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과거 지인으로부터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손목밴드형 웨어러블기기를 선물 받은 적 있다. 걸음수, 심박수, 수면 패턴 등을 측정해주니 착용만으로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한 달 동안은 매일 웨어러블기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하루이틀 웨어러블기기 착용을 깜빡 잊고 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지금 웨어러블기기는 손목 위가 아닌 서랍 속에 있다.

최근 의료분야에서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웨어러블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웨어러블기기로 일상생활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 질병 진단·관리·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 웨어러블 심전도기기인 휴이노의 메모워치,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웨어러블기기인 스카이랩스의 카트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임상연구를 통해 높은 질병 탐지 정확도를 입증하며 기기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4P라 불리는 예측(Predictive), 예방(Preventive), 개인맞춤(Personalized), 참여(Participatory)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측정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사용자가 웨어러블기기를 꾸준히 사용할 이유가 될까? 

질병 고위험군은 질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웨어러블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일반인들도 웨어러블기기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의학적 효용'을 기대하며 기기를 구매하고 꾸준히 사용할지 의문이다.

기자와 만난 대학병원 A 교수는 웨어러블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의학적 효용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수집을 넘어 사용자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행동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어떤 의학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제공해야 사용자가 웨어러블기기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으로 허가를 획득한 웨어러블기기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앞으로 임상에서는 환자를 더 잘 관리할 뿐 아니라 그동안 놓치고 숨겨진 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질병 예방, 건강 관리를 위해 웨어러블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는 의학적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웨어러블기기는 사용하지 않는 액세서리에 그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웨어러블기기가 대중에게 매력적일지라도 장기적인 사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끝은 실패다. 사용자에게 어떤 의학적 효용을 어떻게 제공해 지속 사용성을 높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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