 근거한 행정처분 등도 실시한다.

우선, 복지부는 의협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

공정거래법은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시행한 것은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협이 의사들에게 휴업을 하도록 한 행위는 단계적 구속으로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해당 조항 위반 시 개인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해당 단체에게는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비상진료체계 구축…지자체·관계부처·병원계에 요청

복지부는 의료계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공백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 △대체 순번 지정 △대체인력 확보 △당직의 조정을 요청했고,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 확대 △주말 및 공휴일 진료 등 비상진료체계 구축 및 운영을 지자체·관계부처·병원계에 요청했다.

아울러 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 응급의료포털, 스마트폰 앱 '응급의료정보제공' 등을 통해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안내하고 있다.

향후 복지부는 의료계 집단휴진 장기화에 대비해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에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비상진료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합의문안 작성에 의협은 'YES', 대전협은 'NO'

이번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앞서 지난 25일 정부와 의협은 합의문 작성을 약속, 입장 차이가 좁혀지는 듯 했으나 대전협이 이를 거부하면서 의협 또한 철회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복지부는 수차례에 걸쳐 의대 정원 조정 등을 포함한 주요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를 해 나가자고 제안했음을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대화기간 동안에는 집단행동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고 정부도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등의 방안을 제시해 왔던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적인 임무로 두고 코로나19 위기를 안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설득했다.

실제로 박능후 장관은 지난 22일 담화문을 통해 어떤 전제조건 없이,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논의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26일 오전 8시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발표하기 전에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26일 오전 8시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발표하기 전에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이 같은 노력에 의해 지난 24일 의협과 국무총리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후 의협과 복지부장관의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문안 마련에 동의했다.

합의문에는 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중단하고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마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협의 기간 중에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의협은 대전협 등과 협의할 시간을 요청했고, 지난 25일 저녁부터 26일 새벽까지 의협과 대전협이 밤샘 회의를 진행했으나, 대전협이 합의문안을 거부하고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의협도 이미 상호 동의한 합의문안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기에 이르렀고 최종적으로 의료계 집단휴진으로 이어졌다. 

복지부는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수차례에 걸친 양보와 대화를 위한 노력을 했으나 의협과 대전협은 정부 정책의 철회 또는 원점 재검토만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며 "결국 합의된 내용을 번복하는 등 진정성과 책임성 있는 협의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어 "상생의 협의를 이룰 수 있는 협의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 의협과 대전협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조치 취하나 집단휴진 중단 요청은 지속

복지부는 의료계의 잡단휴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격한 조치를 실시할 것이나 엄중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불행해지는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인 다툼은 지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의협과 대전협이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하며 합의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복지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최대한 조속한 시간 내에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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