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마다 권고 다르고 근거도 부족... 국내는 고령자 대상 권고 없어
국내 연구진 진행한 SCOPE-75, 고령자서 1차 스타틴 요법 혜택 입증
연구팀 "70세 이상서 효과·안전성 검토하는 STAREE 연구 결과 기대"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창간 19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심혈관질환 3대 디베이트'의 마지막 회로 75세 이상 고령자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한 스타틴 요법의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

1차 스타틴 요법에 관한 의학적 의견은 현재 일치되지 않지만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간 권고사항의 격차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심혈관질환 3대 디베이트③ 75세 이상에서 1차 스타틴 요법 혜택은?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1차적으로 예방하는 스타틴 요법이 75세 이상인 고령 인구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의학적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사람에게는 질환 예방 목적으로 1차 스타틴 요법이 권고된다. 특히 65세 이하에서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데 스타틴이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연,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1차 스타틴 요법을 병행하면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고령 인구는 나이, 기저질환, 약물치료 병력, 인지기능장애 등 다양한 요인을 동반해 의학계는 고령을 특정 인구로 분류한다. 고령 인구에서 심혈관질환은 발생 위험이 크며 주요 사망 원인이다. 특히 고령 인구는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약 3배 더 높아 고령 인구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이 중요한 이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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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에서 심혈관질환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2차 스타틴 요법의 혜택은 입증됐지만 1차 요법에 대한 근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유는 고령 인구에서 스타틴이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혜택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1차 스타틴 요법은 고령자에 당뇨병, 백내장 등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진은 고령자에 스타틴 처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고령 인구 대상으로 진행한 스타틴 연구는 총 9건으로, 극소수의 근거만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75세 이상 고령자에서 스타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해외 진료지침에서도 1차 요법의 효과와 치료방침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요 스타틴 가이드라인으로 5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고령자 나이를 각각 다르게 정의할 뿐만 아니라, 1차 스타틴 요법도 다르게 권고한다.

75세 이상서 1차 스타틴 요법 근거는?
1차 스타틴 요법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은 대표적으로 1995년 WOSCOPS, 1998년 AFCAPS/TexCAPS, 2002년 ALLHAT-LLT, 2002년 PROSPER, 2003년 ASCOT-LLA, 2004년 CARDS, 2006년 MEGA, 2008년 JUPITER, 2016년 HOPE-3가 있지만, 일부만 고령 인구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이 중 일본 연구팀은 2006년 약 8000명을 대상으로 MEGA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저용량 프라바스타틴은 고용량 프라바스타틴과 유사하게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낮췄다.

2008년 미국 연구팀이 NEJM에 발표한 JUPITER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은 없지만 높은 수준의 hs-CRP(high sensitivity C-reactive protein)를 보인 연구 참여자 1만 7802명에서 로수바스타틴이 주요 심혈관 사건의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췄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남성은 50세 이상, 여성은 60세 이상이었다. 

아울러 2013년 영국 연구팀이 PLOS ONE에 발표한 PROSPER에서는 프라바스타틴을 3년 동안 복용한 70~82세 고령자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 연구팀이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ALLHAT-LLT에서는 프라바스타틴이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의 모든 원인 사망 또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줄이지 않았다. 

특히 ALLHAT-LLT에서 75세 이상 고령 환자의 모든 원인 사망 사건은 증가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65세 이상인 고령에서 1차 스타틴 치료전략을 개별적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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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 "스타틴 잠재적 이상반응 근거 불충분"
스타틴이 흔하게 처방되면서 스타틴과 관련된 부작용과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의료진은    1차 스타틴 요법이 고령 인구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스타틴과 관련된 부작용은 근육통, 낙상, 기억상실, 정신혼란, 설사, 횡문근 융해증(rhabdomyolysis) 등이다. 또 스타틴은 제2형 당뇨병과 백내장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으며 간, 신장, 신경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었다. 

아울러 스타틴 치료가 고령자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유는 고령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혈관질환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어 스타틴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미국심장협회(AHA)는 이러한 잠재적 우려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AHA에 따르면 스타틴 관련 이상반응 위험은 낮아 고령 인구는 치료를 통해 상당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근육통은 스타틴 이상반응으로 가장 흔하게 보고되지만 AHA는 여러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분석해 실제 근육통이 발생한 환자는 1% 수준이라고 밝혔다. 

