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기로 확충 필요성 일각에서 제기…인구 10만명당 격리병상수 6.2개
다른 해외 국가보다 많아…무작정 늘리기 보다는 활용성 고려된 공급계획 중요

이미지출처: 메디칼업저버 DB
이미지출처: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계기로 격리병실을 추가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무작정 병실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전염병 사례를 경험하면서 격리병실 확충 조치를 충분히 시행했으니 이제는 기존 병상을 활용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수경·조유리·태윤희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격리병실 공급 및 이용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격리병실 현황을 분석했다.

현황 분석에 따른 격리병실 공급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도 말 기준 전국 격리병상수는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실 1898개, 비음압 격리병실 3461개이다(요양급여비용 청구 시 산정하는 입원료 기준 병상수 기준).

이중 입원병실은 3192개(음압 1143개, 비음압 2049개), 중환자실 격리병상 1589개(음압 504개, 비음압 1085개), 응급실 내 격리병상 578개(음압 251개, 비음압 327개)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격리병상의 연평균 증가율은 20.4%로 동기간 전체 허가 병상수 증가율(0.2%)에 비해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음압 격리병실의 증가와 함께 비음압 격리병실도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대부분 의료법 규정에 따른 요양병원의 격리병실 확보량으로 확인됐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격리병실은 2017년도 말 시점에는 공급이 전무했으나, 2018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총 29곳이며, 이들이 운영 중인 병상은 음압 격리 198개, 일반 격리 337개로 총 535개로 집계됐다.

전체 음압 격리병실의 17.3%, 비음압 격리병실의 16.4%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지정된 상태다.
 

10만명당 음압 격리병상수 2.2병상, 비음압 격리병상수 4병상

인구 10만명당 음압 격리병상수는 전국 평균 2.2병상으로 서울(4.2), 강원(3.2), 부산(2.7)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수 대비 공급량이 많은 편이다. 

반면 세종(0.0), 광주(1.1), 충남(1.2)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음압 격리병상의 경우 전국 평균은 인구 10만명당 4.0병상으로 전북(15.5), 강원(7.8), 부산(7.3) 순으로 많고, 세종(0.6), 충남(1.6), 울산(1.8)순으로 적었다.

인구 10만명당 격리 병상수

격리실 입원환자 시도별 자체충족률(시도별 지역주민의 전체 입원이용량 중 자기지역을 이용한 비율)을 보면 평균값은 음압 격리실 입원이 69.4%, 비음압 격리실 입원 80.3%이다.  

비음압 격리실은 전체 입원 자체충족률(75.7%)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나 음압 격리실은 서울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특히, 세종(0.0%), 전남(30.3%), 경북(39.0%), 충남(42.5%), 전북(47.9%)은 자체충족률이 50% 미만에 머물렀다.
 

10만명당 격리병상 수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

우리나라는 앞서 다양한 전염병 사례를 겪으면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제도를 마련하고 음압 격리병실 확충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나 계획된 격리병실 공급량을 대부분 확보했고, 외국과 비교해도 상대적 격리병실 공급량이 많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유럽 16개국, 일본, 우리나라 등의 인구 10만명당 격리 병상수 공급 현황

실제로 'EuroNHID(European Network for Highly Infectious Diseases)'에 따른 유럽 16개국의 격리 시설 공급현황(2010년 기준)에 따르면 폴란드와 영국의 인구 10만명당 격리병상수가 0.005개로 가장 적었고, 룩셈부르크는 2.99개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감염병 종류에 따른 감염지정 의료기관 제도를 운영하는데, 특정·1종·2종 감염지정 의료기관 전체 병상수는 5809개이며 인구 10만명당으로 보면 4.59개로 집계됐다.

즉, 2019년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격리병상수는 유럽 및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많은 편이라는 의미다(음압 2.2개+비음압 4.0개=총 6.2개). 
 

재난적 상황 수요 예측 어려우나 무리한 공급 확충 비효율적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하자 입원병실 추가 확충에 대한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상황은 그 양상과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어렵고 격리실 이용은 재원일수가 길고 진료비 수준이 높은 편인데 설치, 관리, 유지에 많은 자원이 수반되는 바, 무작정 공급량을 확충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오히려 평소 활용성이 고려된 공급계획이 필요하고 위기 시에도 효과적으로 기존의 자원을 전환해 단시간에 실제적인 병상 활용이 가능하도록 계획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

연구원은 "전염성 질환의 특성, 환자 및 접촉자 발생 규모, 환자의 중증도 등을 감안해 다양한 측면의 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리실 공급과 이용에 대한 권장사항이 세계보건기구 등과 다른 것도 일부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WHO 등의 격리실 가이드라인은 전염성 물질의 특성(접촉성, 비말, 공기 등)에 따라 격리실 공급 및 이용에 관한 권장사항을 차별화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감염 경로(호흡기, 비호흡기)에 따라 격리실 권장사항을 차별화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격리병실은 주로 음압병실 확보와 관련된 설치기준만 제시하고 있는데,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은 감염성 질환의 특성별로 세분화 해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격리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 시설의 평시 활용성과 확장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질환 특성에 적용 가능하도록 병실 기준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부가적인 권장사항, 격리실 수 결정의 고려사항 등이 세부적으로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