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코로나19 대유행 정점 시기에 제1형 당뇨병 사례 2배 늘어"
국외 당뇨병 전문가 "코로나19와 당뇨병은 양방향 관계"…연관성 확인 위한 'CoviDIAB' 진행
서울대 조영민 교수 "바이러스로 췌장 베타세포 파괴됐거나 당뇨병 발현 시기 빨라졌을 수도"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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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당뇨병 발생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뇨병은 코로나19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당뇨병을 동반했다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고 사망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와 당뇨병이 양방향 상관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외국에서는 코로나19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고자 글로벌 등록사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영국 코로나19 유행 기간, 제1형 당뇨병 진단 사례 2배↑

최근 발표되는 연구에서는 코로나19가 당뇨병, 특히 제1형 당뇨병 발생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Diabetes Care 8월호에는 영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정점(peak)이었던 시기에 소아청소년의 제1형 당뇨병 발생 사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량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Diabetes Care 2020;dc201551).

연구에서 분석한 환자 수는 적지만,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제1형 당뇨병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유행 정점 기간인 3월 23일~6월 4일 영국 런던 북서부 지역의 국민건강보험(NHS) 산하 5개 병원에서 새롭게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소아청소년은 30명이었다. 2개 병원의 경우 과거 5년간 4~5월에 2~4명이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지만 올해에는 각 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소아청소년 30명 중 21명이 코로나19 검사 또는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 확인하는 항체검사를 진행했고,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적었으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소아청소년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의료센터 Karen Logan 박사는 "추가 조사에서 새롭게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중 일부는 활동성 있는 코로나바이러스(active coronavirus)에 감염됐거나 과거 바이러스에 노출돼 항체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달했을 때 광범위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없었다. 검사를 받지 않고 제1형 당뇨병이 발생한 소아청소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와 제1형 당뇨병이 확실하게 연관됐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임상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외 당뇨병 전문가 17인 "코로나19가 당뇨병 유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Francesco Rubino 박사 등 국외 당뇨병 전문가 17인은 NEJM 서신(Correspondence)을 통해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두 질환은 양방향 상관관계라고 제언했다(N Engl J Med 2020;383:789~790).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새로운 당뇨병 발생과 당뇨병성 케톤산증, 고삼투압성(hyperosmolarity)을 포함한 선재성 당뇨병(preexisting diabetes)의 중증 대사 합병증이 보고됐다는 이유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는 ACE2 수용체에 결합한다. ACE2는 폐뿐만 아니라 췌장의 베타세포, 지방조직, 소장, 신장 등 주요 대사장기(metabolic organs)와 조직에도 존재한다. 

즉 SARS-CoV-2는 선재성 당뇨병의 병태생리를 복잡하게 하거나 새로운 당뇨병 메커니즘을 유발하는 등 포도당 대사에서 다면발현 변화(pleiotropic alterations)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는 어떻게 당뇨병을 유발할까?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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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하는지 아직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코로나19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앞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당뇨병학회(ADA)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가 당뇨병의 원인인지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가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근거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했을 때 변화를 비춰보면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 가능하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내분비내과)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혈당이 높아진다.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발생하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고 염증반응으로 인해 인슐린저항성이 유도돼 고혈당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스트레스 유발 당뇨병 또는 스트레스 유발 고혈당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제1형 당뇨병 발생의 원인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제시된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제1형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혹은 제1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당뇨병 발현이 빨라졌을 수 있다. 

조 교수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는 가설들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바이러스(SARS corona virus)가 베타세포에 침입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를 통해 면역시스템이 베타세포를 파괴시켜 제1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가설은 제1형 당뇨병으로 진행되고 있던 소아청소년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당뇨병이 더 빨리 발현됐을 수도 있다"며 "염증반응이 나타나면 인슐린저항성이 생겨 인슐린 분비가 더 떨어진다. 그래서 제1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중에 심한 전신염증반응이 나타나면서 제1형 당뇨병 발현이 빨라졌을 수 있다. 이를 가속화 가설(accelerator hypothesis)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조 교수는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면서 "명확하게 정리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바이러스가 사람의 베타세포에 침입하는지, 그리고 어떤 항원이 교차반응을 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버밍엄대학 Abd Tahrani 교수는 "두 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잘 구성된 역학적 코호트 연구와 실험실적 연구 등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환자 데이터 수집 위한 'CoviDIAB' 등록연구 진행

이에 영국, 독일, 중국 등 국외 당뇨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관련 당뇨병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글로벌 등록연구인 'CoviDIAB'를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 과거력이 없고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인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당뇨병 발생과 표현형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Rubino 박사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당뇨병의 역학적 특징과 병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당뇨병이 어떠한 기전으로 발생하는지와 적절한 관리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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