AHA는 "근육통은 중년 및 고령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그 원인도 다양하다"면서 "스타틴 때문에 근육통이 발생했다고 여겨 치료를 중단하면 심혈관 사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우려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근육통이 나타났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급성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고 투석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증상인 횡문근 융해증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갑작스럽게 짙은 색깔의 뇨(dark urine)가 배출된다면 스타틴 복용을 중단하고 의료진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틴 복용으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할 절대적 위험이 낮다고 밝혔다. 주요 연구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때문에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는 연간 0.2%에 불과했다. 

아울러 협회는 간 손상과 백내장 등 이상반응 위험이 높다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HA는 "출혈성 뇌졸중 과거력이 있다면 스타틴 치료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약간 높아질 수 있지만 절대적 위험은 매우 낮다"며 "간 손상, 말초신경병증, 백내장, 건파열(tendon rupture) 등의 위험을 검토한 결과, 스타틴이 이러한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대상 스타틴 권고사항, 가이드라인별 격차
주요 국제학회 가이드라인들은 1차 스타틴 요법에 대한 권고도 다르게 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1차 스타틴 요법과 관련해 5개의 주요 학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요 가이드라인은 2013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2014년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2016년 캐나다심혈관학회(CCS), 2016년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2016년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를 포함한다. 

주요 국제학회 스타틴 가이드라인.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주요 국제학회 스타틴 가이드라인.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학회들은 전반적으로 인구를 △중년(40~65세) △노인(66~75세) △고령(75세 이상)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또 학회들은 가이드라인 제작 시 같은 무작위 대조군 임상 결과를 참고했지만, 가이드라인마다 고령자에 권고하는 사항이 달랐다.

가이드라인 간 격차는 각 지침의 고령자 정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고령자의 노쇠(frailty), 다중이환(multi-morbidity), 다약제(polypharmacy), 기능적 한계(functional limitations)의 우려에 의해서도 발생했다.

특히 NICE 가이드라인만 85세까지 1차 스타틴 요법을 강하게 권고했으며, 아토르바스타틴 20mg를 86세 이상에게 권고했다. 

반면 ESC·EAS는 고령자에 1차 스타틴 요법을 Class IIa 수준으로 권고했지만, ACC/AHA는 Class IIb 수준으로 권고, CCS는 약하게 권고, USPSTF는 권고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ACC·AHA 가이드라인, 2018년 ESC/EAS 가이드라인, 2019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4판이 발표되면서 가이드라인들이 개정됐지만, 이들도 여전히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현재 NICE 가이드라인만 고령 환자에 1차 스타틴 요법을 권고하며 ACC·AHA, CCS는 권고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연구 'SCOPE-75'서 1차 스타틴 요법 혜택 입증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은 1차 스타틴 요법을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 데 나섰다.

세브란스병원 이상학 교수팀(심장내과)은 고령자를 75세 이상으로 정의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요인이 최소    1개가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SCOPE-75 연구 결과를 Atherosclerosis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SCOPE-75는 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고령자를 스타틴군 639명, 비스타틴군 639명으로 나눠 분석했다. 

약 5년 추적관찰한 결과, 스타틴군은 주요 심혈관·뇌혈관 사건 발생률이 더 낮았으며(사건 1.25 vs 2.15/100인년, HR 0.59, 95% CI 0.40~0.85, p=0.005), 모든 원인 사망률도 더 낮았다(0.65 vs 1.19/100인년, HR 0.56, 95% CI 0.34~0.93, p=0.02). 

연구 결과의 주요 핵심은 75세 이상 고령자에서도 1차 스타틴 요법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약 41% 줄이고, 모든 원인 사망 위험도 44%가량 낮췄다는 것이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스타틴의 잠재적 부작용인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게 나타났고 암 발생과는 연관성이 없었다"며 "7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1차 스타틴 요법의 논란에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연구"라고 밝혔다. 

또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의료·복지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75세 이상인 고령자라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SCOPE-75를 포함해 5개의 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고령 인구에서 1차 스타틴 요법의 혜택을 입증해 이전보다 더 강한 근거를 제시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STAREE(STatins for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70세 이상 고령자에서 1차 스타틴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추가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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