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비만 전문가 단체, 체중으로만 비만 정의하면 안 돼…개별적인 건강 상태 고려해야
'비만 낙인(stigma)' 문제 지적…"낙인 경험 환자는 BMI에 독립적으로 합병증·사망 위험 상승"
대한비만학회 임수 편집위원회 이사 "관리 목표 환자와 논의…비만에 대한 시선 달라져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체중에 따라 비만을 정의하는 현재 기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체중을 기반으로 계산한 체질량지수(BMI)로 판단한다. 그러나 비만을 체중만으로 정의하면 안 되며, 개인별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비만 관리는 체중 조절뿐 아니라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캐나다 비만 전문가 단체인 '캐나다 비만(Obesity Canada)'은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성인에서 비만: 임상 가이드라인(Obesity in adults: a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을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8월 4일자를 통해 발표했다(CMAJ 2020;192(31):E875-E891). 가이드라인은 2006년 이후 약 14년 만에 업데이트됐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대한비만학회 임수 편집위원회 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비만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선도적으로 제시했다"며 "임상에서는 비만한 환자와 체중 관리전략을 논의하고 개별적인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MI별 최적 체중≠이상적인 체중

캐나다 비만 전문가들은 비만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한 비만이란, 건강을 위협하는 비정상 또는 과도한 체지방이 확인되는 일반적인 질환이자 복잡하고 진행성이며 재발하는 만성질환이다.

주목할 대목은 비만을 체중뿐 아니라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판단하도록 권고한 점이다. 구체적으로 비만 진단에 BMI, 허리둘레 등을 활용하도록 제시하면서도, 이들 방법은 임상적 한계가 있으므로 의료진은 체중이 환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더 중점을 두도록 했다. 

BMI별 '최적 체중(best weight)'이 환자에게 '이상적인 체중(ideal weight)'이 아닐 수 있으며, 3~5%의 체중 감량만으로도 환자 건강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만 관리전략으로 식습관 조절, 운동뿐 아니라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원인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을 전면에 내세웠다.

임수 이사는 "일반적으로 비만한 환자에게 체중을 5% 이상 감량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2~3%만 조절해도 심혈관 관련 수치들이 향상된다"며 "이 때문에 비만한 환자의 목표를 5% 이상 체중 감량으로 정하기보다는 환자에게 맞는 목표 체중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비만한 고혈압 환자는 주로 상복부 비만으로 혈압이 상승하기에 이를 관리해야 하고,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을 줄여야 한다는 게 임수 이사의 전언이다. 비만한 환자의 동반질환에 따라 비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체중·BMI 관계없이 합병증 사망 위험↑…원인은 '비만 낙인?'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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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비만 전문가들이 비만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 이유는 BMI가 비만 관련 합병증을 판단하는 정확한 도구가 아니라는 데 중지가 모였기 때문이다. 비만한 환자는 체중 또는 BMI와 독립적으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원인으로 '비만 낙인(stigma)'이 지목된다. 비만한 환자는 체중 편견(weight bias)과 비만 낙인으로 인해 체중과 관계없이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비만 낙인이란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이에 따른 차별을 의미한다. 비만한 사람은 게으르거나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정신력과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한 캐나다 앨버타대학 Ximena Ramos-Salas 교수는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의료진이 비만한 환자를 차별한다. 이로 인해 비만한 환자는 체중과 무관하게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며 "체중 편견은 실제 의료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진들은 비만한 환자 치료 시 낙인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이드라인의 공동 책임자인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Sean Wharton 교수는 "체중 편견과 비만 낙인을 경험한 환자는 체중 또는 BMI와 독립적으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상승했다"며 "비만 관리의 첫 번째 단계는 의료진이 가진 비만에 대한 편견을 인지하는 것이다. 비만한 환자에게 편견 없는 치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피력했다. 

임수 이사는 "비만은 게을러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만성질환은 환자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비만도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의료진은 비만을 하나의 질환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비만한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면서 의료제도 안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인 시선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해야 한다' 접근법으로 부족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비만 관리는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해야 한다'는 간단한 접근법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먼저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체중에 대해 논의해도 되는지에 대한 허락을 구하도록 했다. 모든 비만한 환자가 비만 관리를 위해 준비됐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는 이유다. 이에 의료진에게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체검사, BMI, 다른 평가 결과 등을 종합해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자 환자의 병력에 대해 논의하도록 주문했다. 

비만한 환자의 치료전략에는 영양 및 운동, 심리치료, 약물치료, 비만대사수술 등을 포함한 근거 기반의 중재법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해 환자와 상의하도록 했다.

아울러 환자가 비만 관리를 위한 개별적인 목표 설정에 동의한다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할 수 있는 장기적인 활동 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임수 이사는 "비만한 환자는 식습관 조절과 운동만으로 비만 관리가 부족할 수 있다"면서 "과학적인 효과가 입증됐고 특화된 접근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환자 개개인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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