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醫-대전협 간담회, 소통 없이 공개했다 비공개로 급전환
의료계 "부족한 소통 보기 안 좋다" 비판에 ..."젊은 의사 이용하려는 의도" 의혹도

ⓒ메디칼업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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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정윤식 기자] 젊은 의사들이 불 지핀 의료계 파업 열기에 서울시의사회가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4일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의과대학 학생대표들과 5일 긴급 간담회를 갖는다고 공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오는 7일 전국 전공의 업무 중단을 예고하면서 의료계 전역으로 번지는 투쟁의 불씨를 키우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공개로 예정된 간담회가 비공개로 바뀌었다. 서울시의사회와 대전협 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대전협은 5일 오전까지 이날 진행될 간담회가 공개되는 줄 모르고 있었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공개적인 간담회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공개 간담회는 우리 의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간담회 일정과 참석 여부를 공지하기 전에 대전협과 조율이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5일 오전까지 간담회를 홍보했던 서울시의사회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비공개로 전환한다"며 간담회 시작 3시간 전 돌연 비공개로 전환했다.

"투쟁은 시작도 안했는데..."

이번 투쟁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젊은 의사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자 대전협은 비대위를 꾸리고 전국 모든 수련병원의 업무 중단을 의결했다.

또 매년 8월 실시되는 차기 회장선거 일정도 미루면서 투쟁과 단체행동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는 의대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저문대학원학생협회는 공식 SNS를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하는 7일부터 일주일간 수업과 실습을 전면 거부키로 결정했다.

이를 이유로 압박이나 불이익을 당할 경우 의과대학 이름을 공개하겠다며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투쟁 참여 강도가 높아지자 개원가, 대학교수 등 의료계 내 다양한 직역에서 투쟁 참여 의지가 커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전공의였던 의약분업 당시 선배들이 투쟁에 참여하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이제는 우리가 전공의들의 의지를 세워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사회의 소통없는 독단적인 행동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다.

한 개원의는 "본격적인 투쟁에 앞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는 건 좋다"면서도 "하지만 서로 간에 소통이 부족한 모습이다. 서울시의사회에서 보다 현명하게 사전 조율을 했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 순수한 의도 이용한 것"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의료계 일각에서는 투쟁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순수한 의지를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정부 투쟁 선봉에 서거나 현 집행부의 회무를 비판했던 인물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던 게 사실.

대전협은 이날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동료 선후배들에게 의지를 전달하고 힘을 지원받고자 하는 의도였을텐데, 이를 서울시의사회의 업적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시도였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에 앞서 전열을 가다듬고 조금의 잡음이라도 줄여야 할 시기"라며 "시도의사회 대장격인 서울시의사회에서 이런 잡음을 냈다는 건 의도 여부를 떠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잠룡'으로 지목받은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의 조급함이 불러온 실수라는 이야기도 나온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차기 의협 회장에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전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과 함께 현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

이 때문에 차기 의협 회장으로 부각되고자 헛발질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민한 시기인 만큼 젊은 의사들과의 간담회를 조용히 진행했다면 성공적인 투쟁 이후 서울시의사회의 행동이 빛이 났을 것"이라며 "의도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순수한 뜻을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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