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1개월 면허정지 처분
법원 "의료법 개정 전에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관행적"

보건복지부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일회용 금속성 척추천자침'을 재사용한 행위로 보건복지부가 의사에게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린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복지부가 지난해 3월 7일 일회용품 의료기기 재사용을 이유로 신경외과 전문의 K원장에게 내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K원장은 경막상 주사와 척추 후지내측지 신경 차단술의 시행 등에 일회용 금속성 척추천자침을 사용했다.

해당 천자침은 비닐봉지에 1개씩 포장돼있고, 포장지에는 '본 제품은 일회용 멸균 의료기기임'이라고 기재됐다.

K원장은 고온 고압 멸균기인 오토클레이브에 천자침을 소독해 통상 1~3회 재사용했다.

그러던 중 2016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로부터 조사를 받으며 천자침의 재사용 문제를 지적받았으나, 그 이후에는 천자침을 1회씩만 사용하고 재사용하지 않았다.

K원장이 천자침을 재사용해 감염이나 시술 실패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재사용하면서도 1회씩만 사용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한 내역도 없었다.

또한 2017년 2월 복지부는 K원장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행하면서도 해당 행위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K원장은 제재 처분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복지부는 2018년 3월 7일에 해당 사건을 의료법에 명시한 '품위 손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의사자격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고, 1심은 이 같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전고등법원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선 원고가 법령상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선 안 될 의무를 부담하거나, 사회통념상 그러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그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 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사건 이후인 2016년 5월 29일 의료법이 개정돼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을 한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 의무가 없었고, 재판부가 이 법을 K원장에게 소급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법 개정 이전에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멸균 소독한 후 재사용한 데 대해 피고가 이 사건 처분과 같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법률 개정 이후에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이 아닌 '모든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을 금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

이에 지난 3월 의료법이 '일회용 의료기기'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기'로 개정됐다.

재판부는 "비록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해 법령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강화된 규제 아래에서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일회용 의료기기만 재사용이 금지되고 나머지는 허용된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우리나라가 사건 행위 당시까지도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관해 '방임형'을 취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5월 의료법 개정 전까지는 국가에서 규율하지 않고 방임하되, 의료인에게 그 책임 하에 재사용 여부와 재처리 방법 등을 결정하게 하는 '방임형'이었으며, 법 개정 이후부터 점진적인 '금지형'으로 전환됐다.

재판부는 "의료법 개정 전에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이 널리 관행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의료기기를 멸균 소독해 재사용한 사안에 대해 피고가 자격정지 등 제재처분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피고를 비롯한 우리나라 정부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해 방임적 태도를 보였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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