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먹어야 할까?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먹어야 할까?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8.10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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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tension 2020] '고혈압 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 치료' 주제로 토론 세션 열려
찬성 전문가 "고혈압 전단계 성인 CVD 위험 높아…약물로 CVD 예방 혜택 기대"
반대 전문가 "생활습관 교정이 혈압 관리에 중요…약물로 예후 개선했다는 근거 없어"
7~8일 개최된 제52회 대한고혈압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Busan 2020)에서는 '고혈압 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주제로 토론 세션이 7일에 열렸다.
▲7~8일 개최된 제52회 대한고혈압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Busan 2020)에서는 '고혈압 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주제로 토론 세션이 7일에 열렸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은 아니지만 혈압이 정상 수준보다 높은 고혈압 전단계 성인도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항고혈압제 치료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고혈압 전단계가 고혈압으로 진행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고혈압제로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전문가들은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혈압 관리에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며, 항고혈압제로 예후를 개선했음을 입증한 전향적 연구가 없어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7~8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 개최된 제52회 대한고혈압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Busan 2020)에서는 '고혈압 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 치료(Using Antihypertensive Drug in Prehypertension)'를 주제로 토론 세션이 7일에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5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한차례 연기돼 부산에서 열렸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30~139/80~89mmHg를 고혈압 전단계로, 120~129/80mmHg 미만을 주의혈압으로 정의한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120~129/80mmHg 미만을 '상승혈압(elevated BP)'이라 지칭하며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한다. 유럽고혈압학회가 정의하는 고혈압 전단계는 130~139/85~89mmHg로 '정상보다 높은 혈압(high normal BP)'이라 불린다.

고혈압 전단계 중 가면 고혈압 환자 있어 약물치료 필요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고혈압 전단계가 고혈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래밍험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 참가자들을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다(NEJM 2001;345:1291~1297).

또 좌심실 비대증이 없고 치료받지 않은 성인을 10년간 추적관찰한 PAMELA 연구에서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이 정상 성인보다 좌심실 비대증 발생 위험이 약 1.8배 높았다. 게다가 고혈압 전단계에서 고혈압으로 진행된 환자군은 좌심실 비대증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상승했다(Hypertension 2019;73:612~619).

이러한 위험을 고려했을 때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찬성 입장인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진료실 혈압은 정상이지만 진료실 밖에서는 혈압이 높은 '가면 고혈압'이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서 확인된다고 지적한다.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수축기혈압이 높을수록 가면 고혈압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 생활습관 교정을 먼저 제시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으면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하도록 권고한다.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 항고혈압제를 처방해야 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대상으로 ARB 계열 항고혈압제인 칸데사르탄과 위약을 비교한 TROPHY 연구 결과, 고혈압 발생 위험은 칸데사르탄 치료군에서 26%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NEJM 2006;354:1685~1697).

또 항고혈압제가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뇌졸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메타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위약군 대비 항고혈압제 치료군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22% 낮았다(Stroke 2012;43:432~440).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정상 성인보다 혈압이 높고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어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을수록 혈압 조절로 인한 혜택이 크므로,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혈압을 낮춰 향후 나타날 수 있는 혈압 관련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산부산대병원 박용현 교수(순환기내과)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혈압 조절을 위해 생활습관 교정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며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혈압을 일률적으로 낮춘다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서 항고혈압제의 이상반응 위험이 크지 않다면 약물치료를 전향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혈압 강하 효과 장기간 지속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반대 입장의 전문가들은 먼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10년 위험도 예측모델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2017년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ASCVD 10년 위험도가 10% 이상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1단계(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만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항고혈압제 치료를 권고한다. 

그러나 ASCVD 10년 위험도 예측모델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성인의 ASCVD 발생 위험이 과대평가됐다는 보고가 있다(JAMA 2014;311(14):1416~1423). ASCV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실제로는 고위험군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심장내과)는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대 입장의 전문가들은 생활습관 교정이 고혈압 전단계 성인의 혈압 관리에 중요한 치료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체활동을 늘리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며 금주하는 등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압을 상당히 낮추면서 이로 인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은 30~54세 성인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고혈압 예방 효과를 평가한 결과, 체중을 감량하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치료 6개월째 수축기혈압이 6.2mmHg 감소했다(Arch Intern Med 1997;157:657~667). 게다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혈압을 집중적으로 관리한 군은 48개월 동안 고혈압 발생률이 낮아지는 혜택이 지속됐다. 

이와 함께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18~36세 성인에서 칸데사르탄의 혈압 강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서 칸데사르탄 치료군의 혈압은 위약군보다 12개월간 유의하게 낮았지만 치료 중단 후에는 두 군간 혈압 차이가 사라졌다. 젊은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의 유산 효과(legacy effect)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Hypertension 2007;50:89~95).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심장내과)는 "ASCVD 10년 위험도 예측모델은 고위험군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국내에서도 증명됐다"며 "생활습관 교정을 짧게 진행하더라도 이로 인한 효과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는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며, 이들에게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경희대병원 정혜문 교수(심장내과)는 "ASCVD 위험요인이 있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교정과 항고혈압제 치료를 병행하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한 전향적 연구가 없다"며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선제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 항고혈압제 치료를 권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개별화'된 치료…"항고혈압제 혜택 얻을 수 있는 환자 선별해야"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항고혈압제로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해 개별화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중지를 모은다.

이대서울병원 조인정 교수(순환기내과)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항고혈압제로 치료하면 혈압이 너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고혈압 전단계 성인에게 항고혈압제를 투약해 혈압을 낮추기보다는,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해 고혈압 전단계부터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순환기내과)는 "가면 고혈압 환자를 찾아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하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면서 "고혈압 전단계 성인 중 가면 고혈압 환자를 선별해 개별화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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