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이라며 챌린지' 구설수 오른 뒤 사과문 발표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말라'...국민청원 24일 오후 9시 18만명 돌파
의료계 "미안한 마음 먼저...불이익 있으면 더 크게 투쟁"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덕분이라며 챌린지'에서 논란이 된 손모양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사 국가시험 거부, 동맹 휴학 등 대정부 투쟁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최근 여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덕분이라며 챌린지' 논란으로 사과문을 발표한데 이어, 국시접수 취소 구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도 등장하는 등 여론의 역풍을 맞는 모양새에 젊은 의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의협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총파업을 진행한 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제3차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의대협 또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 '젊은 의사 1차 단체행동'은 물론, 지난 14일 의협 총파업에도 참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높였다.

여기에 더해 지난 7~14일까지 40개 전 단위 의과대학 수업 및 실습 거부를 진행하고 회장단 중심으로 1인 시위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20 젊은 의사 1차 단체행동 모습.

이렇듯 의대협은 의료계 단체행동 곳곳에서 함께 활동하며 동력을 불어넣어왔지만 최근 구설수에 오르는 모습이 비춰졌다.

의대협은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를 배포하며 회원들에게 인스타그램 등 SNS 게시를 권유해왔다.

이 챌린지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오른쪽 엄지를 위로 세우고 왼손으로 받치는 손모양)를 사용해 전개해온 '덕분에 챌린지'를 뒤집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로부터 농인의 의사소통 수단인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덕분에 챌린지'의 원래 취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1일 한국농아인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쓰인 손 모양은 수어 사전에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을 저주한다'는 뜻을 갖는다"며 "의료파업에 동참한 의대협에서 엉터리 수어를 자신들의 파업상징으로 사용해 우리 농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인들의 수어를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될 의대생들이 미래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끌어다 쓰고 모독한 것"이라며 "우리 협회는 전국의 모든 농인들을 대표해 의대협 조승현 회장을 비롯한 의대협의 사과를 직접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조 회장은 22일 "누구보다 큰 상심에 빠진 농인에게 고개 숙여 사죄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 회장은 "이 챌린지는 코로나19 방역이 의료진 덕분이라며 추켜세우던 정부가 정작 의료정책에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실태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수어 사전에 없는 손 모양이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돼 상처를 안길 수 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또한 해당 손모양의 사용을 중지하고,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의도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이미지를 새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대협이 즉각 공식 사과입장을 내놓았지만 관련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된 것이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9시 기준 약 18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의대생들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그 투쟁 방법 중 하나로 선택한 '덕분이라며 챌린지'라는 자신들만의 손동작으로 '덕분에 챌린지'를 조롱하고 있다"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모두에 대한 국민의 감사 인사를 오로지 의사들에 대한 것인 양 착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적으로 의사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고 쳐도 아직 의사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이 국민의 감사 인사를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유치함은 같은 국민이 보기에도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청원인은 최근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특별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의대협은 내부 협의를 거쳐 내달 1일로 예정된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 거부 및 집단 휴학을 의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원인은 "결국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든 구제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단체 행동"이라며 "시험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후 구제,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료계 "중대 기로에서 국시 거부 꺼내든 것"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의대생을 포함한 젊은 예비 의사들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의는 "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후배들이 중요한 기로에서 국시 거부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선배들이 먼저 도와주기보다 자신의 미래이기 때문에 선택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험을 1년, 2년 뒤에 보더라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의대생도 청년이고, 의료 관련 정책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데 기득권층으로 인식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이 여론일 수도 있지만 의대생들이 그만큼 보건의료체계를 걱정하고 우려를 표하는 방식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배로서 전공의, 의대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후배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도화선이 돼서 지금보다 더 크게 투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이 여러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지만, 의대협은 의협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정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의대협은 24일 호소문을 통해 "각자의 사정, 각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단체 행동에 임함에 있어 각자가 택한 길은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낙오자는 단 한 명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당정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악성 의료정책의 전면 철회, 그리고 의료계와 함께하는 전면 재논의가 우리의 목표"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는 지난 23일 채택한 결의문에서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행동을 적극 지지하며, 단 1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할 경우 전국 13만 의사 회원들은 즉각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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