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15명, 의과대학 정원 4000명 한시적 증원에 국민청원 진행
청원 주도한 순천향의대 박윤형 교수, 의료 취약지 공보의 및 은퇴 의사 활용 방안 제안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이 지난 7일 여의도공원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안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발표안 한쪽에 명확히 기재된 '10년간 한시적'이라는 표현. 

이 표현이 일종의 달래기 용도 일뿐 전혀 의미 없는 문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복지부가 10년 후에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통해 의대 정원을 다시 조정하고 싶어도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회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게시판에 '당·정 발표 의사 4000명 증원안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라고 국민청원을 올린 순천향의대 박윤형 교수(예방의학교실)를 통해 제기됐다. 

해당 국민청원에는 박윤형 교수 외에 13개 의과대학 총 15명의 예방의학과 교수들이 참여했다. 

8월 10일 현재 2만여명이 동의한 상태고 28일이 마감일이다. 

박 교수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계획안 발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뤄져 당황스럽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은 것이 국민청원을 올리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

특히, 현 의대 정원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증원하고 10년간 한시적으로 3458명을 유지 한 후 매 5년마다(필요시 수시)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실시해 정원 조정을 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이번 안을 추진한 복지부장관, 공무원, 여당 관계자 등이 10년 후에도 같은 업무를 하고 있을 리가 없고 백번 양보해 2032년에 복지부가 정원을 회수하고 싶다고 한들 정치권과 대학교 등에서 순순히 동의할 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당장 내일의 상황과 정책 변화도 알 수 없는데 10년 후의 일은 더욱 알 수 없다"며 "복지부가 단독으로 결정해 밀고 나갈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번 늘어난 의대 정원의 회수 혹은 조정은 복지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실상 실현하기 힘들고 이에 '한시적 증원'이라는 표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

그는 "한시적이라고 적힌 것은 단순히 달래려고 한 것일 수 있다"며 "10년 후에 어떤 복지부 공무원이 의대 정원을 줄이는 역할을 앞장서서 맡으려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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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대 정원 증원 추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면 어떤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의료취약지 공중보건의사와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것에서 그 열쇠를 찾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의대 정원이 7.48명으로 미국 7.95명, 일본 7.14명, 캐나다 7.72명 등과 비교해 크게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모든 시·군·구에 보건소가 설치돼 있어 공공보건의료체계가 튼튼할 뿐만 아니라 군 의무복무 대신 농어촌 보건지소와 보건소, 지방 국공립병원에 근무하는 공보의가 약 3000명, 농어촌 벽·오지 및 섬 지역에도 1800명가량의 보건진료원이 근무하고 있다.

박윤형 교수를 포함해 전국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15인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대 정원 증원 발표안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박윤형 교수를 포함해 전국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15인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대 정원 증원 발표안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공보의를 군의관과 같이 지방보건행정체계 내에서 역학조사관 및 필수의료 담당 의사로 활용하는 효과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면 현재 증원하려는 지역의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공보의 중 일부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기타 연구기관에 배치해 충실한 연구자로서 기여하게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급여가 적더라도 농어촌 보건지소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근무하고자 하는 은퇴 의사들이 꽤 있다"라며 "일본은 1970년대부터 보건지소에 은퇴 의사를 배치해 성공을 거뒀다"고 부연했다.

즉, 매년 대학에서 65세 이상으로 은퇴하는 의사 약 200명과 개원가에서 은퇴하는 의사 500여명은 노인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소통하는 의사로서 활동하게 하고 젊은 공보의는 국가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영역에서 적절히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 보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다듬고 보완하기가 더 쉽다"며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의사인력을 충원하려는 정책은 의사들의 사기를 매우 저하할 수 있을 것이니 이제라도 발표안을 제고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해 모두가 참여·동의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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